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1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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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혹은 거짓
주홍
치유예술가
샌드애니메이션 아티스트

  • 입력날짜 : 2020. 08.06. 19:28
아름다운 가게에서 전화가 왔다. “영광에 박원순 시장님이 오셔서 1박을 하십니다. 아침 일찍 오시면 만날 수 있어요.” 나는 전화를 받고 아들에게 물어봤다. “엄마랑 같이 갈래?” “아, 그 아름다운 가게 만드신 분요?” “응, 지금은 서울시장님이고, 우리는 소셜 디자이너라고 부른단다.”

아름다운 가게는 아들에게 익숙했다. 집에서 안 쓰는 물건이나 옷들을 챙겨서 아름다운 가게로 보냈기 때문이다. 중학생 아들과 유일하게 일부러 만나러 갔던 정치인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서울시장이고 정치인이라서 만나러 간 것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실천적 지성인을 만나는 설렘으로 동행했다.

소탈한 모습으로 영광군 불갑사 근처의 작은 다리를 거닐며 투표권도 없는 중학생의 눈을 맞추고, 민주주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특히 광주정신의 미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벤치에 않아 함께 사진을 찍고 마치 옆집아저씨처럼 어깨에 다정하게 손을 얹어주던 ‘원순씨’를 잊을 수가 없다. 여비서 성추행이라니… 그리고 자살이라니! 최고의 따뜻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마음속에서 의문이 일었다.

하지만 모든 뉴스에서 성폭력이라는 말을 쓰더니 고인을 ‘가해자’라고 하고 여비서를 ‘피해자’라고 불러야 한다고 강요를 하고 있었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는데, 일방적인 법적대리인의 말만 듣고 언론에서 재판을 하고 있다.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파렴치한으로 몰아가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는 도대체 뭔가? 우리를 진실에 접근할 수 없게 막고 있는 것들은 뭔가? 비가 억수로 내리는 날, 장례식에 조문을 가는 것조차 눈치를 보게 만들어버린 ‘2차 가해’라는 말에 나만 분노가 치밀까? 떠난 이는 말이 없고 질문만 무성하게 일어났다 사라진다.

지난달 28일 이른 아침, 인터넷 경향신문에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 성추행 사건의 가짜미투(#metoo) 의혹이 제기되는 기사가 올라왔다. 강진구 탐사보도기자가 올린 기사였다. 독자들이 진실과 거짓을 판단할 수 있도록 사건의 정황이 잘 정리돼 있었다.

박재동 화백이 대낮에 주례를 부탁하러 찾아 온 30대 후배 여성 만화가의 치마에 손을 넣었다는 당시의 성추행사건은 2018년 문화계를 흔들었던 이슈였다. SBS 8시뉴스를 보고 며칠 뒤 박재동 화백에게 전화를 했다. “그 뉴스 진짜인가요?” “그런 일 없습니다. 주례를 거절했어요. 그런데 또 주례를 부탁하러 왔었고 그 때도 거절했죠. 도저히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그러면 언론에 진실을 말 하세요.” “피해자 우선주의라서 가해자가 되어버린 내 이야기는 받아들여지지 않아요.” 그렇게 통화했던 기억이 난다.

성범죄자가 돼버린 그 해부터 박재동이라는 만화계의 거장은 그 어떤 일도 할 수 없이 사회적으로 매장됐다. 광주 5·18 민주광장에서 밤을 새워 후배들과 함께 5·18진상규명을 그림으로 그리던 박재동 화백은 2018년부터 광주의 오월 행사에도 참여할 수 없었다.

올해 아시아문화전당에서 5·18 40주년 특별 전시회로 오월이야기를 만화로 그린 작품을 전시하기로 했으나, 미투사건의 당사자라는 이유로 그 많은 작품들은 전시되지 못하고 창고에 쌓여 있었다. 그동안 위드유(#withYou)의 입장에 있던 나 역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말을 들을까봐 조심스러워서 박재동 화백의 진실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경향신문 강진구 기자의 글은 박재동 미투 사건의 흐름을 잘 정리해서 진실을 판단할 수 있는 기사였다. 당시 성추행을 당해서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힘들었다는 이모작가(피해여성)와 동료작가가 카톡으로 나눈 대화 중 일부다. 여러분이 판단해 보시라. 진짜 당했다면 이럴 수 있는가?

(동료작가): “ㅎㅎㅎㅎㅎ다음 실검 순위 3위”

(이모작가): “오 슬슬 올라오는구나, 검색해줘야징 그럼. ㅋㅋ컴으로도 폰으로도”

(동료작가) “오호 그러쿤. 네이버 1위. 빅엿이네. 이 정도면ㅎㅎㅎㅎㅎㅋㅋ”

(이모작가): “실검1위, 이x경 웹툰작가”

(동료작가): “지드래곤 입대하는데 ㅋㅋ 너땜에 묻혔어”

(이모작가): “지디(지드래곤)보다 내가 위라니ㅎㅎㅎ”



다음은 다른 날 만화계 내부와 관련된 대화다.



(동료작가): “이번기회(*미투)에 개박살 내자”

(이모작가): “아 솔직히 판은 내가 다 깔아줬고 자기는 춤만 추면되고만 그걸 지대로 못하네~이번 기회에 아주 밟아버려야지.”



씁쓸하다. 성폭력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우리사회에 얼마나 많은가? 그들이 위축되고 오해받지 않도록 진실과 거짓을 분별해 억울한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진짜 피해자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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