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9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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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희망과 감사의 바이러스 퍼지길 / 이현

  • 입력날짜 : 2021. 03.04. 18:24
이현 아동문학가
‘설마 뭐, 이쯤이야!’

뱃살이 조금 올라와 볼록해져도 특별히 걱정 하지 않았다. 며칠만 마음먹고 음식을 조절하면 어느새 쏘옥 들어갔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달라졌다. 며칠을 넘어 일주일을 지내고 한 달이 넘도록 음식을 조절해도, 한 번 올라온 뱃살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설마 뭐 이쯤이야, 조금만 방심했다간 도루묵이 됐다. 강아지와 함께 하는 저녁 산책도 마찬가지다. 마음만 먹으면 날마다 열심히 할 거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둥근 해가 지고 저녁 산책 시간이 다가올수록, 몸이 너무 피곤해 하루만 쉬어야 할 것 같고, 날씨가 너무 추워 감기 걸리면 안 될 것 같고, 밀린 청소와 빨래를 반드시 해야만 할 것 같아 자꾸만 미루게 된다. 누군가에게 불쑥 섭섭한 마음이 들 때도 그렇다. 한 번 들기 시작한 섭섭한 마음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는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스스로를 다독이며 위안해도 어느 새 화난 마음까지 불러와 마음을 끓인다. 우리 안에 침투해 들어와 자리 잡고 있는 방심, 핑계, 섭섭해 바이러스들의 뛰어난 기량 때문이다.

닭, 오리, 소, 돼지, 사람….

누군가의 몸속으로 들어가 살아가는 바이러스의 침투작전은 치밀하다. ‘쉿! 조용히!’ 이왕이면 살기 좋은 숙주를 찾아 들어가 더 오랜 생존을 위한 전파를 꿈꾼다. 자기만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며 발휘하기 위해 스스로의 공존법을 익히고 타협하며 침묵하며 기다린다. 열나고 기침하는 감기에는 재빨리 약을 챙겨 먹게 되지만, 특별한 느낌이나 증상도 없이 찾아드는 질병에는 속수무책 당하게 되는 것처럼, 강력한 힘을 가진 바이러스일수록 소리 없이 침투해 은밀히 전파한다.

한 명에서 시작되어 열 명이 되고 백 명이 되더니, 어느 순간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사스와 메르스를 해치고 일어난 것처럼,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등 생활규칙만 철저히 지키면 괜찮겠지 싶었다.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고, 전 세계에서 발생된 일인 만큼,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현대 과학과 의술의 힘을 믿었다.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기 전에 끝나겠지…, 생각했다. 격한 냄새를 풍기는 것도 어니고, 눈에 띄지도 않은 바이러스 때문에 일 년이 지나도록 통제된 일상에 갇히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봄과 함께 백신접종이 시작되었다.

코로나19의 공포에서 벗어 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면역력을 형성하는 것이다. 전체 인구의 60-70%의 집단면역이 이뤄지면 어느 정도의 규제가 풀리고, 사회 경제 활동에도 힘이 가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라진다 해도 우리는 또 다시 새로운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치러야 할 것이다.

분노, 미움, 불안, 탓하기….

우리 안에 침투해 자리 잡고 있는 수많은 마음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일 년이 지나도록 사라지지 않은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한 번 들어온 마음 바이러스는 쉽사리 물러서지 않는다. 아무리 효과 좋은 백신이라 할지라도 한 번의 접종만으로 100%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백신이 몸 안에 자리 잡을 때까지 충분한 영양섭취와 함께 손 씻기와 마스크쓰기 거리두기를 일상화하며 기다려야 하는 것처럼, 마음 한번 먹는 걸로 분노와 미움, 탓하기와 같은 부정적 마음들이 사라지지 않는다. 잠깐의 방심에도 뱃살이 볼록 올라오는 것처럼, 설마 뭐 이 이쯤이야, 하는 순간에 빠른 속도로 들어와 전파하며 우리들의 마음을 지배한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을 죽게 한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에어로졸 상태에서 3시간, 천과 나무에서 1일, 유리에서는 2일, 스테인레스와 플라스틱에서는 4일, 의료용 마스크 겉면에서는 7일까지만 생존할 수 있다는 연구 논문 결과처럼, 결국은 종식된다.

그래서 생각한다.

내 안에 밝음의 백신을 심어보는 건 어떨까 싶다. 긍정과 희망, 감사의 바이러스가 자리 할 수 있도록.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싱그러운 웃음이 자리할 수 있도록. 이 좋은 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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