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1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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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단양 느림보 강물길
강물은 옥같이 푸르고 도담삼봉엔 저녁노을 물드네

  • 입력날짜 : 2019. 12.17. 20:18
단양팔경 중 제1경 도담삼봉은 남한강 가운데 봉우리 세 개가 떠 있어 삼봉(三峰)이고, 섬이 있는 물이어서 도담(嶋潭)이다.
기해년 한해가 서서히 저물어간다.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면 아쉬움과 회한이 남게 마련이다. 한 해를 정리하면서 단양으로 떠난다. 단양 근처에 들어서자 산봉우리들이 첩첩하다. 단양의 첩첩한 산골짜기를 뚫고 남한강이 흐른다. 강원도 태백시 금대산에서 발원한 남한강은 상류인 평창·정선·영월·단양 땅을 지나는 동안 산악지대를 통과한다. 지대가 높은 산자락을 흘러가다보니 강은 구불구불 사행천을 이룬다. 사행천을 이루며 흘러가는 남한강 상류는 곳곳이 절경이다. 강줄기가 휘돌아가면서 기암절벽을 만들어내고, 삼면이 강물로 감싸인 아름다운 물돌이동도 만들어낸다.

‘느림보 강물길’이 시작되는 단양생태체육공원에 도착하니, 남한강이 호수처럼 잔잔하다. 충주댐이 건설되면서 도담삼봉까지 담수돼 호수로 변했기 때문이다. 느림보 강물길은 도담삼봉 옛길을 따라 이어진다. 옛길 터널 앞에서 오른쪽 언덕으로 올라가니 이향정(離鄕亭)이라 불리는 정자가 도담삼봉을 바라보고 있다. 이향정에 오르니 남한강 가운데에 서 있는 도담삼봉이 의젓하고, 도담리를 휘돌아 단양읍으로 흘러가는 강물이 유유하다.

일제강점기 중앙선 철로를 만들면서 뚫어진 애곡터널. 단양강변을 지나던 중앙선 철로는 1985년 충주호가 생기면서 강 건너로 옮겨져 자동차가 다니는 길이 됐다.
이향정에서 내려와 도담삼봉관광지로 들어서니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도담삼봉이 천하절경이다. 도담삼봉은 남한강 가운데 봉우리 세 개가 떠 있어 삼봉(三峰)이고, 섬이 있는 물이어서 도담(嶋潭)이다. 도담삼봉 가운데 봉우리에 있는 삼도정(三嶋亭)이 세 봉우리와 어울리니 서정적인 풍류가 느껴진다.

조선조 개국공신인 정도전은 이곳 매포읍 도전리 출신으로 도담삼봉을 너무나 사랑하여 자신의 호를 삼봉으로 지었다. 퇴계 이황 역시 단양을 무척 좋아했다. 단양의 빼어난 경치 때문에 자원해서 단양군수로 부임할 정도였다. 단양에는 명승지가 많은데, 퇴계는 그중에서도 도담삼봉을 으뜸이라 쳤다. 퇴계는 단양군수로 재임하면서 단양의 명승 여덟 곳을 지정해 단양팔경이라 했다. 제1경 도담삼봉을 비롯해 석문,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사인암, 구담봉, 옥순봉이 그것이다.

우리는 도담삼봉을 등 뒤에 두고 가파른 나무계단을 따라 석문으로 오른다. 무지개를 닮은 두 개의 커다란 바위기둥 위로 길쭉한 바위가 가로질러 위쪽은 구름다리, 아래쪽은 석문이 됐다.

석문을 통해 강물과 도담마을이 액자 속 그림처럼 펼쳐진다. 석문에 그려진 그림은 환상속의 무릉도원 같다. 무지개 형상을 하고 있는 석문은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이 만들어낸 자연유산이다. 석회동굴이 붕괴되고 남은 동굴천장 일부가 구름다리를 이룬 것이다.

우리는 석문과 헤어져 강변의 낮은 산줄기를 따라 ‘느림보 강물길’을 걷는다. 능선에는 중간 중간 전망대가 있어 S자를 만들며 휘돌아가는 남한강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남한강이 휘감아 돌면서 강 건너편은 완만한 지형을 이루고, 석문이 있는 이쪽은 가파른 기암절벽이 되었다.

S자를 만들며 도담삼봉을 휘돌아가는 남한강의 모습. 남한강이 휘감아 돌면서 강 건너편은 완만한 지형을 이루고, 석문이 있는 쪽은 가파른 기암절벽이 됐다.
유유하게 흘러가는 강을 바라보며 걷다보니 내 마음도 유연해진다. 상류 쪽에서는 강 뒤로 산봉우리들이 첩첩하게 다가오고, 맨 뒤에 소백산이 듬직하게 앉아있다. 하덕천리마을이 가까워지면서 길은 강변 농로로 바뀐다. 강변 하덕천리마을에서 느림보 강물길 2코스가 끝난다.

