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아이클릭아트

#전세를 살던 A(34)씨는 최근 ‘신생아 특례 디딤돌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 했으나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마주했다. 디딤돌대출의 가장 큰 장점인 ‘우대금리’ 혜택을 받기 위해선 청약통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A씨는 “집을 사기 위해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 모으다 보니 청약통장도 해지해야 하는 상황인데, 금리 혜택을 받으려면 청약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최근 아이를 낳고 이사를 준비하던 B(36)씨 역시 주택 구입을 위해 금융 기관을 찾았다가 우대금리 조건을 듣고선 한숨을 내쉬었다. B씨는 “청약에 당첨된 경우가 아니면 청약통장 해지 시 우대금리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며 “결국 청약통장을 깨지 않고도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사람과 청약에 당첨된 이들만 혜택을 받는 것 아니냐”고 푸념했다.

신생아 출산 가정을 위한 디딤돌대출의 우대금리 혜택이 경제적 여력 없는 신혼 부부에겐 돌아가기 어려운 구조라는 볼멘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25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IM뱅크, 농협, 우리·국민·신한·하나·부산은행 등과 함께 신생아 출산 가정의 주거 안정을 돕기 위해 지난해 1월부터 ‘신생아 특례 디딤돌대출’을 운영하고 있다.

대출 가능 대상은 신청일 기준 2년 내 출산(입양)한 무주택 세대주 또는 1주택 세대주 중 부부합산 연 소득 1억3천만원 이하(맞벌이 2억원 이하), 순자산 4억8천800만원 이하인 가구다.

이들에겐 최대 5억원 한도 내에서 연 1.8-4.5% 금리의 대출이 이뤄지는데, 주택 청약통장 가입자에겐 기간에 따라 연 0.3-0.5%의 우대금리가 추가 제공된다.

이에 가장 낮은 금리 혜택을 받을 경우 4% 안팎의 시중은행 직장인 대출 금리보다 훨씬 낮은 1.3%로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우대금리는 청약에 당첨된 이들을 제외하곤 청약통장을 유지해야만 수혜가 가능해 ‘있는 돈, 없는 돈’을 다 끌어 모아 주택을 구매하려 하는 이들은 혜택을 볼 수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 21일 기준 광주 지역 약 30평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3억930만원인데, 해당 금액 전부에 대해 연 2.45% 금리의 디딤돌대출을 받아 10년 원리금균등분할로 상환해 나갈 경우 매월 상환액은 약 291만3천원이다.

여기에 최대 0.5% 우대금리가 적용되면 매월 상환액은 약 284만3천원으로 줄어들며 10년 전체로 계산했을 때 84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대출 금액이 크고 금리가 낮을수록 상환액 차이가 많이 난다는 점에서 청약통장을 유지해도 부담이 되지 않는 가구만 더 큰 혜택을 보는 구조라는 진단이 나온다.

때문에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보다 어려운 상황에 있는 이들이 수혜를 볼 수 있도록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가 왜 청약을 해지하면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상품을 설계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현재로서는 은행 차원에서 별도의 지원 방안이 없고, 결국 우대 금리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청약통장을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주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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