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1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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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해남 달마고도
그 길은 내 마음속 진리를 찾아가는 길

  • 입력날짜 : 2020. 04.21. 19:03
달마고도를 걷다보면 해남군 북평면과 완도를 연결한 완도대교가 손에 잡힐 듯하고, 완도의 최고봉 상황봉이 바다 위에 우뚝 솟아있다. 완도와 해남 사이에서 좁은 해협을 이루고 있는 바다는 넓은 강 같아 보인다.
한반도의 마지막 산줄기가 빚은 달마산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백두대간과 호남정맥, 땅끝기맥을 따라 먼 길을 달려온 산줄기는 불꽃처럼 달마산을 솟구치고는 바다로 스며든다. 달마산에 들어서니 미황사가 기다리고 있다.

일주문을 지나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갈 때마다 미황사가 조금씩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미황사는 계단 하나를 오르거나 문 하나를 통과할 때마다 새로운 절집을 보여준다. 계단을 오르면서 세속을 벗고, 사천왕문과 자하루를 통과하며 청정한 마음을 검증받는다. 자하루를 지나 마지막 계단을 올라 미황사의 중심공간에 도착한다.
미황사는 대웅보전을 비롯한 여러 절집들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달마산 암봉과 어울려 사뭇 경쾌하다. 돌계단과 경사지에 쌓은 돌 축대까지도 바위봉우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미황사 응진전 앞에 서면 자하루 지붕 너머로 낮은 산줄기와 바다가 바라보인다. 산속 절집에 서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도 미황사의 매력이다.

미황사는 대웅보전(보물 제947호)과 응진전(보물 제1183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건물이 근래에 증축됐지만 오래된 사찰처럼 달마산과 조화를 이룬다.

넓은 마당 뒤에 앉아있는 대웅보전을 비롯한 여러 절집들은 병풍처럼 펼쳐지는 달마산 암봉과 어울려 사뭇 경쾌하다. 특히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다포계 건물인 대웅보전은 불꽃처럼 솟아있는 산세와 어울려 무척 아름답다. 1751년 중수된 대웅보전의 주춧돌에는 연꽃잎과 함께 게와 거북 같은 바다생물이 새겨져 있다. 응진전 앞에 서면 자하루 지붕 너머로 낮은 산줄기와 바다가 보인다.

달마고도를 걷기 위해 사천왕문 옆 초입으로 들어선다. 미황사 옛 기록에 따르면 달마산은 중국 선종을 창시한 달마대사의 법신(法身)이 항상 계시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산 이름이 달마산이다.

달마고도는 달마산에 위치한 옛 12암자 터를 도는 순례코스이자 걷기 여행길이다.

달마대사의 법신이 달마산에 상주한다는 믿음으로 과거 선인들이 걷던 옛길을 복원했다. 인근 주민들이 산나물을 채취하거나 산 너머 마을을 오갈 때 걸었던 옛길도 살려냈다.

달마고도로 접어드니 부드러운 오솔길이 이어진다. 울창한 숲에는 참나무, 산벚나무 등 낙엽수와 동백나무, 삼나무 같은 상록수가 공존한다. 달마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갈리고 달마고도는 산허리를 완만하게 돌아간다. 숲길을 걷다보면 너덜지대가 나타나 변화를 준다. 달마산은 능선이 규암으로 이뤄져 있어 이 바위들이 깨져서 형성된 너덜지대가 많다.

산허리를 따라 걷다보면 능선에서 바위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하늘과 땅 사이에 솟아있는 바위들은 자연이 만든 부처이고, 이 아름다운 산은 그대로 거대한 사찰이다.

달마고도는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모든 과정을 직접 사람 손으로 만들어 자연 그대로의 소박함을 느낄 수 있다. 너덜지대에도 돌을 평평하게 짜 맞춰 사람들이 걷기 편하게 만들어놓았다.

달마고도는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모든 과정을 직접 사람 손으로 만들어 자연 그대로의 소박함을 느낄 수 있다. 너덜지대에도 돌을 평평하게 짜 맞춰 사람들이 걷기 편하게 만들어놓았다. 너덜을 지날 때마다 해남군 현산면의 산과 들, 마을이 정답게 바라보인다. 너덜 위로 바위봉우리들이 아기자기하게 솟아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두륜산에서 달마산으로 이어지는 땅끝기맥이 지나는 큰바람재를 넘는다. 관음암터에 도착했다.

암자터에는 작은 암자 한 동 정도 들어갈 빈터가 남아있고, 샘터도 있다. 스님들은 큰절인 미황사에서 큰바람재를 넘어 이곳 관음암까지 달마고도를 오갔을 것이다.

달마고도는 과거 스님들이 명상하며 걸었던 수행길이다. 관음암터에 서 있으니 남쪽 바다 너머로 완도 땅이 지척이다. 해남군 북평면과 완도를 연결한 완도대교가 손에 잡힐 듯하고, 완도 최고봉 상황봉이 바다 위에 우뚝 솟아있다. 완도와 해남 사이에서 좁은 해협을 이루고 있는 바다는 넓은 강 같아 보인다.

