2019년 12월 13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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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은 광주·전남이 그리 만만한가?
김진수
본사 서울취재본부장

  • 입력날짜 : 2019. 11.05. 17:42
국회 예산결산위원회가 5일 내년도 예산안, 기금운용계획안, 임대형 민자사업 한도액안, 비경제부처에 대한 부별심사에 돌입했다. 예결위는 7일 예산안 종합정책질의를 거친 뒤 11일부터 예산안 소위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올해 예산 국회는 자유한국당의 엉뚱한 ‘방침’으로 광주·전남의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한국당 정책위원회의 ‘2020 회계연도 예산안 100대 문제 사업’에 ▲5·18 진상규명 관련 사업 ▲광주시의 AI(인공지능)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 사업 ▲목포에 들어설 해양경찰 서부정비창 신설 사업 등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5·18 사업’ 예산의 경우 진상규명위원회의 출범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인공지능 사업’은 충북이나 대구·강원의 전략 사업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해경 서부정비창’은 일반 조선소에서 정비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삭감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이 광주·전남을 무시하고 깔아 뭉기는 듯한 태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도 않지만, 제1야당이라는 한국당의 이 같은 방침은 참으로 가당치 않다.

5·18 진상조사특별법 개정안은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진상규명위원회의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당이 관련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것은 결국 진상조사를 방해하겠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동안 끊임없이 이뤄졌던 5·18 폄훼, 5·18 망언의원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를 감안하면 그리 놀랍지도 않다.

광주의 인공지능 사업(사업비 4천억)은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따라 올 초 전국 10개 시·도 예비타당성 면제사업에 포함된 것이다. 예컨대 대구의 경우, 대구철도 산업선(사업비 1조1천억)이 똑같이 예타 면제를 받았는데 만약 이 사업을 예산 낭비란 이유로 삭감하겠다고 하면 대구의 민심은 가만히 있겠는가?

서부정비창 사업 또한 서해를 지키는 해경의 경비함 등이 수리를 받기 위해 부산까지 가야하는 실정이어서 안보 및 비용 측면에서도 절실한 사업인데, 굳이 목포에 신설할 필요가 없다며 한국당이 예산을 삭감하려 한다면 이를 어떻게 참으란 말인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한국당의 예산 어깃장에 맞서 광주·전남의 예산을 지키겠다고 강하게 약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광주시와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자유한국당은 이런 예산을 표적으로 삼아서 대폭 삭감하려는 것 같다”며 “이것은 예산마저도 지역적인 편견의 볼모가 되게 하는 것 같은데, 적극적으로 막아 내겠다”고 밝혔다.

박광온 최고위원도 “인공지능은 다른 지역과 중복된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의 산업에 시너지를 더해줄 수 있는 것”이라며 “반드시 지켜질 수 있도록, 더 증액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형석 최고위원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과거 부산집회에서 ‘광주일고 정권’이란 발언을 했는데, 전반적으로 예산심의까지 지역으로 편을 가르는 아주 어떻게 보면 유아틱한 정당”이라며 “정말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고 꼬집었다.

송갑석 광주시당위원장은 “AI(인공지능) 예산은 다른 모든 광역시·도에서 예타 면제 사업으로 신청한 것인데, 광주는 유일하게 R&D(연구개발) 신청을 했다”며 “그전까지 별일 없었는데 대통령께서 AI를 강조하고 난 이후 딴지를 거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예산을 지키는 것은 광주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과도 관련되어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윤호중 사무총장, 조정식 정책위의장, 김두관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상임위원장, 김정우 기재위 간사 등 광주·전남 출신이 아닌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도 5·18 관련 예산과 AI 예산을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각오를 이례적으로 강하게 다져 눈길을 끌었다.

같은 날 농림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의 이개호 의원도 국회 정론관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고 “자유한국당이 내년 정부 예산안 중 5·18 진상규명위 관련 사업 등 광주·전남 지역 3건의 예산삭감 방침을 세운 것은 광주·전남 지역민의 희망과 자존심을 꺾는 시도”라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특히 이 의원은 ‘해양경찰 서부정비창 신설 사업’과 관련,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이 서해안에서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수리를 위해 부산까지 이동해야하는 불편과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으로 비용절약은 물론 서해안 어민들의 안전과 해양안보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그러나 이를 일반 조선소에서 정비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삭감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안전과 안보를 외주화하겠다는 무책임한 발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식 발상이라면 군대에서 운용하는 각종 차량도 일반 자동차 공업사에서 수리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야당이 정부 예산안에 대해 꼼꼼히 살피고 불요불급한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사실도 아니고, 근거도 미약한 이유를 들어 특정 지역의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벼른다면 이는 결국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자유한국당은 명분 없는 광주·전남 예산 삭감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그리고 정부·여당과 지역 정치권은 한국당의 불순한 정치적 의도에 맞서 반드시 광주·전남 예산을 지켜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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