오늘 우리는 느림보 강물길 1, 2코스와 5코스를 걸을 예정이다. 우리는 단양생태체육공원에 주차해놓은 자동차를 타고 단양읍내로 들어간다. 남한강은 덕천리와 도담삼봉, 단양읍내를 지나면서 세 번이나 휘감아 돌면서 아름다운 사행천을 이룬다.

우리는 단양읍내에서 민물매운탕으로 점심을 먹고 차량으로 5코스 시작점까지 이동했다. 강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나니 상진대교와 중앙선 철교가 나란히 남한강 위에 놓여있다. 철교 뒤 강변 절벽위에는 ‘만천스카이워크’가 높이 솟아있고, 절벽 아래에는 ‘단양강 잔도’가 놓여있다.

단양사람들은 남한강이 단양 땅을 지날 때 이름을 단양강이라 부른다.

상진대교 입구에서 적성면 애곡리까지 1.2㎞에 이르는 잔도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초겨울이지만 여전히 잔도를 걷는 사람들이 많다. 가파른 기암절벽에 매달린 잔도는 물위를 걷는 느낌을 준다. 도담삼봉 근처에 비해 이곳은 물 흐름이 거의 없다. 호수에는 가끔 유람선이 지나가고, 때마침 중앙선 열차가 철교를 건넌다. 단양강 양쪽으로는 500-600m 높이의 산봉우리들이 불쑥불쑥 솟아 수평을 이룬 호수와 조화를 이룬다.

단양강 잔도를 지나 애곡터널을 만난다. 이곳의 1차선 터널은 애곡터널 외에도 상진터널, 천주터널, 이끼터널, 수양개빛터널이 있다. 일제강점기 중앙선 철로를 만들면서 뚫어진 터널이다. 단양강변을 지나던 중앙선 철로는 1985년 충주호가 생기면서 강 건너로 옮겨져 자동차가 다니는 길이 됐다.

폐선된 철로가 지났던 이끼터널. 초록으로 물든 이끼터널을 연인끼리 손잡고 지나가면 사랑이 결실을 맺는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젊은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잠시 숲길을 걷고 나자 이끼터널이 기다리고 있다. 이끼터널은 폐선 된 철로가 지나는 산비탈 절개지 양쪽 시멘트벽이다. 이 시멘트벽은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이끼로 파랗게 덮여 명물이 되었다. 초록으로 물든 이끼터널을 연인끼리 손잡고 지나가면 사랑이 결실을 맺는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젊은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이 때문인지 이끼터널 벽면에는 사랑의 흔적을 남긴 글과 하트(♡)마크 같은 낙서들이 많다.

이끼터널을 빠져나가니 느림보 강물길 종점인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이 있다. 이곳 전시관에는 충주댐 수몰지구 문화유적 발굴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중기 구석기시대부터 마한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수양개유적의 유물과 자료들을 전시돼 있다. 남한강변에 터를 잡고 살았을 우리 조상들의 삶은 저 강물과 함께 오랜 세월 흐르고 흘러 오늘에 이르렀다. 인생은 짧고 세월은 유구하다.


※여행쪽지
▶단양 느림보 강물길은 S자를 그리며 흘러가는 남한강변을 따라 걸으며 도담삼봉, 석문, 단양강 잔도 등 천하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길이다.
▶느림보 강물길은 5개 코스로 이뤄져 있다.
-1코스(삼봉길) : 단양생태체육공원→도담삼봉 옛길→이향정→도담삼봉(2㎞, 30분 소요) -2코스(석문길) : 도담삼봉(석문)→능선전망대→하덕천리(3.8㎞, 1시간 20분 소요) -3코스(금굴길) : 고수재 정상→고수재 포토존→출렁다리→금굴(2.3㎞, 40분 소요) -4코스(상상의 거리) : 단양생태체육공원→다누리아쿠아리움 앞길→장미터널→상진대교 입구(6㎞, 1시간 40분 소요) -5코스(수양개역사문화길) : 상진대교 입구→단양강 잔도→이끼터널→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3.2㎞, 1시간 소요)
▶느림보 강물길은 다섯 개 코스를 상황에 맞게 조합하여 걷는 게 좋다. 2코스→1코스→4코스→5코스 순으로 연결하면 3코스만 제외하고 연결해서 걸을 수 있다. 이 경우 총거리 15㎞, 4시간 40분 소요된다.
▶단양읍은 마늘떡갈비와 쏘가리매운탕이 유명하다. 단양읍 곳곳에 마늘떡갈비와 쏘가리매운탕(민물매운탕)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많다. 어부명가(043-421-7688), 단양민물매운탕(043-421-7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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