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6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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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벼슬 욕심은 화근이 된다 / 김희준

  • 입력날짜 : 2021. 01.28. 18:38
김희준 LKB&Partners 대표변호사 / 前 광주지검 차장검사
변호사로 활동을 하다 보니 최고위층이나 국회의원 등 소위 잘 나가는 사람들을 변론할 기회를 갖게 된다. 이들은 한때 핵심 권력층에 있어서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은 이유는 주로 자신들이 처리했던 업무와 관련된 것들이다. 돈을 받는 등 부정부패를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다. 예전에는 주로 뒷돈을 받거나 이권에 개입하는 등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 취득과 관련된 경우에만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이러한 트렌드는 완전히 바뀌었다. 공무원 범죄에 있어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이는 국정농단 사건에서 직권남용죄와 직무유기죄의 성립범위를 사실상 무한정 넓혀 놓은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에 따라 지금의 추세는 뇌물죄 등 부정부패범죄보다는 오히려 직권남용죄나 직무유기죄 등 직무수행과 관련된 범죄로 처벌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져 가고 있다. 사실 이런 경우는 예전 같으면 징계절차로 마무리되었을 사안들이다.

이러한 의뢰인들과 변론을 위한 미팅을 하다 보면 어느 정도 공통적인 반응이 있다.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것에 대한 뼈아픈 후회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 자리에 가기 위하여 그토록 치열하게 매달렸던가에 대한 깊은 자괴감의 표출이다.

내가 국회의원 한 번 더 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해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고, 왜 그때는 그 자리에 가고 싶어서 그토록 치열하게 경쟁을 했었는지 후회스럽다는 사람들도 있다. 막상 피의자나 피고인이 되고 보니 그토록 화려해 보였던 자리는 깊은 원망과 후회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자신이 그토록 갈망했던 그 자리 욕심 때문에 현재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온 가족이 피폐해진다. 언제나 든든한 방어막이 되어 줄 것 같았던 자신이 몸담았던 공조직도 불똥이 튈 것을 염려하면서 오히려 멀리하려고 한다. 여기에서 느끼는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러한 사건에서 가장 불편한 점은 한때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과 책임 전가식 법적투쟁을 해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막상 형사사건화가 되면 관련자들은 조금이라도 책임을 줄이거나 사건에 연루되지 않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모든 것은 윗분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한다. 어떤 경우에는 부풀리거나 과장해서 진술하기도 한다. 그래야 책임을 면하거나 경감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직원으로 그토록 가깝게 지냈던 사람들과 진실게임 양상으로 사건은 흘러간다.

수사기관은 직원들의 불리한 진술을 들이대면서 강력히 추궁하고 자신의 주장은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동안 쌓아왔던 그들과의 인간적인 신뢰는 완전히 깨지고 배신감에 몸부림친다. 수사의 프레임은 이미 짜져 있어서 아무리 설명하고 변명해도 소용이 없다. 그렇게 자신의 주장은 무시되고 법원에 기소가 된다.

이후부터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루한 법정투쟁이 시작된다. 2-3%에 불과한 무죄율에 실날 같은 희망을 걸고 만사를 제쳐두고 필사적으로 재판에만 매달린다. 이때부터는 재판이 인생의 전부가 된다. 헌법에는 무죄추정의 원칙이라고 되어 있지만 현실은 판이하게 다르다. 실제 재판은 유죄추정으로 흘러가고 쉽게 끝나지도 않는다. 무죄를 다투기 때문에 재판은 한없이 길어진다. 1심, 2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가는데 수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그동안 온 신경은 사건에만 쏠리고 그 무엇에도 집중할 수가 없다. 경제적으로도 갈수록 힘들어진다. 막대한 법률비용을 마련하느라 재산의 상당 부분이 사라져간다. 1심, 2심, 3심 각 심급별로 지급해야 하는 변호사 비용을 조달하느라 등골은 빠질 지경이다. 평소 친분으로 사건 초기에 무료로 변론해주겠다고 나섰던 변호사들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재판에 얼마 못 가 슬그머니 하나 둘씩 빠져 나간다. 무죄를 다투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무료변론 사건에 수년 동안 매달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는 지쳐가고 피폐해져 간다. 도대체 그 자리가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후회는 갈수록 커진다.

그의 죄는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죄이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그 때 그 자리에 있었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마치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자신의 순서에서 터지고 만 것이다. 지금의 벼슬자리는 이러한 위험을 감수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마냥 장밋빛 환상만 가져서는 안 된다. 직무상 수행했던 일로 처벌받는 시대가 된 지금 벼슬자리에 대한 지나친 환상은 불행의 단초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단, 방법을 안 가리고 벼슬자리를 탐내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공직을 가는 과정이나 이를 수행하는 과정 모두 법과 원칙, 순리를 철저히 따라야 한다. 그래야 후환이 없고 인생이 불행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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