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15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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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의 국회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20. 06.03. 18:26
대한민국 국회가 문을 열었다. 1948년 5월 31일 개원한 초대 제헌의회에서 시작해 벌써 제21대, 72년이 되었다. 6·25 전쟁을 비롯해 3·15 부정선거와 4·19혁명, 5·16 군사쿠데타, 박정희·전두환 군부독재,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6·10 민주항쟁 등의 역사적 사건들과 거치면서 13대 국회 때 5월30일로 정해졌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엄혹한 코로나의 계절인데다 경제가 최악의 상황이다. 국내외 환경 역시 녹록치않다. 밖으로는 한반도의 최대 숙제인 북핵 문제는 해결 난망인 채, 미국과 중국의 패권 싸움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구실로 ‘신냉전’이라 불릴 만큼 경제·산업·외교·군사 등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식민지 과거사 책임론과 일본의 수출규제를 놓고 한일 갈등도 현재진행형이다.

긴장감을 갖고 국회가 빨리 가동돼 국민생활의 안정을 찾아줘야 할 책무가 부여된 시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 상임위원장을 놓고 벌이는 신경전이 좀처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절대 과반 의석을 내세우며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모두 갖겠다고 호언장담한 상황이다. 미래통합당은 “차라리 국회를 없애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여야 원내대표가 원 구성 협상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도 논의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오히려 갈등만 더 깊어지고 있다.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대립하면서 5월로 예정된 첫 본회의가 열릴 지도 미궁에 빠졌다.

민주당은 독자적으로라도 5일 개원을 한다고 하지만 정치적인 제스처라고 해도 너무 소모적이다. 국민을 위해서만 일하겠다던 국회가 개원한지 일주일도 안돼 미궁에 빠진 것을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

논란이 길어질수록 여야 모두 득 될 게 없다. 하루빨리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 합리적인 선에서 상임위원장 배분을 마무리 짓고 국회 개원을 서둘러야 한다. ‘일하는 국회’를 표방한 21대 국회는 해야 할 일이 산적하다는걸 잊었는가. 티격태격할 여유가 없다.

21대 총선에서 국민들이 더불어민주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준 것은 집권여당으로서 포용하고,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민의가 담겨 있다. 코로나19로 온 세계가 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와중에 여야가 지난 20대 국회의 모습을 재현한다면 국민의 뜻은 안중에도 없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제발 21대 국회는 지난 20대 국회를 반면교사 삼아 시작부터 생산적 국회를 만들어서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민을 위로해야 한다.

21대 국회 의석분포는 전체 300석 중 범진보·범여권이 190석(더불어민주당 177석, 정의당 6석, 열린민주당 3석, 기본소득당 1석, 시대전환 1석, 무소속 2석), 범보수·범야권이 110석(미래통합당 103석, 국민의당 3석, 무소속 4석)이다. 표면적으로는 민주당과 통합당의 양당체제이지만, 실제적으로는 민주당이 입법권력인 국회를 장악한 구조이다. 민주당이 책임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압도적인 지지를 해준 호남은 21대 국회에서 초거대 의석을 지배하는 민주당이 효율적인 민주적인 국회 관리 능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민주당이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해 야당의 가치를 인정할 때 국회는 통 크게 굴러갈 수 있다. 민주당은 스스로 국회권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야당의 견제를 존중하고, 야당과의 협치를 국회운영 제1원칙으로 삼기 바란다.

우리는 더 이상 국회의 질곡사, 세월이 변하는 동안 변할 때마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험한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지난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엄중한 시절이다. 21대 국회는 지금껏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전 세계가 경험하지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세계적 재앙 속에 개원했다는 점을 잊지말라.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코로나19사태 속에서 목숨을 걸고 4월 15일 투표를 한 국민을 기억하라. 전 세계 어느 국가도 시도할 수 없었던 모험을 감행한 투표였다. 그 모험 속에 선출된 21대 국회의원이 등원하는 개원이라는 점에서 대한민국을 모험 속 모범국가로 도약시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일하는 국회법을 1호 법안으로 처리하겠다는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 통합당도 타협을 통한 생산적 협치 약속을 이행하라. 코로나 사태에 따른 미증유의 경제위기 속에 출범하는 국회인 만큼 국민이 절실히 바라는 것은 한 가지다. 여야가 토론과 협치를 통해 경제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라는 것이다. 이것이 유권자인 국민의 명령이자 시대의 소명이다. 부디 여야 모두 낡은 이념과 진영논리에서 탈피해 합리적으로 토론하고 합의점을 도출하는 모습을 보여달라. 정치가 경제를 볼모로 잡아서는 안된다. 경제 문제는 ‘뜨거운 머리’가 아니라 ‘냉철한 이성’으로 접근하고 풀어가야 한다.

제발 바라건대, 국민만 바라보고 일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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