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30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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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산청 대원사 계곡길
아름드리 솔숲과 정갈한 계곡은 대원사로 이어지고

  • 입력날짜 : 2020. 07.21. 19:58
대원사에서 유평마을로 이어지는 오솔길. 아름다운 계곡을 바라보고, 청아하게 흐르는 물소리를 듣다 보면 온갖 번뇌와 망상이 사라져버린다.
대전통영고속도로를 따라 경남 산청으로 향한다. 고속도로와 나란히 덕유산에서 발원한 경호강이 유유히 흘러가고, 강 주변에는 작은 마을과 농경지가 정겹게 자리를 잡았다. 강과 농경지, 마을은 붕긋붕긋 솟은 산봉우리에 감싸여 요람처럼 포근하다. 산청IC를 빠져나오니 산청읍이다. 산청읍에서 웅석봉과 왕산 필봉산 사이 골짜기를 지나 밤머리재로 오르는 길은 지그재그로 이어가는 구절양장길이다. 구불구불 이어지면서 고도를 높인 도로는 밤머리재(570m)에서 정점을 찍는다. 밤머리재를 넘어 한참을 내려오니 중산리 가는 길과 대원사 가는 길이 갈린다.

우리는 대원사 골짜기로 방향을 틀어 버스정류장이 있는 대원주차장에 도착한다. 과거 지리산 종주의 대미를 장식하며 걸었던 대원사 계곡을 오늘은 유평마을까지만 다녀올 예정이다. 바로 ‘대원사 계곡길’이다. ‘대원사 계곡길’은 대원주차장에서 대원사, 유평마을로 이어지는, 찻길을 피해 만든 오솔길을 일컫는다. 계곡길로 들어서자 소막골야영장으로 들어가는 출렁다리가 놓여있다.

가락국 마지막 왕인 구형왕이 소와 말에게 먹이를 먹였던 곳이라고 해서 소막골이라 불렀다. 이곳 외에도 주변에는 구형왕과 관련된 지명이 많다. 구형왕이 넘었다는 왕등재, 망을 보았다는 망덕재, 군량미를 저장했다는 도장굴이 그것이다.

깊은 산골을 이룬 계곡은 울창한 숲에 감싸여 있고, 숲 가운데로 계곡물이 하염없이 흘러간다. 물은 높은 자리를 탐내지 않고 항상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물은 특별히 자신의 모양을 고집하지 않고 만나는 대상에 따라 자신을 맞춘다. 커다란 바위가 있으면 돌아서가고, 모래나 자갈을 만나면 모래·자갈을 적시며 고요히 흘러간다. 자기를 고집하지 않고 대상과 어울리는 물이 있어 계곡과 강은 아름답다.

길은 계곡가 울창한 숲길을 따라 이어진다. 숲길을 걷고 있으면 계곡 물소리가 청량하게 들려오고, 여기에 뒤질세라 새들이 감미롭게 노래를 불러준다. 나무와 새, 물과 바위, 하늘과 바람, 길과 그 길을 걷는 사람…. 이 모든 것들은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 이런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때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

대원사 계곡길에는 유난히 아름드리 적송이 많다. 대원사계곡은 수많은 지리산 계곡 중에서 솔숲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소나무 줄기 사이로 옥색 물빛이 맑은 기운을 전해준다. 나무사이로 자기모습을 감췄던 계곡은 자신의 알몸을 드러내준다. 우리는 흐르는 물이 만들어내는 관악연주에 귀 기울이고, 갖가지 형상으로 빚어진 바위와 눈을 맞춘다. 계류는 작은 소를 만들어 푸른빛을 띠다가도 여울을 만나면 하얀 물보라를 만들어낸다.
흐르는 물이 관악연주를 만들어내고, 갖가지 형상으로 빚어진 바위가 갖가지 조각품을 진열해 놓았다. 계류는 작은 소를 만들어 푸른빛을 띠다가도 여울을 만나면 하얀 물보라를 만들어낸다.

잠시 대원사로 통하는 도로로 올라선다. 이 길은 1차선 도로로 승용차 정도만 통행할 수 있지만 달리는 자동차는 많지 않다. 계곡 위에 놓인 대원교를 건너자 방장산 대원사(方丈山 大源寺) 일주문이 중생들을 맞이한다. 방장산(方丈山)은 지리산의 옛 이름이다. 방장(方丈)은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공간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방장산은 매우 크고 깊은 산이라는 뜻이다.

대원사 일주문을 지나 대원사로 가는 길은 아름드리 소나무 사이로 난 데크길이 인상적이다. 거북이등 모양을 이룬 소나무 줄기가 숭엄한 기운을 전해주고, 거목을 이룬 적송 사이로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숨바꼭질을 하는 것 같다. 깔끔한 바위를 타고 내려오는 와폭이 오랜 세월 이 자리를 지켜온 소나무들과 행복한 조화를 이룬다. 아름드리 적송에 취하고, 정갈한 계곡에 취해 걷다보니 어느덧 대원사에 도착해 있다.

