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9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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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상인을 아시나요 / 박성수
박성수
미래남도연구원장
전남대 명예교수

  • 입력날짜 : 2020. 11.30. 19:15
박성수 미래남도연구원장/전남대 명예교수
‘병영상인’ 이라고 들어 보셨는지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개성상인’ 은 익히 알고 있지만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안타깝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 고장 강진의 병영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지난 20일, 서울에서는 한국경영사학회 주최로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번 주제는 ‘글로벌 시장과 장수기업’이었으며, 특히 학회 마지막 세션에서는 병영상인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었다. 지난날 “북에는 송상(松商), 남에는 병상(兵商)”이라고 회자되었던 만큼 병영상인은 개성상인 못지 않게 활약상이 컸는데도 오랜 세월 동안 묻혀 있었던바, 비로소 이날 필자의 병영상인 발굴 공로를 인정해 준 것이다.

필자는 10년 전 와세다 대학에서 개최된 일본 경영사학회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한 일본 교수로부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는 ‘오사카 상인’, ‘토쿄 상인’을 거명하며 한국에는 어떤 상인이 있느냐고 물어 온 곳이다. ‘개성상인’, ‘의주상인’, ‘동래상인’이 생각났는데 정작 우리 고장 상인에 대하여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래서 귀국하자마자 백방으로 찾아보니 반갑게도 병영상인이 강진신문에 연재되고 있었다.

더없이 반가워서 곧장 담당 기자를 만났고, 그날 이후 병영상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는 한팀이 되어 상대적으로 부족한 병영상인 관련 문헌과 자료를 모았고, 그는 대학원에 진학, ‘병영상인의 상인정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음으로써 병영상인을 학문적으로 정립하는데 앞장 서게 되었다.

이런 각고면려의 과정에서 병영상인은 경영사학회에 보고되기에 이르렀고, 전국의 경영사학자들이 강진에 와서 병영상인의 현장을 둘러보며 워크숍을 갖기도 하였다. 병영상인은 그 후 서울의 유력한 경제신문에 연재되었고, ‘600년 병영상인의 비밀 : 장사의 기술’이라는 책으로 발간되어 베스트 셀러 반열에 오르기도 하였다. 지난 1960-70년대 명성을 날렸던 병영면 소재지의 상업고등학교는 교명을 잃었다가 다시 되찾게 되는 기쁨도 누리게 되었다.

이제 병영성과 하멜기념관은 병영상인 현장과 더불어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강진의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일찍이 전라병영성은 조선조 태종 17년(1417년) 광주 광산현에서 이곳으로 옮겨 와 1만여 명의 군인이 상주하면서 거대한 상권이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600년 동안 보부상으로 시작한 병영상인은 활발하게 상업활동을 하게 되면서 특유의 상술을 익히게 되었다. 1656년부터 6년동안 이곳에 억류되어 썼던 ‘하멜표류기’에 병영의 상권과 관련된 기록이 있음을 보면 네델란드 상인 하멜은 병영상인이 장사기술을 익히는데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 후 1895년 동학농민운동으로 병영성이 폐영된 데다가 일제강점기가 도래하면서 병영상인들은 고향을 떠나 전국은 물론 만주까지 나가 상업활동을 하게 되었다. 특히 우리 고장의 경우, 광주의 충장상권은 물론 목포 등지에서 성업중인 상당수의 상인들이 바로 그때 흩어졌던 병영상인의 후손들이라고 한다.

개성상인 못지않은 근검절약과 겸손함, 신용을 목숨보다 중요시하는 신용제일주의, 장사를 절대 혼자서 하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는 상생주의, 사람을 항상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간존중주의의 병영상인정신은 오늘까지 병영상인이 존속하게 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최근 한국경영사학회에서는 장수기업과 장수가게를 권역별로 나누어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였다. 광주전남지역의 경우, 업력이 50년 넘은 기업과 가게를 중심으로 백년기업과 백년가게의 육성방안을 우선 찾아볼 계획이다.

때마침 (사)충장상인회에서는 충장로를 지켜 온 상인들의 이야기, ‘충장로 오래된 가게’를 펴냈기에 앞으로 장수가게의 사례연구로 삼고자 한다. 또한 산업단지공단 광주전남지역본부에서는 차세대경영인들을 중심으로 백년기업포럼을 창립, 장수기업을 키우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와 고무적이다. 아울러 광주전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에서는 성장잠재력이 높은 소상공인을 발굴하여 백 년 이상 존속 성장해갈 수 있도록 육성하고 더 나가 성공모델을 확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음도 반가운 뉴스다.

필자는 마지막으로 우리 지역의 여러 기관이나 단체에서 지원하고 있는 장수기업과 장수가게가 성공하려면 병영상인정신이 꼭 필요한 DNA라고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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