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1일(수요일)
홈 >> 기획 > 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완주 구이저수지 둘레길
호수 위에 펼쳐진 연둣빛 ‘봄 축제’

  • 입력날짜 : 2020. 05.05. 17:09
호수는 잔잔하고 주변 산은 부드럽게 솟아 음양의 조화를 이룬다. 구이저수지는 경각산과 모악산 사이에 형성된 골짜기에 수줍은 듯 자리하고 있다. 호수 가운데에 작은 섬 하나가 있어 보는 재미가 더한다.
차창 밖으로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산골풍경은 소박하고 평온하다. 섬진강이 유유히 흘러가고, 회문산과 오봉산을 비롯한 수많은 산봉우리가 첩첩하게 다가온다. 섬진강 상류 옥정호를 지날 때는 자동차 속도가 저절로 늦춰진다. 이렇게 산과 강, 호수가 가져다준 자연경관을 감상하며 달리다보니 어느덧 전북 완주군 구이면소재지에 도착해 있다. 구이면행정복지센터에 주차를 해놓고 구이저수지로 향한다. 구이면행정복지센터 앞쪽에는 대단위 전원주택단지가 조성돼 있다. 모악산을 등지고 구이저수지를 마당삼아 조성된 모악호수마을은 2014년 완주군이 공공기관 주도형으로 개발했다.

전원마을을 지나 구이저수지에 닿는다. 호수는 잔잔하고 주변 산은 부드럽게 솟아 음양의 조화를 이룬다. 푸른 호수 위에는 연둣빛 산이 봄의 수채화를 그려놓았다. 구이저수지는 경각산(659m)과 모악산(794m) 사이에 형성된 골짜기에 수줍은 듯 자리하고 있다.

저수지 가운데에는 작은 섬이 있다. 묘지가 있는 작은 섬은 구이저수지에 물이 가득차도 잠기지 않는다. 섬 가에는 물이 넘치지 못하도록 담장을 쌓아놓고 나무를 심어놓았다. 호수 한 가운데에 작은 섬 하나가 있어 보는 재미가 더해진다.

부드러운 산으로 둘러싸인 호수를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포근해진다. 전주근교에 있는 구이저수지는 전주시민들이 즐겨 찾는 안식처다. 번잡한 도시를 벗어나 저수지 주변을 가볍게 산책하기도 하고, 낚시를 하며 망중한을 즐기기도 한다. 자연 속에서 외식하러 가기도 한다.

호숫가로 이어지는 ‘구이저수지 둘레길’을 걷는다. 호반을 따라 걷는데 경각산을 넘어온 햇살이 호수 위로 내려와 윤슬을 만들어냈다. 눈부시게 다가온 윤슬이 사람들에게 속삭이듯 말을 건넨다. 윤슬을 이룬 호수가 찬란한 빛을 발한다.

호숫가 숲길을 걷다가 논길을 걷기도 한다. 저수지 가운데로 길게 고개를 내민 산줄기는 푸른 호수와 입을 맞춘다. 호수와 사랑에 빠진 버드나무는 아예 물 속에 자리를 잡았다. 차가운 물속에서 한겨울을 지낸 버드나무들은 새순을 돋우어 생명력을 과시한다.

구이저수지 배수구 아래에 놓인 다리는 예쁜 조각품 같다. 이름도 경관교량이다. 경관교량을 건너면 제방길로 이어진다.
구이저수지 배수구 아래에 놓인 다리는 예쁜 조각품 같다. 이름도 경관교량이다. 경관교량을 건너니 길게 제방길이 이어진다. 제방 아래에는 벚나무 길이 있어 벚꽃 피는 계절에는 화려한 벚꽃 띠를 형성한다. 구이저수지는 1963년 축조됐으니, 그 역사가 60년 가까이 된다. 구이저수지에서 배출한 물은 농업용수로 사용된다.

구이저수지 제방에서는 전주시내의 건물들이 가깝게 바라보인다. 구이저수지는 전주 시내가 바라보이는 북쪽만 평지이고, 나머지 방향은 모두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포장된 제방길을 지나 숲길로 들어선다. 숲길로 들어서니 새순을 돋운 나무들이 청신하다. 으름나무덩굴에도 꽃이 피어 꽃향기를 전해준다. 봄꽃 향기에 신이 난 새들은 감미롭게 노래를 한다.

산에 기댄 마을과 농경지에서도 생명력이 넘쳐흐른다. 연둣빛 신록 속으로 깊숙이 빠져든다. 신록은 추운 겨울을 묵묵히 견딘 후 피워낸 생명체라 더욱 신비롭고 아름답다. 호수 건너편 모악호수마을의 울긋불긋한 지붕들이 푸른 호수, 연두색 신록과 더불어 기지개를 편다. 호수로 가지를 뻗은 나뭇가지는 짙푸른 호수위에서 재롱을 피운다. 옹기종기 솟아있는 산봉우리들은 호수와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화가 됐다.

