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30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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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부탄
부탄 최고 불교성지 탁상사원 순례길

  • 입력날짜 : 2020. 03.17. 19:02
히말라야의 이 후미진 절벽에 있는 탁상사원(Taktshang Goemba)은 부탄사람들이 최고의 불교성지로 여기는 곳이다. 곰바(Goemba)란 일반인에 개방되지 않는 수행자의 공간으로 ‘고독한 은둔자’라는 뜻이다. 탁상(Taktshang)은 호랑이의 둥지를 뜻하는 부탄 말이다. 탁상사원이 자리 잡은 곳은 해발고도가 자그마치 3천140m에 이른다. 그것도 900m 높이의 절벽에 걸려있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아슬아슬하다.
평소에는 오전 9시부터 일정을 시작하는데, 오늘은 8시에 호텔을 출발했다. 부탄 최고의 불교성지 탁상사원을 가기 위해서다. 국제공항이 있는 파로에서 탁상사원으로 가는 길은 부탄의 다른 도로와 달리 비교적 반듯한 편이다. 도로 옆으로 흐르는 티없이 맑은 강물이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청정하게 해준다.
물이 흐르는 골짜기에서 마니차를 품고 있는 쵸르텐(탑) 3기를 만난다. 탑 속의 마니차는 계곡물을 끌어들여 물레방아처럼 자동으로 돌아간다.

파로강을 건너 잠시 숲속으로 난 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탁상사원 주차장이다. 파로에서 30분 정도 걸렸다. 주차장에는 벌써 많은 차량과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주차장에서 바라보니 탁상사원(Taktshang Goemba)이 높은 나무에 매달린 새집처럼 아슬아슬하다. 바위산은 전체적으로 호랑이 얼굴을 닮았다. 산 아래쪽은 짙푸른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위쪽은 천애절벽을 한 바위산이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저 천애절벽을 어떻게 오를 수 있을까? 과연 저 험준한 바위로 올라가는 길이 있을까? 이런 의문이 든다.
탁상사원 가는 길. 가파른 암벽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이어지는 길은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괴로움을 겪으며 살아가는 인생사를 닮았다.

가파른 산길이지만 대부분은 걸어서 올라가는데, 말을 타고 올라가는 사람도 있다. 탁상사원으로 통하는 산길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녔는지 고속도로처럼 넓어졌다.

물이 흐르는 골짜기에서 마니차를 품고 있는 쵸르텐(탑) 3기를 만난다. 탑 속의 마니차는 계곡물을 끌어들여 물레방아처럼 자동으로 돌아간다. 마니차가 한 바퀴 돌아갈 때마다 ‘나’를 찾으러가는 중생들 가슴에 경전의 말씀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다.

길을 걷다가 전망이 트이는 곳에 멈춰서면 저 아래로 부탄의 소박한 마을과 농경지가 평화롭게 다가온다. 탁상사원 가는 길은 세계 각국의 인종전시장 같다. 미국과 독일, 호주와 네덜란드,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육대주에서 온, 피부색이 각기 다른 사람들이 숨을 헐떡이며 가파른 길을 오른다. 아버지와 아들 딸, 아기를 업은 엄마, 고등학생 또래 학생들이 삼삼오오 신성한 곳을 찾아가는 부탄사람들의 발걸음은 내면의 부처를 찾아 가는 순례길이다.

오색으로 펄럭이는 룽다에서도 부처님의 말씀이 그대로 전해진다. 탁상사원이 잘 보이는 곳에 커다란 마니차가 설치돼 있어 잠시 마니차를 돌리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여기까지가 말을 타고 올라올 수 있는 곳이다. 이제는 모든 사람이 두 발로 걸을 수밖에 없다.

힘들게 올라온 사람들을 고즈넉한 카페가 맞이한다. 카페에 들어서자 눈앞으로 펼쳐지는 탁상사원이 우리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탁상사원이 자리 잡은 곳은 해발고도가 자그마치 3천140m에 이른다. 그것도 900m 높이의 절벽에 걸려있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아슬아슬하다. 그런데 아찔한 벼랑에 걸려있는 탁상사원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마음이 포근해진다.
탁상사원뿐만 아니라 주변의 절벽과 봉우리 곳곳에도 탑과 절집이 들어서 있다. 어떤 원력으로 저 험준한 벼랑에 사찰을 세웠을까?

탁상사원뿐만 아니라 주변의 절벽과 봉우리 곳곳에도 탑과 절집이 들어서 있다. 어떤 원력으로 저 험준한 벼랑에 사찰을 세웠을까? 그것은 모든 사람을 삶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려는 불심(佛心)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우리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눈앞으로 펼쳐지는 불가사의한 현실을 직시한다.

