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30일(금요일)
홈 >> 기획 > 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부탄
다랑논을 일구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부탄사람들

  • 입력날짜 : 2020. 02.25. 19:05
도츌라고개에서는 날씨가 맑으면 히말라야 연봉이 그림처럼 펼쳐진다는데, 오늘은 구름에 가려 마음 속으로 상상할 따름이다. 그나마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5천m급 산봉우리들이 아쉬움을 달래준다.
마을 어귀에는 부탄식 탑인 쵸르텐(Chorten)이 있고, 전봇대 같이 길쭉한 나무에 108개의 하얀 깃발을 달아 세워놓은 마니달(Manidar)도 보인다. 마니달은 죽은 사람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세워놓은 것이다.

수십 층의 계단식 논은 높고 가파른 산이 많은 부탄 사람들의 강인한 삶의 의지가 반영된 문화예술이다. 이들은 산비탈을 돌아가며 좁고 길게 늘어진 농경지를 일궈 농작물을 심고 여기에서 생산된 농작물로 자급자족하며 살아간다.

이제 우리는 수도 팀푸를 벗어나 푸나카로 향한다. 푸나카로 가기 위해서는 3천m가 넘는 고개를 넘어야 한다. 산비탈을 따라 지그재그로 난 도로는 자동차가 곡예를 하며 달리게 한다. 쿠엔셀 포드랑 자연공원에 있는 거대한 붓다상이 멀리서 팀푸를 떠나는 중생들을 배웅해준다.

산악도로를 따라 한참을 올라 도츌라패스(Dochula Pass, 3천150m)라 불리는 고개에 도착한다. 도츌라패스는 팀푸와 푸나카를 잇는 고개로 차량통행이 많은 편이다.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108쵸르텐(Chorten)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도츌라고개에 있는 108쵸르텐은 인도 반군소탕을 기념해 만든 탑이자 이 작전에서 숨진 병사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만든 부탄 전통방식의 탑이다.

도츌라고개의 108쵸르텐은 인도 반군소탕을 기념해 만든 탑이자 이 작전에서 숨진 병사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만든 부탄 전통방식의 탑이다.

이 탑이 완공된 것은 2004년이지만 그 역사는 이보다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3년 인도 시킴지방 내란에서 패배한 반군들이 부탄으로 도망치자 인도정부에서는 부탄정부에 반군소탕을 요청했다. 이에 부탄국왕은 직접 군사를 지휘해 1975년 시킴반군을 소탕했다.

탑은 고갯마루 동산에 108기의 작은 탑을 둥그렇게 돌아가면서 3단으로 쌓고, 맨 위에 큰 탑 1기를 배치했다. 부탄 전통 탑 색깔인 흰색 몸체에 밤색 띠를 두른 108쵸르텐을 바라보고 있으니 내 마음이 경건해진다. 아름드리 원시림이 숭엄한 기운을 더해주고, 푸른 나무위에는 맺힌 하얀 상고대가 신비감을 가져다준다.

날씨가 맑으면 히말라야 연봉이 그림처럼 펼쳐진다는데, 오늘은 구름에 가려 마음속으로 상상할 따름이다. 가이드에게 물으니 도츌라고개에서 히말라야를 완벽하게 조망할 수 있는 날을 만나기는 쉽지 않단다. 그나마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5천m급 산봉우리들이 아쉬움을 달래준다.

108쵸르텐에서 도로 건너편을 바라보니 드룩왕걀사원(Druk Wangyal Lhakhang)이 근엄하게 앉아 있다. 드룩왕걀사원은 2008년에 인도 시킴지역 반군세력을 퇴치한 제4대 국왕 지그메 싱예 왕추크를 위해 왕의 어머니가 세워준 사찰이다.

됴츌라고개에 멋진 카페가 있다고 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장엄하게 펼쳐지는 산줄기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다. 도츌라패스를 지나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이곳 카페에 들러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며 여백을 즐긴다.

됴츌라고개를 넘으면 부탄 제3의 도시 푸나카(Punakha)로 이어진다. 산허리를 돌고 돌아 고도를 낮춰가는 길은 올라올 때보다 훨씬 길고 가파르다.

그도 그럴 것이 팀푸의 고도는 2천320m인데, 푸나카는 1천250m로 1천m 이상 차이가 난다. 산비탈을 돌아내려 가다보면 경사지를 개간해 농경지를 만들고, 그 주변에 마을이 형성돼 있는 전형적인 부탄의 농촌모습이 펼쳐진다.

이런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싶은 우리의 마음을 눈치 챈 가이드는 갓길에 자동차를 세워준다.

다랑논과 농촌마을이 어우러진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수십 층의 계단식 논은 높고 가파른 산이 많은 부탄 사람들의 강인한 삶의 의지가 반영된 문화예술이다. 이들은 산비탈을 돌아가며 좁고 길게 늘어진 농경지를 일궈 농작물을 심고 여기에서 생산된 농작물로 자급자족하며 살아간다.

마을에는 학교도 있고, 가옥들도 외형적으로는 선진국 주택과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고 면적도 넓다.