호수 건너에서 바라본 모악산과 호숫가 마을이 정겹다. 모악산은 어머니가 어린 아이를 안고 있는 모양의 바위가 있어서 ‘모악(母岳)’이라 했다는데, 산의 형상이 부드럽고 편안하다.

모악산은 금산사를 비롯해 귀신사, 대원사, 수왕사 등 수많은 사찰을 품고 있다. 불교의 미륵사상이 호남지방에서는 모악산을 중심으로 전파됐다. 미륵신앙의 본거지로 여겨진 모악산에서는 증산교를 비롯한 각종 신흥종교들이 성행했다.

구이저수지 둘레길은 호숫가 숲길이 많지만 가끔 호수 위에 놓인 데크길을 걸을 때는 마치 물 위를 걸어가는 것 같다.

호숫가 산비탈에서는 연두색으로 물든 신록이 ‘봄의 축제’를 벌이고 있다. 봄의 축제는 겨울을 지나면서 움직임도 없이, 소리도 없이 준비되고 있었던 것이다.

모악산 동쪽 사면에서 발원한 계류는 이곳 구이저수지로 흘러들었다가 전주천으로 흘러간다. 모악산 서쪽자락 물줄기는 김제평야를 적시며 흘러가는 동진강의 수원이 된다. 호숫가에 놓인 데크길을 걸을 때는 마치 호수 위를 걸어가는 것 같다. 호숫가 산비탈에서는 연두색으로 물든 신록이 ‘봄의 축제’를 벌이고 있다. 봄의 축제는 겨울을 지나면서 움직임도 없이, 소리도 없이 준비되고 있었던 것이다.

2015년 10월 문을 연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은 5만5천여점의 유물을 통해 태고적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술에 담긴 우리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있는 박물관이다.
호반길에서 잠시 작은 고개를 넘으니 경각산 자락에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이 자리를 잡고 있다. 2015년 10월 문을 연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은 5만5천여점의 유물을 통해 태고적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술에 담긴 우리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있는 박물관이다. 공원처럼 잘 가꿔진 박물관 외부에는 수많은 술항아리가 전시돼 있고, 주안상을 놓고 술을 마시고 있는 조각상 등 술과 관련된 설치물이 관심을 끈다.

다시 구이저수지로 돌아오니 ‘사랑의 열쇠’가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서 북쪽으로 가는 길은 ‘모악길’, 남쪽으로 가는 길은 ‘경각길’이라고 부른다. 사랑의 열쇠 앞에서 사랑하기로 언약하고 딸을 낳고 싶으면 모악길로, 아들을 낳고 싶으면 경각길로 가라고 한다.

모악길과 경각길 모두 걷기 좋은 호반 숲길이지만 모악길보다는 경각길이 경사지가 더 많아 아들 낳을 사람은 경각길로 가라고 한 것 같다. 산길을 따라 걷다가 호숫가로 내려오니 구이저수지 최상류다. 하트‘♡’ 조형물이 설치된 경관교량을 건너 호반 논길을 걷는다.

호수 가운데에는 수많은 물버드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마치 바다의 맹그로브 숲 같다. 물 가운데에 몇 그루의 버드나무가 있는 곳은 있지만 이렇게 수백그루의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호수 숲 근처에서는 낚싯배를 타고 낚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호수 밖에서 호수 안 버드나무숲을 바라보니 연둣빛 섬 같다.

항가마을 앞에 서니 호수 건너편 경각산이 그림자를 저수지에 내려놓았다. 마을 앞밭에는 상추, 아욱, 부추 같은 채소가 풍성하게 자라고 있다. 매실나무에도 작은 매실이 포도송이처럼 열려있고, 감나무에는 새순이 올라와 꽃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항가마을 뒤편 언덕을 오르니 구이저수지가 정겹게 내려다보이고, 호수 건너편 데크길이 반갑게 손짓한다. 북동쪽 멀리 완주군과 전주시의 경계를 이루며 우뚝 솟은 고덕산(603m)이 듬직하게 서 있다. 잠시 숲길을 걷고 나니 모악호수마을다. 구이저수지를 한 바퀴 돌고서야 출발했던 지점에 도착한 것이다. 여전히 산은 듬직하고, 호수는 잔잔하다.

※여행쪽지
▶구이저수지 둘레길은 모악산과 경각산이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호수, 구이저수지를 한 바퀴 도는 길이다.
▶코스 : 구이면행정복지센터→경관교량→술테마파크→항가마을→모악호수마을→구이면행정복지센터(주차하기 좋은 술테마파크를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음)
▶거리/소요시간 : 8.8㎞/3시간 소요
-난이도 : 보통
-구이저수지 주변에는 식당이 많다. 메기구이·메기매운탕을 하는 엄지식당(063-221-8395), 한우정육점을 겸하고 있는 소야(063-222-3235) 등.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