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30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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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고흥 쑥섬
바다 위 은밀하게 핀 꽃밭에서 행복을 노래하다

  • 입력날짜 : 2020. 07.07. 18:11
쑥섬 꽃정원은 400여종의 꽃이 계절을 바꿔가며 피어 무릉도원을 연출한다. 노랑, 빨강, 분홍, 보라 등 수많은 색상의 화려한 꽃들이 파란 하늘, 푸른 바다와 어울려 색의 향연을 펼친다.
내나로도에 있는 형제섬. 썰물이 되면 형제섬은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 것처럼 내나로도와 연결된다.

고흥반도는 여러 섬을 거느리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섬이 나로도와 거금도다. 오늘은 나로도의 부속섬 쑥섬을 만나러간다. 나로도는 내나로도와 외나로도로 이뤄져 있다. 육지와 가까운 안쪽 섬을 내나로도, 바깥쪽 섬을 외나로도라 부른다.
나로대교를 건너 내나로도에 들어서자 차창 밖으로 형제섬이 모습을 드러낸다. 쑥섬을 만나기 전 형제섬을 만나러간다. 마침 썰물이 돼 형제섬은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 것처럼 내나로도와 연결됐다. 형제섬 뒤로는 바다 건너 멀리 고흥반도의 산들이 올망졸망 솟아 있다.
형제섬을 나선 우리는 외나로도에 있는 나로우주센터로 향한다. 나로우주센터는 자체기술로 인공위성을 우주공간으로 쏘아 올리기 위해 건설한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발사기지로, 2009년 6월 완공됐다. 나로우주센터의 준공으로 한국은 세계에서 열세 번째로 자체 발사장을 보유한 나라가 됐다.

나로도항에서 바라본 쑥섬, 쑥섬은 83m밖에 안 되는 산줄기가 완만하게 이어져 소가 누워있는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나로도항에 도착하니 인근 바다에서 잡은 병치, 삼치, 민어, 갈치 같은 생선들이 막 경매를 끝내고 소매를 시작했다. 나로도 인근바다에서는 봄에는 병치, 가을에는 삼치가 많이 잡힌다. 특히 가을철이면 나로도항에서 삼치파시가 열릴 정도로 삼치의 집산지로 알려져 있다.

쑥섬행 배를 탄다. 나로도항에서 바라보니 손에 닿을 듯 가까운 곳에 쑥섬이 길쭉하게 늘어서 있다. 쑥섬 옆에는 사양도가 자리하고 있다. 사양도에는 207m 높이의 산봉우리가 뾰족하게 솟아 있지만, 쑥섬은 83m밖에 안 되는 산줄기가 완만하게 이어져 소가 누워있는 것 같다.

나로도항을 출발한 여객선은 5분 만에 쑥섬 선착장에 도착한다. 쑥의 질이 좋아서 쑥섬이라 했고, 한자로 쑥 애(艾) 자를 써서 애도(艾島)라고도 부른다. 쑥섬 선착장에 도착하니 울긋불긋 지붕을 한 쑥섬마을이 소박하고 정겹다. 쑥섬에는 현재 12가구 15명만이 살고 있다.

평범한 어촌주택 사이에 갈매기 모양의 하얀색 2층 건물인 갈매기카페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갈매기카페 옆길을 따라 오르는 길은 ‘헐떡길’이다. ‘헐떡길’이라는 이름처럼 가파른 숨을 몰아쉬며 가파른 길을 3분 정도 오르니 원시림이 기다리고 있다.

2017년 (사)생명의 숲과 산림청이 주관한 ‘제17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누리상’을 수상한 난대원시림이다. 숲에서는 후박나무, 육박나무, 푸조나무, 동백나무 같은 난대원시림이 숭엄한 기운을 내뿜어준다. 이곳 원시림은 쑥섬마을 당숲으로 신성하게 보호됐다가 2016년 400년 만에 개방됐다.

어둑한 난대원시림을 빠져나가자 환상의 풍경이 연출된다. 바로 ‘환희의 언덕’이라 부르는 전망대다. 우리는 이곳에 서서 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풍경화에 취한다. 나로도항과 외나로도의 풍경이 부드럽게 다가오고, 지척에서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쑥섬 남서쪽 끝을 이루고 있는 수십m 높이의 기암절벽은 천혜의 비경이다. 금계국이 회색 암벽을 노랗게 물들이고, 푸른 바다는 아름다운 풍경화의 바탕이 돼준다.

외나로도 남서쪽으로는 망망대해가 펼쳐지고, 망망대해에 떠 있는 소거문도 거문도 손죽도 초도 같은 섬들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북서쪽에서 바다와 만나면서 리아스식 해안을 이룬 고흥반도는 멀리서 육지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바다 위에 비밀스럽게 꽃을 피웠기에 ‘비밀 꽃정원’이다. 전남도 민간정원 제1호인 이곳 꽃정원은 쑥섬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적인 풍경이다.

