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2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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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화의 '5월이야기']오월극 ‘애꾸눈 광대’에서 ‘그날의 약속’까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연구실장
국제학박사

  • 입력날짜 : 2020. 08.06. 19:28
초청장을 받았다. 5월 현장에서 다친 애꾸눈 광대, 이지현 선배로부터 온 것이었다. 사실, 2년에 한번 이상은 관람했다. 대본이 바뀌고, 출연진이 바뀔 때마다 공연장을 찾았다. 5월의 상처 치유를 위해 연극을 하는 선배를 위로하고 격려한다는 차원에서 찾아가곤 했었다. 관람 후 소견을 말하면 선배는 반가움을 표시하며 꼭 반영하겠다고 피드백에 반가움을 보였다.

그동안 연극은 크게 서너 번 변했다. 2012년 1인극 품바 공연으로 시작됐다. 5월 당시 시신을 수습하다 군인의 개머리판에 맞아 실명하고 상무대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했던 자전적 이야기가 주요 틀거리였다. 많은 사람들이 연극을 보며 울었다. 2014년 모노드라마에서 배우들의 협연극으로 탈바꿈했다. 이야기 거리가 더 풍성해졌다. 2017년에는 ‘애꾸눈 광대-어머님 전상서’란 타이틀 아래 자전적인 내용의 가족 이야기로 전환됐다. 어머니의 시각으로 5·18을 조명했다.

이번엔 또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공연장을 찾았다. 또 한번의 큰 변화가 엿보였다.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공연 ‘애꾸눈광대-그날의 약속’은 5·18 당시 평범하기 그지 없었던 시민의 삶을 그려냈다. 5·18을 겪으면서 시민군이 되어가는 과정과 최후의 항쟁지, 도청 지하실에서의 사연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말없이 박수를 보냈다. 큰 감동이었다. 이 작품을 준비하던 중 선배는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을 여러 차례 찾았다. 프락치로 오해를 받았던 문용동 전도사의 구술 자료를 비롯해 잘 알려지지 않은 기록을 훑었다. 이종기 변호사 기록, 고등학생자료 등에 다양한 정보를 주변사람들에게서 얻었다. 기록물이 팩트다. 팩트에 기반한 오월극의 이야기는 힘이 넘쳤다. 기록관을 자주 찾았던 선배의 부지런함이 그대로 연극에 녹아있었다. 그게 팩트가 주는 에너지이기도 했다.

평범한 주부 김경숙은 아들 박종팔(18)이 친구의 죽음으로 시위대에 합류하자 만류한다. 한편, 전도사인 문운동은 나일순에게 청혼을 하며 행복을 꿈꾸지만, 광주상황은 갈수록 더 험악해져만 간다. 잠시 계엄군이 철수하자, 시민군은 시가전을 준비하며, 도청 지하실에 다이너마이트를 옮겨 놓는다. 계엄군은 무기를 반납하라고 압박하고 수습대책위와 시민군들은 술렁이기 시작한다. 그날 ‘최후의 밤’을 보냈던 이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엮어 26일 밤 결사항쟁파와 무기회수파로 나뉜 시민군 사이의 갈등을 그려낸다. 27일 군부가 탱크를 동원해 전남도청으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음에도 나가지 않고 최후 항전을 벌인다. 그리고 약속을 한다. 매년 5월27일에 도청에서 만나자고 다짐한 약속은 “여기서 싸우다 죽으면 혼백으로라도 꼭 돌아와 만나자. 더는 독재와 억압이 없는 자유로운 민주주의 세상에서 만나서 서로 함께 살자”라는 한 명 한 명의 약속이 우리 모두의 약속으로 승화된다.

여전히 5·18은 광주시민들의 삶에서 살아 숨쉰다. 그날의 약속은 이제 ‘우리’의 약속이 되었다. 5·18은 광주만의 의로운 싸움이 아니었다. 이후 진실을 알리려고 수많은 사람들이 치열하게 살았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5·18인 셈이다. 광주의 5·18은 그렇게 대한민국의 5·18이 되어가고 있다. 오월극이 한국의 근·현대사극으로 승화되기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의 염원에 힘입어 ‘그날’의 약속은 한시적이 아니라 쉼 없이 지켜질 것이다. 그리고 광주의 정신도 덩달아 쉼 없이 퍼질 것이다. 꼭 그리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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