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30일(금요일)
홈 >> 기획 > 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섬진강 따라가는 박경리토지길 2코스(화개십리벚꽃길)
폭죽 터지듯 쏟아지는 꽃비…벚꽃 채색화속으로 스며들다

  • 입력날짜 : 2020. 04.07. 19:24
화개천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벚꽃길이 지리산 품속에다 아름다운 꽃그림을 그려놓았다. 하얀 꽃길은 맑디맑은 화개천 물줄기와 어울리고, 산자락에 터를 잡은 녹차밭 마을과 조화를 이루면서 사람의 향기까지 풍겨준다.
구례 땅에 접어들자 벚꽃이 도로를 따라 물길처럼 흘러간다. 벚꽃물결은 유유히 흘러가는 섬진강을 만나 더욱 우아해졌다. 화사하게 핀 벚꽃물결을 말없이 지켜보던 지리산이 기지개를 켜면서 봄맞이를 시작했다. 지리산과 백운산 자락을 가르며 굽이굽이 흘러가는 섬진강물은 벚꽃과 함께 남해바다로 흘러간다. 경상남도 하동과 전라남도 광양을 잇는 남도대교의 아치형 교각은 이미 벚꽃과 사랑에 빠졌다.

화개장터에 도착했다. 평일인데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어서 관광객은 예년에 비해 현격하게 줄었다. 지리산에서 흘러온 화개천이 섬진강에 합류하는 강변마을 화개는 ‘화개장터’라는 노래로 널리 알려졌지만, 예로부터 영남과 호남을 잇던 요충지였다. 화개교 다리를 건너면서 바라보니 멀리 지리산 주능선이 웅장하고, 지리산 골짜기를 돌고 돌아 흘러온 화개천이 섬진강으로 스며든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 입구까지 5㎞에 이르는 도로에는 수령 50년이 넘는 벚나무 가로수가 터널을 이룬다. 이 길을 ‘화개십리벚꽃길’이라 부른다.

벚꽃길로 접어들자 ‘한국의 아름다운 길’이라 쓰인 표지판이 길안내를 해준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 입구까지 5㎞에 이르는 도로에는 수령 50년이 넘는 벚나무 가로수가 터널을 이룬다. 이 길을 ‘화개십리벚꽃길’이라 부른다. 벚나무가 베풀어주는 꽃 대궐 속으로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빨려 들어간다. 하늘을 덮은 꽃 터널은 인간을 순수한 세계로 인도한다.

길 아래에 있는 푸른 보리밭이 하얀 벚꽃과 어울려 더욱 산뜻하다. 사람들은 벚꽃길을 걸으며 사랑에 빠진다. 젊은 연인들끼리 팔짱을 끼고 걷고 있으면 벚꽃은 사랑의 꽃비를 내려준다. 꽃비를 맞으며 걷던 연인들이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화개십리벚꽃길은 ‘혼례길’이라고도 부른다. 벚꽃이 화사하게 피는 봄날, 남녀가 꽃비를 맞으며 이 길을 걸으면 사랑이 이뤄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화개천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벚꽃길이 지리산 품속에다 아름다운 꽃그림을 그려놓았다. 하얀 꽃길은 맑디맑은 화개천 물줄기와 어울리고, 산자락에 터를 잡은 녹차밭 마을과 조화를 이루면서 사람의 향기까지 풍겨준다.

덕평봉과 칠선봉을 지나 세석평전으로 이어가는 지리산 주능선과 촛대봉에서 남쪽으로 뻗어 내린 남부능선이 벚꽃길과 눈을 마주친다.

십리벚꽃의 화사함에 더해 지리산의 유장한 산줄기와 화개천의 맑은 물줄기가 우리를 깊고 순수한 세계로 인도해준다.

벚꽃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들에게도 꽃비를 내려 축복해준다. 하얀 벚꽃에 노란 개나리나 핑크색 복사꽃이 함께하며 꽃 향연을 벌인다. 감미로운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물위에도 벚꽃이 피어있다.

하동의 봄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녹차밭이다. 짙푸른 녹차밭과 하얀 벚꽃이 어울려 채색미를 고조시킨다. 다랑논에 이랑과 골을 이루며 펼쳐지는 녹차밭의 가지런한 조형미는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정갈해진다. 화개천변 산비탈에서는 오래된 야생차밭이 짙푸른 곡선을 그린다.
지리산 자락 하동군 화개면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녹차를 재배한 시배지로 알려져 있다. 화개는 섬진강과 화개천을 끼고 있어 안개가 많고 습도가 높으며 차 생산 시기에는 밤낮의 기온차가 커 차나무재배에 적합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지리산 자락 하동군 화개면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녹차를 재배한 시배지로 알려져 있다.

화개는 섬진강과 화개천을 끼고 있어서 안개 많고 습도가 높으며 차 생산 시기에는 밤낮의 기온차가 커 차나무재배에 적합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화개에서는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덖음 기술을 활용하여 고급녹차를 생산해 오고 있다. 하동군에서는 하동야생차를 홍보하기 위해 쌍계사 입구에 하동야생차박물관을 세웠다.

