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28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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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위기
최형천
㈜KFC 대표이사·경영학 박사

  • 입력날짜 : 2020. 04.05. 18:24
온 지구촌이 코로나19와 전쟁 중이다. 우리나라는 모든 국민이 합심해 혼란을 최소화하고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정부의 신속한 대응, 의료진의 헌신, 시민들의 자발적 협조는 세계가 주목하는 감염병 대응 모범사례로 찬사를 받고 있어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위기 속에서 이런 아름다운 진면목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부끄러운 민낯도 세상에 노출되기도 한다. 대구지역의 집단감염이 종교단체에서 발생했던 것으로 밝혀져 당국이 종교집회 자제를 권고했으나 예배를 강행한 교회가 속출하면서 감염이 지역사회로 확산되고 있어 시민들이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지자체의 예배 중단요청을 종교의 자유 침해로 항의하는 교회단체의 모습은 국민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이렇게 공익을 외면하고 협소한 교리만을 주장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에 대한 오독이며, 국민을 적으로 삼는 행위로 오인 받을 수 있다. 신앙적으로 보아도 인간은 누구나 사랑받아야 할 존재이며, 그 중 누구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은 창조주의 의도에 어긋나는 일이다.

21세기를 맞으며 인류가 경험하는 새로운 사조 중의 하나는 탈종교화 현상이다. 서구의 교회는 그 건물의 위용에도 불구하고 텅텅 비어 있으며, 우리나라도 전체 인구의 56.1%는 종교를 갖고 있지 않다. 이는 10년 사이에 9.2%가 늘어난 숫자이다(2015년 인구센서스). 특히 40대 이하의 젊은 층과 교육 받은 계층에서 더욱 많이 이탈하고 있다. 인류 역사와 함께 인간의 삶에 등대 역할을 했던 종교가 왜 이렇게 외면 받고 있을까? 종교학자들은 종교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신흥 종교의 출현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한다. 사람들이 새로운 믿음을 찾는 이유는 기성 종교가 제 몫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기성 종교의 반성(종교 언어로 회개)이 먼저라고 본다. 식당과 비교해서 죄송하지만 마치 손님 떨어진 식당 주인이 손님이 다시 오도록 하기 위해 식당운영을 하나씩 점검해 보는 것처럼 말이다.

전문가들의 조언에 의하면, 사람들이 종교를 떠나는 첫 번째 원인은 기성 종교가 민중을 위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도 산업사회가 되면서 경제와 도시의 발달은 물질적으로 풍요를 가져왔지만 반면에 경쟁이 일상화 되고 위험이 커지면서 심리적인 불안감도 증폭됐다. 게다가 현대인은 극단적인 개인주의의 만연으로 겉으로 드러나는 사교적인 모습과는 다르게 내면적으로는 고립감에 시달리고 있는 고독한 군중이다(데이비드 리스먼). 이렇게 불안하고 외로운 대중이 갈구하는 것은 위로이며 희망이다. 영성이 필요한 시대에 위로가 되지 못하는 종교를 사람들이 외면하는 것이다. 위로가 없는 교당, 영혼의 보살핌이 없는 목회자에게 실망하는 사람들이 무신앙을 선택하며, 이 틈새를 파고드는 것이 유사종교집단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종교를 떠나는 두 번째의 원인은 종교가 사회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권위적이며 비민주적이라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특징은 정치적으로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시스템이 정착되고 있는 점이다. 이렇게 성숙된 사회의 시민은 성숙된 종교인이 된다. 과거처럼 천당 가고 부자 된다는 단순한 ‘기복신앙’으로는 그들의 영혼을 이끌 수 없다. 종교가 우리들 중 가장 낮은 자를 섬기며 사회의 부정의와 부조리를 비판하고 세상의 소금이 돼야 하는데, 기득권자와 가진 자 편에 서서 세속화돼 있다면 생각 있는 신앙인들을 부끄럽게 한다. 또한 과학의 시대를 살아온 현대인은 논리적이지 않는 도그마를 수용하지 않는다. 교리로 억압하고 의무로 겁박하는 방식으로는 그들을 붙잡을 수 없다. 주입된 죄의식과 의무에 시달려 정신적으로 피곤하고, 위로 받지 못하면서도 매주 출석해야하는 강요는 육체적으로는 고통일 수밖에 없다. 특히 평화를 지향해야 할 종교가 타인에게 분노하고, 자신의 교리를 가지고 상대를 공격하는 사랑 없는 모습은 종교라는 제도를 회의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종교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일본에서는 ‘옴진리교 사건’이 일본 사회를 뒤흔들었고, 이후 종교에 대한 혐오감이 증폭되면서 종교를 멀리하게 되었다. 맹목적인 믿음만을 고수하면 맹신을 낳고 사회로부터 외면 받는다. 세상의 위로가 돼야 할 종교가 세상의 걱정거리가 된다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깨어 있는 민중이 민주사회를 만든 것처럼, 깨어 있는 신앙인이 사랑받는 종교를 만든다. 필자도 신앙인이며 그래서 종교는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으로, 종교이야기는 조심스럽지만 애정으로 이 글을 썼다. 평화가 모두에게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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