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28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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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카다브라!
박철우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기획금융팀장

  • 입력날짜 : 2020. 04.06. 18:39
춘삼월 주말, 인적을 피해 화순에서 시작하는 무등산 규봉암 산행길에 나섰다. 주상절리대 빼어난 풍광은 듣던 대로였고, 때가 때인지라 암자 입구의 ‘코로나19 완전소멸 기원~’ 펼침막이 눈에 들어왔다. 마음 같아선 ‘박멸’인데 애써 ‘소멸’이란 용어를 골라 썼을 거라고 불가의 고심을 지레짐작해 보았다. 청정도량에도 코로나19 기운이 뻗어 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으로 전 세계가 본격적으로 코로나19 격랑 속에 들어섰다. 감염지역 183개국(지역), 확진자 127만4천명, 사망자 6만9천명을 기록한 가운데 사망자 수로는 이미 사스 774명, 신종플루 1만9천700명을 크게 넘어섰다. 인류의 60-70%가 감염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그나마 중국, 우리나라, 이탈리아 등이 정점을 찍고 확산 추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코로나19는 잊고 지냈던 국내외 금융시장의 오랜 역사적 기록들을 되살려냈다.

3월16일 미국 다우지수는 하루에 12.93%(2,997.10포인트)가 하락하여 1987년 블랙먼데이 22.6% 이후 역대 두 번째의 폭락 기록을 재연했다. 이날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도 1993년 도입 이래 최고치 82.69를 기록하였다. 3월19일 국내 코스피지수는 2009년 7월24일 이후 10년 8개월 만에 장중 1,500선이 붕괴(1,499.77)되었고, 광주전남지역 3월 소비자심리지수(79.7)도 전월대비 19.3포인트가 하락하여 낙폭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9.0포인트)보다 컸다.

이번 각국의 코로나19 사태의 진행과 대응을 지켜보면서 ‘감염병시대’에 새롭게 주목하게 된 가치와 과제들을 몇 가지 정리해 보았다.

첫째, 정보 투명성의 가치다. 코로나19 확진자 숫자나 이동 동선에 대한 공개에서 보았듯이 투명한 정보공유는 정책의 신뢰성을 높이고 자율적인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토대가 된다. 정보가 은폐되고 단절될수록 불안과 공포는 커지고 불신과 음모론만 확대재생산 된다.

둘째, 비대면 경제활동(untact economy)의 증가다. 코로나19의 확산 중에도 국내에 사재기가 많지 않았던 이유로 원활하게 작동한 택배시스템을 든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오투오(O2O) 산업, 비대면 쌍방향 교육(강의), 재택근무·원격회의, 비접촉식 결제 등과 관련된 인프라 확충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셋째, 고령자 의료에 대한 지원 확대다. 코로나19 치사율이 높은 이탈리아 경우를 보면 65세 고령인구 비율이 23%로 일본 다음으로 높고 코로나19 사망자 90% 이상이 70세가 넘은 고령자라고 한다. 2019년 기준 광주와 전남의 고령인구 비율이 각각 12.9%, 22.3%로 다른 광역시도에 비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인요양시설 등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필요한 지원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이 딱히 없는 지금의 우리 처지는 말라리아가 유행한 2세기 로마시대와 다를 바 없다. 로마황제 주치의였던 세레누스 사모니쿠스가 지은 ‘의서(Liber Medicinalis)’에 따르면 당시의 말라리아 처방은 바로 ‘아브라카다브라(ABRACADABRA)’라고 쓰여진 부적을 몸에 지니는 것이었다고 한다. “역병아 물러가라”쯤의 기원을 담은 이 주문의 효험을 황제 주치의도 인정했다고 하는데, 자주 되뇌어 보면 자심감과 긍정 마인드로 면역기능이 강화되면서 뜻하지 않은 효과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아브라카다브라! 아브라카다브라!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 소식이 조만간 깜짝뉴스로 전해지기를 간절히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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