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4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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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에게 웃음을 묻다
김영식
남부대교수·웃음명상전문가

  • 입력날짜 : 2019. 11.12. 18:26
유럽여행을 가면 건축양식, 음식, 와인, 홍차, 숙성된 돼지고기, 오래된 건물과 좁은 도로, 작은벽돌같은 돌로 만들어진 도로들은 대부분의 유럽나라들을 여행하면서 만날 수 있는 비슷한 환경들이다. 또한 오랜 역사를 잘 간직하고 유지하려는 노력들도 볼 수 있는데 아마도 유럽은 과거를 팔아 관광소득을 올리고 있는 나라들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잠시 그 자리에 서서 과거 그리스 로마시대의 철학자들의 화두였던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생각해봤다. 많은 철학자들이 그토록 많은 시간을 들여 질문하고 답했던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필자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의 인공지능에게 물어 봤다. 그랬더니 “그건 마치 사과와 사과가 아닌 것을 비교하는 것 같군요”라는 답이 나왔다.

나의 장난기가 발동을 하여 또 물었다. “웃음이 뭐야?” 그랬더니 “웃음은 일정조건이 만족될 때 18개의 안면근육이 수축하면서 나타나는 움직임이다”라고 답을 한다. 그래서 또 “웃어봐”라고 질문을 했더니“하하”라고 웃음소리를 낸다. 웃음의 종류는 정말 다양하다. 행복해서 웃는 ‘진짜 웃음’이 있는가 하면, 슬프고 억울하고 허탈한 일을 겪을 때 웃는 ‘가짜 웃음’도 있는데 어떨 때는 우리 인간도 상대방이 정말 좋아서 웃는 것인지? 나를 속이기 위해 웃는 가짜 웃음인지? 구별이 안갈 때가 있다. 이제 인공지능은 우리 삶의 곳곳에서 나도 모르게 자리 잡고 있다. 최근 IBM의 연구진은 ‘2019 국제전기전자공학회 신호처리 국제학술대회’에서 ‘웃음지문’이라고 이름붙인 기술을 개발했다고 한다.

발표한 연구 자료는 일상의 대화 속에서 웃음의 성격을 판별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인데 연구팀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인공지능연구팀은 웃음의 분석을 4가지 단계로 분류를 시도했다. 1단계 음성인식 기술 고도화를 통해 웃음소리분별, 2단계 억양, 속도, 크기, 떨림 등 웃음 종류를 구분, 3단계 1200명 녹취를 통해 웃음 공통점을 발견, 4단계 4가지 웃음 범주 웃음구분 가능한‘웃음지문’을 개발 했다. 그 과정을 보면 연구팀은 먼저 음성인식 기술을 고도화 하는데 집중했다. 사람의 말소리와 웃음소리를 구별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연구팀의 AI 기술이 대화 속 웃음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웃음의 높낮이나 억양, 속도, 크기, 떨림, 지속시간 등으로 웃음의 종류도 구분했다. 또한 혼자 있는 경우와 여럿이서 함께 웃는 경우 등 시나리오에 따라 웃음의 기능을 분석했다. 이런 방식으로 1200명 이상의 지원자로부터 웃음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담긴 녹취록을 수집했다.

이렇게 모인 자료 속에서 AI는 총 4가지 범주의 웃음 속에 공통점이 있다는 걸 찾아냈다. ‘진실한 행복의 웃음’ ‘슬픔의 웃음’ ‘활기찬 웃음’ ‘빈정거리는 웃음’ 등이다. 연구팀은 이 결과에 ‘웃음 지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웃음소리만 듣고도 그 안에 담긴 진의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짜 행복해서 웃는 웃음엔 규칙적인 파동이 있었다. 또한 나머지 웃음보다 상대적으로 길고 소리도 컸다. 활기찬 웃음에선 점차 상승곡선을 그리는 파동을 목격할 수 있었다. 반면 슬픈 웃음엔 짧고 불규칙한 파동이 드러났다. 빈정거리면서 웃을 땐 음절이 짧고 소리도 크지 않았다.

IBM 연구팀은 웃음지문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도 실험했다. 그 결과, 음성으로만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할 때보다 14% 이상 정확도가 상승했다고 한다. 2014년에 개봉한 영화 ‘허(Her)’는 감성 인식 기능의 인공지능 운영체제(OS) 사만다와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소재로 삼고 있는데 AI와 사랑에 빠지는 게 더는 허황되거나 막연한 일이 아닐 수 있다. 이 연구가 단순히 웃음을 파악하는 AI를 개발하기 위함이 아닌 행복, 슬픔, 정신적 고통 등의 감정이 인간에게 작용하는 이해를 넓힐 수 있고, AI 기술로 웃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면, 의사도 진단하지 못한 마음의 병을 진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열어 보인 것이다.

광주시가 인공지능산업의 중심에 서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광주의 상처를 치유해줄 웃음치료가 가능한 인공지능이 개발될 날이 멀지 않았음을 기대해 본다. 하지만 AI에게 마음을 치료 받는 것보다 당신에게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라는 한마디를 더 듣고 싶은 것은 아직은 우리가 더 인간답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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