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3일(금요일)
홈 >> 오피니언 > 시론

‘봉준호’ 만세
이윤배
조선대 명예교수·컴퓨터공학과

  • 입력날짜 : 2020. 02.24. 18:20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여되는 아카데미상은 일명 ‘오스카상’이라고도 한다. 이 상은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 Sciences)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이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70-80%나 된다. 이런 까닭에 아카데미 시상식은 지역 영화제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영화인들의 꿈의 무대이자,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까지 올랐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의 하나인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더니, 이번에는 그동안 ‘백인들만의 잔치’로 악명이 높았던 92년 역사의 ‘아카데미상’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그리고 국제 영화상까지 4관왕을 차지해 아카데미상 역사를 새로 쓰는 기염을 토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은 비(非)영어권 영화로는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이기도 해 이 부분에서도 신기원을 이루었다.

한국 영화는 1962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시작으로 아카데미상에 여러 차례 도전했으나 수상은 고사하고 후보도 오르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기생충’이 최초로 후보 지명과 동시에 4관왕을 차지해, 두 마리 토기를 한꺼번에 다 잡은 셈이다.

세계 주요 언론들은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 소식을 긴급 타전으로 앞다투어 전하면서 극찬 또한 아끼지 않았다. 특히 뉴욕타임즈는 “‘기생충’은 계급 투쟁의 장르를 뒤집는 이야기로써, 유권자들이 미래를 동시에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줬다”라며 “할리우드는 드디어 백인 이야기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라고 분석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유세 도중 뜬금없이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을 비난하며 정신병적인 궤변을 쏟아 내, 미국인들은 물론 세계 영화 애호가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축하는 못 할지언정 백인 우월주의를 신봉하고 돈밖에 모르는 무개념의 장사치가 어떻게 오묘한 예술 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까 싶어 오히려 안쓰럽기까지 하다.

봉준호 감독은 감독상을 받은 후 “국제 영화상 수상 후 오늘 할 일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정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린 시절부터 마틴 스코세지(미국) 감독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가슴속에 새기며 살아왔다고 그동안의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은 1994년 단편 영화 ‘백색인’으로 데뷔한 후, 장편 영화 ‘프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 열차, 마더, 옥자’ 등을 연이어 발표하였다. 이들 모두 어느 특정 장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허를 찌르는 상상력에서 나온 독특하고 새로운 이야기들을 유감없이 구사해 영화 애호가들을 매료시켜왔는데 이번 기생충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영화에 문외한인 필자가 처음 ‘기생충’이란 영화를 접했을 때 영화 제목 자체가 매우 혐오스럽다(?)는 생각을 했었다. 사람이나 생물의 몸 안이나 밖에 붙어살면서 영양분을 빨아먹는 이, 벼룩 따위의 외부 기생충과 회충, 촌충, 십이지장충 등과 같은 내부 기생충이 연상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관을 찾아 ‘기생충’을 감상하면서도 봉준호 감독 영화가 늘 그렇듯 스릴러물인지, 코미디물인지 장르 또한 종잡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내용 전개 과정 예측이 전혀 불가능한, 독특한 소재와 계급 사회와 빈부 양극화 현상을 예술적 감각으로 자연스럽게 잘 승화시킨 작품성은 빛났고, 내용 역시 지루하지 않았으며, 재미있었다.

‘기생충’의 이번 아카데미상 4관왕 달성은 한국 영화 101년사(史)에 영원히 기록될 쾌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다면 큰 의미가 없다. 한류 드라마, K-팝, 그리고 영화 ‘기생충’까지 문화 예술은 그야말로 굴뚝 없는 산업이다. 그런데 한국 영화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고작 2%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 때문에 한국 영화의 세계 영화 시장 점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와 관계기관은 몽매한 지난 정부를 반면교사로 제2, 제3의 봉준호, 기생충이 탄생할 수 있도록 문화 예술 산업을 더욱더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리고 차제에 아이들의 창의성을 말살시키고 있는 현행 주입식 점수 따는 기계 교육 시스템 역시 과감하게 손질해야 한다. 암튼 봉준호 감독, 기생충 만세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