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30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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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충남 서천 금강2경 도보여행길
겨울철새 군무 펼치면 갈대숲은 쓸쓸함만 더하고

  • 입력날짜 : 2019. 12.10. 18:19
집단으로 춤사위를 펼쳤던 철새들은 잔잔한 강물위에 앉아 망중한을 즐긴다. 물위에서 노닐던 가창오리들은 가끔 낮게 날아올라 짧은 군무를 보여준 후 다시 물위에 앉곤 한다.
금강은 전북 장수 신무산 뜬봉샘에서 발원한다. 깊은 산속 옹달샘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북쪽으로 흐르고 흘러 장수·진안·무주 땅을 지나면서 수많은 물줄기와 합류해 강다운 모습을 갖춘다. 북쪽으로 흐르면서 덩치를 키운 금강은 충남 금산·영동·옥천을 지나 대청호에 이른다. 대청호에서 숨을 고른 금강은 방향을 남서쪽으로 틀어 대전과 세종·공주·부여·논산 땅을 적신 후 충남 서천과 전북 익산·군산을 가르면서 서해로 흘러든다.

나는 오늘 401㎞를 달려온 금강을 하구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가려한다. ‘서천 금강2경 도보여행길’이다. 금강하구언주차장에 도착하니 강바람이 청량하다. 길게 이어지는 금강하구둑이 금강의 끝이자 바다의 시작점을 알려준다. 1990년에 축조된 충남 서천과 전북 군산을 연결하는 금강하구둑은 길이가 자그마치 1천841m에 달한다.

하굿둑이 생기면서 금강은 바다와 차단돼 금강호라 불리는 거대한 호수가 됐다. 흐름이 막힌 강은 담수호가 돼 드넓고 잔잔해졌다. 호수 건너는 전북 군산 땅이다. 주차장을 출발하는데 억새가 바람에 흔들린다. 탐방로는 억새밭 가운데로 이어진다.

길지 않은 억새밭을 지나니 ‘서천군조류생태전시관’이 기다리고 있다. 조류생태전시관에는 철새의 생태환경과 실제모습을 담은 전시물들이 게시돼 있다. 생태전망대 역할을 하는 옥상으로 올라가자 금강하구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곡선을 그리며 이어오는 금강이 잔잔한 호수로 다가온다. 강변고수부지에 만들어진 금강생태공원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답게 느껴진다. 강둑 바깥쪽으로는 서천의 들판이 드넓다.

조류생태전시관을 나와 금강생태공원길을 따라 걷는다. 공원에는 각종 철새의 모습을 담은 조각품들이 설치돼 있어 철새의 고장다운 이미지를 풍겨준다. 공원길을 걷는데 들판에서 금강으로 이동하는 몇 무리의 새떼들이 낮게 하늘을 날고 있다.

금강하구는 철새들의 천국이다.
신성리 갈대밭 가운데로 나있는 탐방용 나무다리를 걸으며 드넓게 펼쳐지는 갈대물결을 가슴에 담는다. 신성리 갈대밭에서 영화 ‘JSA 공동경비구역’, 드라마 ‘추노’·‘자이언트’를 촬영했다.

겨울철새인 큰고니·검은머리물떼새 같은 천연기념물과 가창오리·검은머리갈매기 등이 금강하구에서 겨울을 보낸다. 금강하구는 추운 겨울에도 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변에 넓은 농경지가 있고 하굿둑 바깥 갯벌에도 먹이가 풍족해 철새들이 월동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금강하구에서는 겨울철이면 최대 40만 마리의 가창오리 무리가 군무를 펼친다.

가창오리의 군무는 들판에서 강으로 이동하는 아침이나 강에서 들판으로 이동하는 해질녘에 주로 볼 수 있다. 이때는 주변에 있는 모든 가창오리가 한꺼번에 날아올라서 잘 훈련된 병사들처럼 일사분란하게 군무의 향연을 펼친다. 한데 어우러졌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가창오리의 군무는 하늘에 감동적인 추상화를 그려낸다.

강가에서는 갈대가 쓸쓸하게 휘날리고, 강물위에는 햇볕이 역광으로 비춰 윤슬을 만들어낸다. 강변길을 걷는데 가창오리 한 마리가 물속으로 들어가더니 한참을 나오지 않는다. 먹이사냥에 나선 것이다. 한참 후에 물고기 한 마리를 입에 물고 물위로 올라온 가창오리는 눈 깜박할 사이에 먹어치워 버린다.

금강2경 도보여행길은 강변 자전거도로를 따라 이어진다. 잠시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을 지날 때는 우아하게 물든 갈색단풍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한다.

