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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통합 실패, 광주 전남에 리더십은 있나 / 이정록
이정록
전남대 교수·前 대한지리학회장

  • 입력날짜 : 2020. 12.01. 20:42
이정록 전남대 교수·前 대한지리학회장
“민의(民意)는 오사카시 존속을 원했다.” NHK는 부결된 투표결과를 이렇게 전했다. 11월1일 치러진 오사카시(市)와 오사카부(府) 통합을 묻는 오사카시 주민투표 결과는 부결됐다. 2015년 치러진 투표와 결과는 같았지만 표 차이는 더 벌어졌다. 이로써 인구 275만명의 오사카시를 폐지하고 4개 특별구(區)로 재편하는 이른바 ‘오사카도(都) 구상’은 완전 백지화됐다.

왜 부결됐을까? 오사카시 부 통합 캠페인은 투표 전까지 매우 순조로웠다. 부결됐던 5년 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오사카시장과 오사카부지사 선거에서 통합을 공약으로 내건 ‘오사카유신회’ 소속 후보가 당선되면서 통합 분위기를 추동할 수 있었다. 5년 전엔 통합에 반대했던 공명당이 이번엔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유리한 정치적 지형도 형성됐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도 낙관적이었다. 그런데 왜?

부결 이유를 축약하면 이렇다. 첫째, 시민들은 통합의 실익을 인식하지 못했다. 오사카시를 해체하고 4개 특별구로 재편해서 생기는 장점보다 오히려 지금의 24개 구청이 8개로 통폐합되면 보건 등 서비스 혜택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런데 투표일을 6일 앞두고 오사카시 재정국 내부보고서를 인용해 “이중 행정 심화로 218억엔 세금이 낭비될 수 있다”는 마이니치신문 보도에 반대 여론은 요동쳤다.

둘째, 일부 시민은 오사카시 존치(存置)를 원했다. 통합이 성사되면 4개 ‘특별구’로 재편돼 오사카시라는 지명이 사라질까 염려했다. 요미우리신문 출구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34%는 ‘오사카시라는 지명이 없어지는 것에 불만’이라고 답했다. 도시발전의 비전보다는 자신들이 거주하는 장소적 정체성을 중시한 투표 행태였다.

셋째, 대형 개발 사업에 회의적이었다. 엑스포 개최와 연계한 통합형 리조트 정비 등 대형 프로젝트가 지역 활력과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는 주장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포스트 코로나 사회’와 오버랩되면서 대형 프로젝트 효과와 위력은 퇴색됐다.

오사카시와 부는 통합엔 실패했지만 ‘하나의 오사카’를 위한 연대와 협력 전략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투표 부결 후 마츠이시장과 요시무라부지사는 내년 2월 의회 제출을 목표로 ‘광역행정일원화조례’ 제정 계획을 발표했다. 오사카시가 담당하던 미래성장동력 관광 대학 항만 등 광역사무를 오사카부로 넘기고, 반대로 오사카부는 주민 밀착형 사무를 오사카시로 이관하며, 오사카시는 주민 서비스의 질 제고를 위해 현재의 24개 구를 8개 ‘종합구’로 개편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오사카 통합 실패는 광주 전남 통합 논의에 중요한 함의를 준다. 첫 번째는 의제를 추동할 걸출한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는 거다. 오사카엔 ‘하나의 오사카’를 신봉(信奉)한 지도자들,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마쓰이 이치로(松井一郞), 요시무라 히로후미(吉村洋文) 등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설정한 정치적 의제를 지지하는 ‘오사카유신회’라는 지역 정당과 조직원이 있었다. 그래서 2008년 이후 13년간 통합 캠페인을 펼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은 실패였다. 우리 지역엔 그런 정치 지도자가 있는가?

두 번째는 통합을 대비한 예행연습이 잘 돼야 한다는 점이다. ‘2025년 오사카 간사이세계박람회’ 유치, 도시 인프라 사업 공동 추진, 항만 관리를 통합한 ‘오사카항만국’ 출범, 오사카시립대와 오사카부립대 통합(2022년 출범)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우리 지역은 정반대다. 광주와 나주간 쓰레기 처리 갈등은 전남 시 군으로 확산될 태세다. 내년에 무안으로 보내기로 한 광주 민간공항은 여론조사라는 미명(美名)으로 ‘난리부르스’를 치고 있다. 전남도가 무안공항 명칭에 광주를 넣겠다는 제안에 광주시는 시답잖아 한다. 광주 군공항 이전은 시 도 갈등의 블랙홀이 된지 오래다. 예행연습 없이 실전(實戰)을 잘 치를 수 있을까?

세 번째는 고령층이 통합에 반대했다는 사실이다. 오사카시에서 고령층이 많은 남부는 반대가 다수였고, 5년 전 투표 경향과 같았다. 60대 이상 연령층은 경쟁력과 미래 비전보다는 자신에게 돌아올 서비스 축소를 더 우려했다. 광주와 전남이 합치면 ‘광주만 좋고 촌(村)은 찬밥’일 거라는 우려가 당연히 제기된다. 초고령화의 전남 상황을 고려하면 곱씹을 대목 아닌가?

광주와 전남의 행정 통합은 지역의 생존전략이자 대의(大義)이다. 그렇다면 이를 주도할 지도자는 있는가? 예행연습은 잘되고 있는가? 공동혁신도시라는 대업(大業) 만든 박준영 전 전남지사와 박광태 전 광주시장을 정치무대로 다시 소환해야 하나? 리더십을 갖춘 신실(信實)한 지도자 어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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