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5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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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를 움직이는 힘, 약팽소선
유근기
곡성군수

  • 입력날짜 : 2020. 10.28. 19:10
얼마 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원로배우와 매니저 간의 갑질관계가 폭로되며 떠들썩했던 적이 있다. 다행히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는 원로배우 측의 사과로 사건은 마무리됐다. 하지만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양측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나는 이 사건을 갑질로 규정하고 싶지 않다. 세대 간의 인식 차이가 갈등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나이 지긋한 원로배우와 그 배우자에게는 계약서 상의 업무 외에도 필요할 때 서로 돕는 것이 그 세대의 정(情)이다. 반면 젊은 매니저에게는 그것이 부당한 지시와 요구로 다가왔을 수도 있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기업의 세대갈등과 기업문화 종합진단 보고서’ 실태조사 결과 직장인 63.9%가 세대차이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이가 없을 수는 없다. 한날 한시에 한 부모에게서 나온 쌍둥이도 다른 점은 있지 않은가. 중요한 것은 서로 소통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서로에 대한 이해의 부재는 오해를 낳고, 그것이 쌓여 관계가 무너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군에도 밀레니얼 세대라 불리는 직원들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 이미 80년대생들이 팀장급에 배치되고 있고, 실무의 중심인 주무관들은 90년대생들로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다.

소위 베이비붐 세대들은 이들의 언어와 행동, 생각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청운의 꿈을 품고 입사한 젊은 직원들 역시 기존의 조직문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공무원연금공단 자료에 의하면 지난 5년 간 재직기간 5년 미만 공무원 2만8천934명이 퇴직을 했다. 전체 퇴직자의 14.9%에 달한다.

갈등이 표면화되지 않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조직의 활력을 갉아먹는 잠재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공직사회의 활력은 얼마나 좋은 정책이 만들어지고 실현되느냐와 직결된다. 즉 공직 사회 내의 조직 문화가 결국 군민들의 삶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로 다뤄야 한다.

민선 6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나는 한결같이 ‘약팽소선(若烹小鮮)’을 조직 운영 철학으로 삼고 있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사자성어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약팽소선’의 정신이 오직 리더들에게만 필요한 덕목은 아니다. 약팽소선에 담긴 핵심철학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자율성을 부여해 능력과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상급자와 하급자 구분 없이 모든 직원이 서로를 대할 때 염두해야 할 덕목이 약팽소선인 것이다.

과거에는 개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조직문화가 통했을 지 모른다. 그러한 조직에서는 상급자의 지시와 통제가 중요 수단이 된다. 하지만 지금 세대에게는 ‘꼰대’일뿐이다. 업무의 양과 종류가 엄청나게 다양해진 요즘에는 한 개인이 모든 판단을 내린다는 것은 잘못된 결과로 가는 지름길이다.

또한 직원들은 채찍과 당근으로 움직이는 원숭이가 아니다. 조언보다는 공감을, 지시보다는 질문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기성 세대들이 요즘 세대가 자존심만 세고 열정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존심이 강한만큼 자신의 일에 적절한 의미가 부여되면 누구보다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밀레니얼 세대들의 특징이다.

조직을 운영하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직원들이 리더처럼 일하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리더처럼 대해주면 된다. 심리학자 에드워드 워시는 자기가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신념, 즉 ‘자기결정성’에서 내적동기가 유발된다고 말했다. 자기결정성이 충족됐을 때 직원들은 리더처럼 일하게 된다.

다만 모든 상황에서 적용되는 사회법칙이란 존재하지 않듯이 주의할 점이 있다. 신규 직원에게는 조직의 목표와 방향성, 기존의 방식 등을 명확하게 일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리고 단계적으로 참여형 조직문화를 거쳐 최종적으로 약팽소선의 자율경영 문화까지 나아가야 한다.

우리 군에서는 멘토멘티제, 관심과 능력을 고려한 인사 배치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나 정책보다 회의, 대화, 의사결정 과정 등 일반적인 환경에서 약팽소선이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잡게 한다고 생각한다. 구체적 방법으로 해야할 일만 제시하고 방법과 수단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상급자의 가장 강력한 도구는 권위나 카리스마가 아니라 ‘마음의 이해’여야 한다. 하급자에게는 상급자의 ‘경험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서로가 서로를 약팽소선의 마음가짐으로 대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미니스커트와 장발로 대표되는 70-80년대 신세대들은 기성 세대들로부터 많은 걱정을 샀다. 하지만 그들은 대한민국을 지금의 자리까지 오르게 한 주역이 됐다. 시간이 흘러 70-80년대 신세대들은 이제 구세대가 되어 밀레니얼이라는 새로운 세대와 마주하고 있다. 걱정보다는 세심한 도움과 응원이 필요하다. 과거에 그랬듯 새로운 세상은 새로운 세대가 만들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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