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6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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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난장]늑대마저 공생 위한 소중한 존재 / 이현

  • 입력날짜 : 2021. 01.28. 18:38
이현 아동문학가
“안녕하세요. 저는 브이브이 늑대예요. 사람들은 왜, 나를 나쁘다고 하는 거죠? 토끼랑 양이랑 염소들을 냠냠 먹어 나쁘다고요? 토끼도 토끼풀을 먹잖아요. 다람쥐도 도토리를 냠냠 먹고요. 그런데도 왜 나만 나쁘다고 하는 거죠? 토끼랑 다람쥐한테는 귀여워라, 귀여워라, 하면서요. 겉모습이 크고 무섭게 생겼다고 마음까지 무서운 건 아닌데 말이에요. 동화나 에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늑대들이 만날 나쁘게 표현되고 있는 것도 기분 나빠요. 겉모습과 속마음이 모두 다 똑 같은 건 아니잖아요. 우리 엄마도 그래요. 남들이 보기엔 잔소리를 하나도 안 할 것 같은데요, 우리 엄마 잔소리는 시작하면 끝이 없어요. 아,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네요. 히히.”

얼마 전, 미루고 미루다 만나게 된 아이들과의 만남에서 행해진, 책 속 주인공이 되어 입장 발표하기 시간. 브이브이 늑대가 된 아이들은 너도나도 손을 들어 외쳤다. 겉은 딱딱한 초록색이지만 속은 빨갛고 부드러운 수박처럼,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건 잘못된 거라며, 억울하다며 주먹 쥔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먹는 것도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서로 함께 도우며 살아갈 수 있는 거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브이브이 늑대가 주인공인, ‘나는 늑대예요’ 그림책은 어느 한 신문기사에서 시작됐다.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거대하고도 아름다운 엘로 스톤 공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공원에 있던 늑대들이 말썽만 피운다는 생각에 사람들이, 늑대들을 총으로 탕탕! 쏘아 죽이면서 공원에서 쫓아냈는데 야단이 났다. 토끼랑 양이랑 염소들을 냠냠 먹던 늑대가 사라지자, 토끼랑 양이랑 염소들이 아주아주 많아져 공원에 있던 풀들을 모조리 다 먹어 버리는 것도 부족해 사람들이 일구어 놓은 채소들까지 먹어치워 버렸으니까. 어느새 공원은 황폐화가 되고, 어떻게 하면 되살릴 수 있을까 연구도 하고 노력도 했지만 실패. 결국은, 늑대를 다시 풀어 놓았더니, 수풀이 살아나고 동물들도 돌아와 아름다운 공원의 모습을 되찾게 됐다는 이야기를 통해 탄생한 생태계 그림책이다.

아무리 무섭고 덩치가 커다란 동물도 죽으면 땅속으로 들어가 스며들고 또 스며들어 아주 작은 곰팡이와 박테리아의 먹이가 되는 것처럼, 우리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서로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모두 함께 살아내기 위한 소중한 존재들이라는 이야기다.

어느새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은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앗아갔지만, 지구는 돌고 또 돌아가고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산책을 하고, 누군가를 만나며, 서로 마주 앉아 이야기 나누던, 지극히 평범하고도 당연시 여기며 살아왔던 우리의 일상들이 언제였던가. 곧 좋아지겠지, 그래 좋아질 거야, 좋아지면 해야지. 미루고 또 미루며 살아 온지도 벌써 일 년이다.

그래서 문득, 생각이 든다. 부끄러울 만큼 염치없이 살았음을, 감사 없이 살았음을.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을 너무 쉽게, 너무나 당연시 여기며 살아왔음을 고백한다.

‘나 하나쯤이야! 이 정도 쯤이야!’

너무 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주 작은 씨앗이 자라 싹을 틔우고 줄기를 이루고 열매를 맺는 것처럼, 세상의 모든 것들은 단 한 사람의 생각과 단 한 사람의 행동에서 비롯되고 또 비롯된다. 특별히 귀할 것도 없고 특별히 잘난 것도 없는 우리는 서로 함께 조심하고 서로 함께 배려하며 서로 함께 도와야만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의 소중한 존재들이다. 이제는 일어나야 할 것 같다. 새로운 길을 향해, 나 한사람으로 인한 긍정의 변화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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