환희의 언덕을 지나 ‘몬당길’을 걷는다. ‘몬당’은 ‘산마루’를 일컫는 전라도 방언이다. ‘몬당길’을 걷다보면 사방에서 바다와 나로도 등 다도해 풍경이 가슴에 안겨온다. ‘몬당길’을 통과하면 ‘비밀 꽃정원’이다. 바다 위에 비밀스럽게 꽃을 피웠기에 ‘비밀 꽃정원’이다. 전남도 민간정원 제1호인 이곳 꽃정원은 쑥섬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적인 풍경이다.

노랑, 빨강, 분홍, 보라 등 수많은 색상의 화려한 꽃들이 파란 하늘, 푸른 바다와 어울려 색의 향연을 펼친다. 꽃밭 속 사람들은 나비가 돼 꽃향기를 따라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꽃길을 걷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행복의 꽃이 활짝 피었다. 쑥섬 꽃정원은 400여종의 꽃이 계절을 바꿔가며 피어 무릉도원을 연출한다. 쑥섬과 나로도 사이에 형성된 해협은 호수처럼 잔잔하고 평온하다.

쑥섬 북쪽에 다다르자 사양도가 좁은 바다를 가운데 두고 어깨를 나란히 한다. 가파르게 솟아있는 사양도의 산봉우리와 완만한 쑥섬의 모습이 음양의 조화를 이룬다. 쑥섬 북쪽 끝 벼랑 위에는 성화등대가 서 있다. 모양이 성화를 닮아 성화등대라고 부른다.
성화등대에서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너럭바위와 수직을 이룬 해안절벽이 푸른 바다와 어울린 모습이 비경을 이룬다. 너럭바위는 하늘에서 신선들이 내려와 바둑을 두거나 거문고를 타면서 놀았던 곳이라 해서 ‘신선대’라 불렀다.

성화등대에서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눈길을 사로잡는 비경이 기다리고 있다. 널따란 너럭바위와 수직을 이룬 해안절벽이 푸른 바다와 어울린 모습이 그것이다. 너럭바위는 하늘에서 신선들이 내려와 바둑을 두거나 거문고를 타면서 놀았던 곳이라 해서 신선대라 불렀다.

신선대 옆 깎아지른 기암절벽은 안으로 동굴이 뚫려 바닷물이 들락거린다. 이 굴을 중빠진굴이라 부른다. 신선대와 성화등대는 고흥반도 남쪽 끝자락과 작은 섬들 사이로 지는 해를 감상할 수 있는 일몰명소로도 알려져 있다. 쑥섬은 동쪽은 지대가 완만해 마을과 포구가 자리하고 있고, 서쪽은 기암절벽을 이뤄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성화등대로 되돌아와 쑥섬마을로 내려선다. 해변으로 내려서기 직전 두 개의 우물을 만난다. 쑥섬마을 북쪽 끝에 있다고 해서 ‘우끄터리 쌍우물’이라 한다. 해변 시멘트길을 따라가는 길은 ‘동백길’이다. 200-300년 된 동백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동백꽃이 피는 계절에는 나무와 땅에 핀 동백꽃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 길을 걷다보면 발아래에서 바닷물이 출렁이고, 동백숲이 만들어준 그늘은 햇볕을 가려준다.

쑥섬마을에 들어서자 돌담길이 정겹다. 자연석으로 높게 쌓은 돌담은 낮은 처마와 붉은 지붕을 한 가옥들과 소박하게 어울린다. 크기도 다르고 모양도 각기 다른 작은 돌들을 정교하게 짜 맞춘 돌담은 섬 주민들이 만든 예술품이다. 돌담길은 골목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면서 부드러운 곡선을 만든다. 사람들은 이 길을 ‘사랑의 돌담길’이라 부른다.

마을 앞 포구에는 작은 배 몇 대가 정박돼 있다. 섬을 한 바퀴 돌고나서 처음 출발했던 갈매기카페에 도착했다. 갈매기카페 옆 쑥섬 로컬푸드매장에서는 쑥섬에서 생산된 농산품을 판매하고 있다. 주로 쑥을 이용한 제품들이다. 배를 타고 나로도항으로 돌아가는데 쑥섬과 사양도가 나란히 서서 배웅을 해준다.


※여행쪽지
▶고흥 쑥섬은 나로도항에서 배로 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나로도 부속섬으로, 바다 위에 비밀스럽게 꾸며진 꽃정원을 따라 걸을 수 있는 환상의 섬이다.
▶코스 : 쑥섬 선착장→갈매기카페→난대원시림→환희의 언덕→비밀 꽃정원→신선대→성화등대→동백길→쑥섬마을→쑥섬 선착장
▶거리/소요시간 : 4㎞/1시간30분 소요
※나로도항→쑥섬 배시간 : 07:30, 08:50, 10:00-14:00(매시), 15:30, 17:00(5분 소요)
※쑥섬→나로도항 배시간 : 나로도항 출발시간 10분 후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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