계단을 따라 올라 2층 누각 형태의 천왕문을 통과하니 절 마당을 둘러싼 대원사의 중심공간이 펼쳐진다. 신라 진흥왕 때 창건된 대원사는 임진왜란 때부터 1947년 여수·순천사건 때까지 수차례 소실됐다가 1955년부터 법일스님이 중창하기 시작해 오늘날과 같은 규모의 사찰이 됐다. 대원사는 양산 석남사, 예산 수덕사 견성암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비구니참선도량이다.
신라 진흥왕 때 창건된 대원사는 임진왜란 때부터 1947년 여수·순천사건 때까지 수차례 소실됐다가 1955년부터 법일스님이 중창하기 시작해 오늘날과 같은 규모의 사찰이 됐다.

대원사는 비구니사찰답게 깔끔하고 정갈하다. 사찰은 깊은 산속 아름다운 계곡 옆에 자리 잡아 적막하고 고요하다. 거대한 지리산 품속에서 핀 ‘한 송이 연꽃’같다. 대웅전에서 들려오는 비구니스님의 염불소리가 청아하다. 염불소리를 들으며 부처님께 삼배를 올린다. 나와 자연, 나와 너의 분별이 사라진다.

대원사 다층석탑(보물 제1112호)에는 자장율사가 가져온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봉안돼 있다. 전체적인 모습이 훌쩍 커 보이는 이 탑은 철분이 많은 화강암을 사용해 붉은 색을 띤다.
대웅전 뒤편으로 돌아가니 대웅전 지붕 높이의 사리전 담장 위로 다층석탑이 우뚝 서 있다. 대원사 다층석탑(보물 제1112호)에는 자장율사가 가져온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봉안되어 있다. 전체적인 모습이 훌쩍 커 보이는 이 탑은 철분이 많은 화강암을 사용해 붉은 색을 띤다. 탑은 단순하면서도 균형 잡힌 형태미가 돋보인다.

대원사에서 마음을 씻고서 다시 걷기 시작한다. 방장교를 건너 유평마을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걷는다. 대원사계곡은 숭엄한 기운이 넘치는 소나무 숲과 깔끔한 바위, 옥빛 계류가 어울려 고결한 모습을 띤다. 아름다운 계곡을 바라보고, 청아하게 흐르는 물소리를 듣다 보면 세상의 온갖 번뇌와 망상이 사라져버린다. 대원사 스님들도 이곳 계곡에 앉아 참선수행을 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 계곡은 절집의 확장이고, 자연이 만들어준 수행처다.

용이 100년간 살았다는 전설이 서려있는 용소에 도착했다. 깔끔하고 비스듬히 누운 붉은 빛의 반석을 적시며 흐르던 물이 항아리 모양으로 파인 연못을 만나 5m 깊이의 용소가 되었다. 금슬 좋은 원앙과 수달, 담비가 이곳 용소를 놀이터 삼아 살아간다.

대원사계곡은 지리산 중봉 북동쪽 골짜기에서 발원한 조개골 물줄기와 해발 1천200m에 위치한 무제치기폭포에서 흘러온 물줄기가 만나 이뤄진 계곡이다. 유평마을에 도착했다. 유평마을에는 1994년 폐교된 유평초등학교가 있다. 공식적인 이름은 유평초등학교지만 일반적으로 가랑잎초등학교로 불린다. 부산의 한 신문기자가 가을운동장의 정겨운 낙엽 속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고 ‘가랑잎초등학교’라는 이름을 붙여줬다고 한다. 지금은 학생야영수련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유평마을에서 오던 길을 되돌아 내려간다. 그동안 계곡을 거슬러 올라왔다면 이제부터는 물이 흘러가는 대로 따라서 내려간다. 다시 만나는 계곡의 모습이 여전히 아름답고 신선하다.

※여행쪽지
▶대원사계곡은 수많은 지리산 계곡 중에서도 빼어난 풍경을 자랑한다. 대원사 계곡길은 아름다운 대원사계곡을 따라 이어진 옛 선인들의 유람길이며, 가락국 마지막 왕인 구형왕의 전설이 서려있는 곳이다.
▶코스 : 대원주차장(소막골야영장)→대원교→대원사→용소→유평마을
▶거리 및 소요시간 : 편도 3.5㎞(왕복 7㎞), 3시간 소요
▶유평마을과 대원주차장 근처에 닭백숙, 산채비빔밥 등을 먹을 수 있는 몇 개의 식당이 있다. 대원주차장에서 자동차로 10분 정도 걸리는 산청군 시천면 소재지에 있는 ‘열매랑뿌리랑산나물뷔페’(055-972-6971)는 주변에서 채취한 신선한 재료로 만든 채식뷔페음식점으로 음식이 깔끔하고 맛이 담백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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