고산지대로 올라갈수록 수종은 소나무에서 오크나무로 바뀐다. 원시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오크나무숲이 숭엄하다. 탁상사원이 가까워질수록 길은 더욱 가팔라진다.

가파른 암벽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이어지는 길은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괴로움을 겪으며 살아가는 인생사를 닮았다. 탁상사원으로 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순례의 길이자 수행의 길이 된다.

탁상사원을 바라보며 걷다보면 원초적이고 순수한 감정이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순간 ‘나’도 없어져 버리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존재’도 사라져버린다. 오로지 진리의 세계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걷기삼매’만 있을 뿐이다. 평생을 밖에 나가지 않고 수행에만 몰두한 그루(Guru)의 수도처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진다.

나는 점점 가파른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붙어있는 탁상사원이라는 ‘비현실적인’ 존재 속으로 빠져든다. 이곳은 탐욕에 물들어있는 지상세계라기보다는 고요하고 평온한 피안의 세계인지도 모른다. 마음이 숙연해지면서 저절로 두 손이 모아진다.

히말라야의 이 후미진 절벽에 있는 탁상사원(Taktshang Goemba)은 부탄사람들이 최고의 불교성지로 여기는 곳이다.

곰바(Goemba)란 일반인에 개방되지 않는 수행자의 공간으로 ‘고독한 은둔자’라는 뜻이다. 탁상(Taktshang)은 호랑이의 둥지를 뜻하는 부탄 말이다. 탁상사원은 8세기 부탄에 최초로 불교를 전파한 티베트 불교성자 연화생 보살 파드마 삼바바(Padma Sambhava)가 호랑이를 타고 왔다는 전설이 있어 호랑이 둥지(Tiger’s Nest)라고도 부른다.

부탄에 처음 불교를 전한 파드마 삼바바는 호랑이를 타고 파로에 있는 탁상으로 날아와 금강저와 신통술로 잡신들을 차례로 조복시켰다. 잡신들을 조복시킨 파드마 삼바바는 이곳 석굴에서 석 달간 선정에 잠겼다가 다시 티베트로 돌아간다. 이후 이곳은 불교의 성지로 여겨져 많은 이들의 순례가 이어졌다. 탁상사원은 1951년과 1998년 두 차례의 화재로 전소돼 2004년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탁상사원을 저 아래에서 볼 때 접근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는데, 가파른 산비탈을 돌고 돌아 천애절벽에 있는 곰바에 이르렀다. 깨달음의 길도 그러리라. 범부가 깨달음을 얻는다는 게 쉽지 않지만 탁상사원에 오르듯이 뚜벅뚜벅 가다보면 언젠가는 그 길에 도달하지 않을까 싶다. 깨달음으로 가는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깨달음을 통해 해탈을 하느냐 못하느냐는 순전히 자신의 의지에 달려있을 뿐이다.

이런 천애절벽에도 높이 100m 이상 되는 폭포가 있다. 폭포는 건기에도 마르지 않고 하염없이 쏟아져 내린다. 폭포수 소리가 목탁소리처럼 들려온다. 폭포수소리가 내 마음속에 남아있는 세속의 찌꺼기를 씻어낸다. 폭포 앞 다리를 건너서야 탁상사원으로 오르는 마지막 계단을 밟는다.

우리가 짊어진 배낭이나 모자, 카메라 등을 내려놓고 사원 안으로 들어간다. 예불하는 자의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것이다.

내가 가진 것을 모두 내려놓아야 행복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같다. 파드마 삼바바가 석 달 동안 명상을 했다는 석굴 앞에서는 스님 한 분이 선정삼매에 들어있다. 우리는 기암절벽에 걸려있는 탁상사원의 여러 당우들을 다니며 예불을 드린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세상에 평화가 이뤄지기를, 모든 생명이 온전하게 살아가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한다.

구도하는 자세로 올라간 탁상사원은 이 순간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신성하고 아름다운 사찰이 된다. 내가 지금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충분히 감사하다. 매 순간 깨어있는 자세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멀리에서 하얗게 뒤덮인 히말라야 설산이 탁상사원과 눈을 마주친다. 히말라야는 이미 해탈한 부처가 돼 우뚝 서 있다.

곳곳에 걸려있는 룽다가 바람에 휘날리며 부처님의 말씀을 멀리멀리 인간 세상에 전해준다. 올라갈 때 차를 마셨던 카페에서 탁상사원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는다. 가장 거룩하고 신성한 점심으로 기억될 것 같다.
탁상사원으로 오르는 길에는 곳곳에 룽다가 걸려 있다. 경전이 인쇄된 룽다는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처님의 말씀이 널리널리 퍼져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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