메타세콰이어길을 지나 갈대밭 사이로 걸어가고 있는데, 조금 전보다 훨씬 많은 수천 마리의 가창오리떼가 강으로 이동을 한다.

수십만 마리가 펼치는 환상적인 군무에는 못 미치지만 수천 마리의 가창오리가 보여준 춤 잔치만으로도 내 마음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집단으로 춤사위를 펼쳤던 철새들은 잔잔한 강물위에 앉아 망중한을 즐긴다. 물위에서 노닐던 가창오리들은 가끔 낮게 날아올라 짧은 군무를 보여준 후 다시 물위에 앉곤 한다.
강변에 핀 갈대꽃은 역광으로 비춰 금빛으로 반짝이고, 그 모습을 물위에 반영으로 만들어낸다. 하늘에 떠있는 흰 구름도 잔잔한 강물위에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내려놓았다.

서해안고속도로 금강대교 근처에는 토사가 쌓여 만들어진 사주(沙洲)가 있다. 하굿둑이 생긴 뒤 강물의 흐름이 정체되자 흘러내려오던 토사들이 퇴적돼 금강호 중간 중간에 사주를 만들었다. 사주에는 갈대들이 번식해 갈대숲을 만들었다. 사주는 새들이 겨울바람을 피하거나 휴식하는 장소가 돼주고, 갈대뿌리는 고니나 기러기의 먹이가 된다. 오늘도 가창오리들이 사주 근처에 유난히 많다.

강변에 핀 억새꽃은 역광으로 비춰 은빛으로 반짝이고, 그 모습을 물위에 반영으로 만들어낸다. 하늘에 떠있는 흰 구름도 잔잔한 강물위에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내려놓았다. 수묵화 한 폭을 보는 것 같다.

길은 제방으로 이어지고, 제방 아래 강변에는 억새와 갈대들이 바람에 스산하게 나부낀다. 신성리 갈대밭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많아진다. 신성리 갈대밭은 오늘 금강하굿둑에서부터 계속 만났던 갈대밭과는 차원이 다르다. 강변을 따라 길게 군락을 이뤘던 갈대는 이곳 신성리에서 절정을 이룬다.

우리는 갈대밭 가운데로 나있는 탐방용 나무다리를 걸으며 넓게 펼쳐지는 갈대물결에 마음을 싣는다. 갈색 갈대밭 사이사이에서는 하얀 억새가 하늘거리면서 우아함을 더해준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물결은 천리길을 내달아온 금강의 물결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워진다.

신성리 갈대밭은 면적이 무려 6만여평에 달한다. 신성리 갈대밭에서 영화 ‘JSA 공동경비구역’, 드라마 ‘추노’·‘자이언트’를 촬영했다. 지금과 같은 제방이 만들어지기 전 신성리 갈대밭은 현재의 갈대밭보다 훨씬 넓었다고 한다. 농경지로 변화된 제방 바깥쪽 땅까지 모두 갈대밭이었기 때문이다.

갈대밭 건너편으로 전북 익산시 웅포가 손짓한다. 웅포는 금강하굿둑이 생기기 전까지도 배가 들락거렸던 포구였다. 지금처럼 육로가 발달되기 전, 큰 배는 웅포 뿐만 아니라 강경·부여까지, 작은 배는 충남 연기까지 운항됐다. 옛날에는 호남평야·논산평야의 쌀이 금강의 수운을 이용해 다른 지방으로 수송됐다.

나무다리에서 내려와 갈대숲 사이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걷는다. 갈대가 사람 키보다 더 크다. 사람들이 갈대숲을 걷고 있으면 갈대는 사각사각 소리를 낸다. 베토벤의 ‘전원교향곡’을 듣고 있는 것 같다. 갈대가 연주해준 음악이 내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여행쪽지

▶‘서천 금강2경 도보여행길’은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금강하구 강변 자전거도로를 따라 금강하구둑에서 신성리갈대밭까지 걷는 길이다.
▶코스:금강하구언주차장→서천군조류생태전시관→금강생태공원→서해안고속도로 금강대교 아래→신성리갈대밭(거리 15㎞, 4시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주소 : 금강하구언주차장(충남 서천군 마서면 도삼리 751-12)
-신성리 갈대숲 주차장에서 2㎞ 정도 떨어진 갈숲마을은 폐교를 활용해 체험학습장과 식당을 동시에 운영한다. 갈숲마을 갈숲식당(041-952-5070)의 시골밥상은 주로 직접 재배한 천연재료를 사용한 식단으로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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