바다가 전해준 봄기운을 따라 달마산 자락 논에서는 보리가 푸릇푸릇 왕성한 생명활동을 시작했다. 푸릇푸릇한 들판은 해안선을 이루면서 바다와 만난다. 바다와 들판에 의지한 마을도 바다에서 불어온 봄바람을 타고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산비탈 곳곳에 진달래가 붉게 피어 무채색 바위에 화장을 해준다.

달마고도를 걷다보면 아기자기한 암봉들이 예술적 감흥을 불러일으키고, 푸른 바다와 완도 땅이 부드러움을 더해준다. 산길은 고즈넉해 조용히 사색하며 걷기에 그지없이 좋다. 적요한 오솔길은 나를 단순하고 소박하게 한다. 단순 소박한 삶속에 행복이 있다고 가르쳐주는 것 같다.

문수암터에 도착했다. 암자가 있던 자리에는 지금도 작은 자연석으로 쌓은 축대가 남아있다. 문수암터 뒤에는 바위 봉우리가 솟아있어 암자를 받치는 광배 역할을 하고 있다.

문수암터에서도 완도땅과 남해바다가 한눈에 바라보인다. 새잎을 잉태한 떡갈나무를 비롯한 여러 활엽수에서 생명의 소리가 들린다. 봄 향기를 맡으며 걷다보면 순환하는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 이런 자연의 이치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참된 삶이 아닐까 싶다.

달마산 정상 근처 문바우재를 거쳐 미황사로 넘어가는 길이 갈리는 삼거리를 지난다. 달마고도를 걷다보면 중간 중간 능선을 넘어 미황사나 부도암, 도솔암으로 넘어가는 갈림길을 만난다. 갈수록 서어나무가 많아진다. 달마고도를 걷는 내내 달마산 바위들이 군무를 펼치고, 바다와 섬은 진한 그리움을 가져다준다. 산 아래 푸릇푸릇한 농경지는 조각보를 이어놓은 것처럼 예쁘다.

길은 물 흐르듯 구불구불 이어지고, 나는 그 길을 걷고 또 걷는다. 그 길은 단순·소박한 세상으로 가는 길이고 진리의 세계로 가는 길이다. 결국 길은 나의 내면으로 통한다. 도솔암으로 넘어가는 갈림길이 있는 곳에는 미륵세계로 가는 문 마냥 두 개의 바위가 우뚝 서 있다. 여기에서 300m를 오르면 도솔암에 닿는다.

길은 모퉁이를 돌고 돌아 남쪽 비탈로 이어진다. 백일도 흑일도 같은 섬들이 가깝게 다가온다. 한반도의 땅끝도 바라보인다. 몰고리재에서 땅끝기맥을 만난다. 땅끝기맥은 몰고리재에서 8㎞ 정도 산줄기를 이어가다가 바다로 스며든다.

도솔암에서 미황사로 가는 길에서는 해남군 송지면 들판과 마을이 산 아래로 펼쳐지고, 그 뒤로 바다가 드넓게 펼쳐진다. 멀리 진도 땅까지 다가온다.
몰고리재를 지나니 해남군 송지면 들판과 마을이 산 아래로 펼쳐지고, 그 뒤로 바다가 드넓게 펼쳐진다. 멀리 진도 땅까지 다가온다. 도솔봉을 이루고 있는 송곳 같은 암봉들은 거대한 바위꽃을 피웠다. 하늘과 땅 사이에 솟아있는 바위들은 자연이 만든 부처이고, 이 아름다운 산은 그대로 거대한 사찰이다.

걷기 좋은 오솔길이 끝나는 지점에 부도암이 있다. 부도암 역시 닭벼슬처럼 솟은 바위들이 배경을 이룬다. 부도암으로 들어가는데 부도밭이 눈길을 끈다. 부도밭에는 24기의 부도와 부도비가 서 있다. 소탈하면서도 정갈한 모습이 청렴하게 살다간 선승을 보는 것 같다.

달마산을 한 바퀴 돌고나니 다시 미황사다. 다시 만난 미황사가 ‘진리는 멀리서 찾는 게 아니고 자신의 마음에서 찾아야한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여행쪽지
▶달마고도는 달마산에 위치한 12암자 터를 도는 순례코스이자 걷기 여행길이다. 달마산 중턱을 따라 한 바퀴 도는 원점회귀형 코스다.
▶코스 : 미황사→큰바람재(제1코스, 2.71㎞)→노지랑골(제2코스, 4.37㎞)→몰고리재(제3코스, 5.63㎞)→미황사(제4코스, 5.03㎞)
-거리, 소요시간 : 17.74㎞, 6시간 소요
-난이도 : 보통
-달마고도는 17.74㎞에 이르는 장거리 코스이기 때문에 자신의 체력에 맞춰 갈림길에서 능선을 넘어가거나 산 아래 마을로 내려가는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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