우리의 선입견과 달리 부탄에는 아무리 오지에 있는 마을이라도 대부분 자동차가 들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도로가 놓여있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동부지역과 비교적 부유한 서부지역은 약간의 차이가 있단다.

부탄은 최근 몇 십 년 동안 수많은 도로와 병원이 생기고, 수력발전소와 관청이 들어섰으며, 사회기반시설이 몰라보게 구축됐다. 군주제에서 입헌민주주의로 정치형태도 바뀌고, 차량과 회사 수도 늘어났으며 상업도 활발해졌다. 하지만 이들은 이런 변화 속에서도 전통을 유지하고 부탄고유의 정체성을 지켜나간다.

모든 어린이가 무상으로 교육받고, 기아가 없으며, 세계문화를 충분히 접하면서 살고 있다. 공정하고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추구하는 동시에 영적인 성장을 중시한다.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 속에서 훈훈한 마을공동체를 이루며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부탄사람들은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고향’ 같은 곳인지도 모른다.
치미라캉(Chimi Lhakhang)은 1499년 세워진 사찰로, 아들 낳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우리는 로베사라는 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치미라캉으로 가는 길을 걷는다. 논길을 따라 걷다가 마을을 만난다. 마을 곳곳에서는 여행객에게 기념품을 팔고 있다. 기념품도 대부분 이곳 사람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이나 그림, 탱화 같은 것들이다. 특히 나무로 깎아 만든 남근목이 많이 전시돼 있고, 벽화에도 남근이 그려져 있다. 이는 남자아이의 출산을 기원하는 치미라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마당에서 직접 탱화를 그리고 있는 소년의 모습에 넋을 빼앗기기도 한다.

마을 어귀에는 부탄식 탑인 쵸르텐(Chorten)이 있고, 전봇대 같이 길쭉한 나무에 108개의 하얀 깃발을 달아 세워놓은 마니달(Manidar)도 보인다. 마니달은 죽은 사람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세워놓은 것이다. 주택 지붕에는 고엔달(Goendhar)이라고 불리는 깃발을 달아놓는데, 이는 가정의 번창을 바라는 마음에서다. 티베트나 부탄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오색 깃발에 불교경전을 새겨 긴 줄에 걸어놓은 룽다(lungdar)는 부처님의 말씀이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전파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사원으로 가는 길에는 외국관광객 뿐만 아니라 부탄 현지인들이 많다. 바람에 흔들리는 룽다 밑을 지나면서 부처님의 말씀을 되새긴다. 부탄의 사찰에는 어느 곳이나 마니차가 있고, 거대한 보리수나무가 있다. 마니차는 옛날 글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불교의 수행도구 중 하나다. 부탄이나 티베트 사람들은 마니차를 한 바퀴 돌리면 경전 한 권을 읽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치미라캉(Chimi Lhakhang)은 드룩파 쿠엔리(Drukpa Kuenley) 스님이 1499년 세운 절이다. 치마라캉에는 아들 낳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법당에는 드룩파 쿠엔리 스님상도 모셔져 있고, 나무로 깎아서 만든 남근상도 있다. 남근상을 모신 법당은 치미라캉이 세계에서 유일할 것이다. 치미라캉으로 오는 길에 만난 마을에 남근 조각이 많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치미라캉에서 내려오면서 엄마와 함께 참배를 하고 돌아가는 어린이들을 만났다. 부탄 어린이들은 철들기 전부터 부모와 함께 절에 가서 마니차를 돌리고 법당에서 참배하는 것이 생활화됐다. 부탄 사람들에게는 일상 속에서 기도하고 수행하는 생활불교가 정착돼 있어서 경제적으로는 풍족하지 않아도 맑은 영혼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지 않나 싶다.

길가에서 만난 동네아이들은 내가 어릴 때 흙과 함께 뒹굴던 개구쟁이 모습 그대로다. 동남아나 후진국 관광지를 가면 “1달러”를 외치며 구걸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부탄에서는 그런 모습이 전혀 없다.

가난하지만 구차하지 않고, 맑고 당당하다. 경제적인 풍요보다는 행복한 삶을 우선시하는 부탄사람들의 문화가 어린아이들에게도 그대로 드러난다.
치미라캉에서 내려오면서 엄마와 함께 참배를 하고 돌아가는 어린이들을 만났다. 부탄 어린이들은 철들기 전부터 부모와 함께 절에 가서 마니차를 돌리고 법당에서 참배하는 것이 생활화됐다.

아이를 업고 다니는 엄마의 모습은 과거 우리의 어머니를 보는 것 같아 정감이 더해진다.

논길을 따라 걷다가 마을을 만난다. 마을 곳곳에서는 여행객에게 기념품을 팔고 있다. 기념품도 대부분 이곳 사람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이나 그림, 탱화 같은 것들이다.

길가에서 만난 동네아이들은 가난하지만 구차하지 않고, 맑고 당당하다. 경제적인 풍요보다는 행복한 삶을 우선시하는 부탄사람들의 문화가 어린아이들에게도 그대로 드러난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