쌍계사로 향한다. 상가에서 모퉁이를 돌면 곧바로 길 양쪽 바위에 새겨진 쌍계(雙溪)석문(石門)이 탐방객을 맞이한다.

이 쌍계석문 글씨는 최치원이 지팡이로 썼다고 전해진다. 이곳에서 화개천과 쌍계사 쪽에서 흘러오는 계곡이 만난다고 해서 쌍계(雙溪)라는 이름을 얻었다.

쌍계사는 경사진 지형을 감안해 가람배치가 조밀하고 단아하다. 쌍계사 대웅전(보물 제500호)은 정면 5칸 측면 3칸의 크지 않은 건물이지만 위엄이 있다.
울창한 숲과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가니 삼신산 쌍계사(三神山 雙溪寺)라 쓰인 다포계 팔작지붕을 한 일주문이 화려함을 뽐낸다. 일주문부터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 천왕문, 팔영루까지 지나면 대웅전 영역에 이른다. 쌍계사는 경사진 지형을 감안해 가람배치가 조밀하고 단아하다.

쌍계사 대웅전 앞 계단 아래에는 신라 명필로 꼽히는 고운 최치원이 쓴 진감선사대공탑비(국보 47호)가 천년세월을 이어주고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글씨를 알아볼 정도로 잘 보존돼 있다.
대웅전 앞 계단 아래에는 신라 명필로 꼽히는 고운 최치원이 쓴 진감선사대공탑비(국보 47호)가 천년세월을 이어주고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글씨를 알아볼 정도로 잘 보존돼 있다.

대웅전(보물 제500호)은 정면 5칸 측면 3칸의 크지 않은 건물이지만 위엄이 있다. 대웅전 옆에 핀 홍매화가 검은색 기와지붕에 봄기운을 전해준다.

쌍계사는 크게 두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경내의 주축을 이루는 일주문에서 팔영루·대웅전에 이르는 영역과 계곡을 사이에 두고 108계단을 올라가 만나게 되는 금당영역이 그것이다. 금당영역에 들어서자 팔작지붕을 한 팔상전이 있다. 팔상전에는 석가여래상과 함께 영산회상도(보물 제925호), 팔상도(八相圖)가 모셔져 있다. 팔상전 옆으로 또 하나의 계단을 올라서자 높은 위치에 금당(金堂)이 자리하고 있다. 금당 안에는 불상 대신 육조혜능의 두개골을 모신 7층 석탑이 세워져 있다.

쌍계사에서 예불을 마치고 등산로를 따라 불일폭포로 향한다. 울창한 숲으로 뒤덮인 길은 한적하고 고요하다. 봄을 체감한 나무들은 이미 새움을 틔우기 시작했다.

따스한 봄기운에 새들의 노랫가락도 경쾌하다. 불일평전을 지나면 세석평전·삼신봉으로 가는 길과 불일폭포 가는 길이 갈린다. 갈림길을 지나자 폭포수소리가 들려온다. 가파른 절벽 위로 난 길을 따라 가는데, 곧게 솟은 적송이 위엄을 과시하고 붉게 핀 진달래가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불일암 앞을 지나 가파른 길을 내려서자 불일폭포가 위용을 드러낸다. 살짝 굽이치며 쏟아지는 물줄기는 부드럽되 천하를 호령하는 듯하다. 폭포 아래 용소에서 살던 용이 승천하면서 꼬리를 살짝 쳐서 좌우로 청학봉과 백학봉을 만들고, 그 사이로 물이 쏟아지면서 폭포가 됐다는 불일폭포는 높이가 60m에 달한다.

오던 길을 되돌아 내려와 국사암으로 향한다. 쌍계사 삼거리에서 국사암으로 가는 아름드리 소나무 숲길이 고즈넉하다. 정말 걷기 좋은 길이다. 국사암은 쌍계사를 창건한 신라 의상대사의 제자 삼법스님이 머물렀다는 유서 깊은 암자다. 신라 말 쌍계사를 크게 일으킨 진감선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가 살아나 거목으로 자랐다는 느릅나무가 오랜 세월 암자를 지키고 있다.

화개천에 놓인 목압교를 건너는데, 우아하게 핀 복사꽃이 배웅을 해준다. 의신마을과 칠불사로 가는 도로에 벚꽃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산비탈에도 벚꽃이 채색화를 그려놓았다. 화사한 봄날이다.

※여행쪽지
▶섬진강 따라가는 박경리토지길 2코스는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입구까지의 화개십리벚꽃길과 쌍계사에서 불일폭포를 다녀오는 산길로 이뤄져 있다.
▶코스 : 화개장터→화개중학교→하동야생차박물관→쌍계사→불일폭포→국사암(13㎞, 4시간 30분 소요)
▶쌍계사 입구와 화개장터에는 식당이 많다. 쌍계사 입구 단야식당(055-883-1667)의 사찰국수는 별미다. 더덕산채정식, 산채비빔밥도 단야식당의 인기메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