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1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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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에 문화를 입히다
서순복
품질자치주민자치시민들 대표회장조선대 법대 교수

  • 입력날짜 : 2019. 11.11. 18:20
주민자치위원회장을 만나 인터뷰하던 중에 들은 말이다. “주민자치는 주민들의 정신문화를 바꾸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내 마음이 먼저 풍요로워져야 한다. 이는 교육을 통해서 가능하다.” “옛날에는 동네 사랑방에서 누구네 집 애는 버릇이 없다고 하면, 덕설몰이라도 하자고 했고, 골목길 무너진 것 보수하자”고 했다. “동네 미래교육이 중요하다. 강의를 듣고 마음이 풍요로워야 한다. 마음을 울리고 문화를 바꿔갈 수 있는 강의가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동네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요즘 각 동네에서 시급하게 떠오르는 마을 주차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민관협력적 거버넌스가 작동되어야겠지만, 마을청소나 자기집 앞 눈을 쓰는 문화부터 뿌리내려야 한다. 마을운동이 체계적으로 되어야 주민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이 사는 마을에 자부심을 갖고, 깨어있는 사람들이 동네를 먼저 끌고 나가야 한다. 동네자치, 마을자치, 주민자치는 문화와 함께 진행되어야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사는 사람들끼리도 서로 얼굴을 본체만체하는 게 요즘의 세태이다. 누구의 탓을 할 일이 아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불신과 무감각이 만연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동네와 아파트에서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사람사는 맛이 나게 하는 첫걸음은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아무개 엄마, 밥 먹고 가’라는 한 마디는 서로에게 던지는 믿음의 신호이다. 밥을 나누면서 마음을 나누게 된다. 부산 흰여울문화마을의 사례에서 보듯이, 동네에서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국밥 데이를 개최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마을운동은 마을에서 시급하고 중요한 의제에서부터 출발한다. 성미산 마을공동체의 태동은 1994년 공동육아운동에서부터 출발하였다. 1990년 ‘혜영이와 용철이의 죽음’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부모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공동육아 터전을 만들고 서로의 가치관을 나누고 함께 주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어린이집을 졸업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방과후교실 문제가 공동체의 현안이 되어, 방과후교실을 만들어 운영하였다. 나아가 2000년엔 87명의 조합원이 모여 ‘마포두레생협’을 만들었다. 지금은 1만여 가구가 조합원으로 등록되고, 연매출액도 60억 원으로 성장하였다 한다. 도심 속 주거문제를 함께 해결하려고 만든 마을기업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소행주)’ 사업도 진행 중이다. 성미산마을 사람들은 정월 대보름이면 마을을 돌며 지신밟기를 하고, 마을 사람들이 직접 마을 축제를 연다. 또한 연극, 풍물, 합창, 오케스트라 등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문화예술동아리 활동을 하며 소통한다.

행정개혁 역시 행정사무의 기능 재배분이나 조직 구조조정만으로는 안된다. 공직사회 조직문화를 개혁해야 하며, 교육훈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김구 선생께서는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라고 하셨다. 주민자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동네 주민들의 마음을 모으는 문화적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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