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12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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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오월광주, 봄날은 간다
주홍
치유예술가·샌드애니메이션 아티스트

  • 입력날짜 : 2020. 06.04. 19:27
“오월아 내 사랑아! 나는 너의 진실 안다. 오월아, 내 사랑아… 중략” ‘오월아 내 사랑아’ 라는 노랫말이다. 40년을 오해와 왜곡을 견디며 민주주의와 진실을 외치고 있는 5·18광주민중항쟁은 그야말로 피비린내 나는 가시밭길의 세월을 걸어왔다. 그리고 지금도 핍박받는 세계인들의 손을 잡고 나아간다. 오월정신이다.

오월광주는 한국현대사에서 1980년대와 1990년대를 지나면서 수많은 청년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질문하게 했고, 1980년 이후 오월의 진실을 외치다 감옥에 갇히고 고문당하고 목숨을 바쳐서 지키고 일궈낸 ‘민주주의’, 그리고 ‘대동세상’이라는 정신을 남겼다.

마흔 살이 된 광주의 오월에 어떤 선물을 할까?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광주의 진실과 살인자들이 처벌받지 않고 오히려 왜곡하고 호의호식하며 잘 살고 있다. 40년이 지났지만 영령들에게 꽃을 바치기 죄송한 마음이다. 촛불과 피켓을 들어야하고 포스터를 내 걸어야 하고, 걸개그림을 그려야 한다.

작년 가을이다. 사회의 부당한 문제에 전위적인 작업을 하는 전국의 작가 분들께 전화를 했다. “선생님, 내년이 5·18 40주년인데요. 40주년 포스터를 작가가 만든다면 어떤 포스터를 만들까? 전국의 40명의 작가가 한 점씩 제작한 포스터 원화를 전시하려고 합니다.” 여기까지만 전달해도 흔쾌히 참여 의사를 밝혀 주셨다. 아니, 그분들이 오히려 나서서 작가 분들을 연결시켜주시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시며 격려해 주셨다.

‘아! 오월의 연대가 아직도 살아있구나!’ 전시를 진행하면서 감동적인 전화를 많이 받았다. 이런 오월의 연대가 없었으면 1987년 6월 항쟁이 있었겠는가? 우리는 끔찍한 조작과 억압의 군부독재치하에서 숨죽이며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40점의 오월40주년포스터가 만들어졌고, 전국에서 택배로 작품들이 도착했다. 포스터 원화들은 코로나19와 전쟁 중인 2020년의 상황을 담아서 풍자한 작품들이 많았다. 정의를 상징하는 여신상의 목을 골프채로 날려버리는 전두환, 이미 죽어서 무덤에 풀이 자라고 있는데 좀비처럼 눈을 뜨고 있는 전두환, 골프채로 곤장을 맞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모양의 전두환, 이순자가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외치며 마치 이한열 열사처럼 뒤에서 전두환을 부축하고 있는 패러디, 전두환을 찢어죽이자 현수막을 앞에 걸고 달리는 시민군차량을 수묵으로 그리고 전두환을 찢어죽이자 라고 다시 40년 만에 반복해서 쓴 글귀, 전두환과 12·12쿠데타 일당들을 코로나바이러스로 표현한 작품,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법정의 질문, 법으로 처형하지 못한 전두환을 그림 속에서라도 민중의 낫으로 처형한 장면, 오월의 진실과 세월호의 진실 규명을 위해 등불을 밝히고 횃불을 들고 춤을 추는 그림, 연꽃으로 환생한 시민군의 총, 민주광장의 횃불이 민들레 홀씨가 되어 날아가는 그림, 절규하는 시민들이 희망의 연대를 이끌어가는 그림... 그림으로 글씨로 담아낸 40주년 메시지들은 강력했다. 세상이 모두 아는 발포명령자 처벌과 진실규명, 그리고 아름다운 연대의 꽃과 나눔의 상징 주먹밥이 작품 속에서 발언하고 있었다.

나는 포스터 원화 작품들을 벽에 걸면서 마음속에 떠오르는 오월 영령들의 이름을 불렀다. 최후의 항전에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도청에 남았던 시민군의 떨리는 마음이 느껴졌다. 마음속에서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누구라도 끝까지 남아서 지켜야 먼저 죽은 동지들이 개죽음이 안될 것 아니요! 나는 여기 남을 라요!”, “나도 남을 라요!”, “나도!”, “나도!”, “나도!” ... 오월이 되면 10일 간의 치열했던 항쟁에 참여한 광주시민들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아직도 가슴이 뛴다. 이번 40주년에는 창작의 시간으로 채워졌다. 이 42점의 40주년 포스터와 6점의 오월 노래가 창작되었기 때문이다. 홍성담 작사의 ‘아무도 몰라’를 비롯하여 ‘붉은 길’, ‘너는 살아서’, ‘오월아 내 사랑아’, ‘함께 라서 좋았다’, ‘헤이 택시 광주갑시다’ 여섯 곡이 대중적인 노래로 만들어졌다. 코로나19 덕분에 유배의 시간동안 오월을 생각하며 나는 가사를 썼고, 승지나 작곡가가 작곡을 했다. 김종필·김아름·피터펀·박현서 가수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노래를 녹음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어려운 오픈식이었지만 오월영령들께 바치는 그림들을 걸어놓고 노래했다. 광주의 오월은 마흔 살이 되었지만 창작하고 발표하며 평화와 해방으로 나아가는 길을 걷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 길에 동행해주신 분들, 그 아름다운 연대에 감사의 절을 올린다. 불혹의 오월광주,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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