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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공화국이 되지 않으려면
김희준
전 광주지검 차장검사
현 LKB&Partners 대표변호사

  • 입력날짜 : 2019. 04.25. 18:30
버닝썬 사건과 연달아 발생하는 연예인과 재벌 3세들 마약사건을 계기로 마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마약청정국이라는 환상에 빠져 마약문제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사실 UN에서는 마약청정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마치 UN 공식용어인 것처럼 통용이 되어왔다. 이로 인하여 막연하게 마약에서 안전한 나라로 인식이 되었고 정부에서도 마약방지에 관한 정책수립에 소홀한 경향이 있었다.

검찰개혁을 핵심국정과제로 추진하면서도 그동안 정치적 중립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특수부의 기능은 적폐수사 등을 명분으로 몸짓을 키워가면서 정작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마약수사 등 민생침해범죄를 전담하고 있는 검찰의 강력부는 폐지가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정치적 편향성 시비와 정권의 시녀로 비난을 받았던 것은 대부분 특수수사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에도 민생침해범죄를 담당하는 강력부를 폐지하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경찰의 마약수사대도 고생만 하고 승진인사 등에서 불리한 경우가 많아 지원자는 갈수록 줄어드는 기피부서로 전락하고 있다.

이러는 동안 우리 사회에는 물뽕, 고농축 액상대마, 엑스터시, 케타민 등 다양한 신종마약이 속속 확산되었다. 예전에는 전문적인 마약사범들끼리 직접 만나서 마약을 거래하는 맞대면 방식이었는데, 최근의 트렌드는 인터넷과 SNS를 통해 비대면 방식으로 일반인들도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마약사용층은 훨씬 더 광범위해졌다. 이로 인하여 수사는 훨씬 더 어려워졌다. 기존에는 투약사범이나 공급사범을 검거하면 그들을 통하여 관련자들을 추적해서 수사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가능했는데, 요즘은 비대면 방식이어서 서로 상대방이 누구인지도 몰라 수사확대가 어려워졌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서 가명으로 마약을 주문하고 결재는 암호화폐로 하며, 국제우편을 이용해서 주거지가 아닌 무인택배함 등으로 배달을 받는 등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하여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한다. 심지어는 인터넷 세계의 뒷골목인 딥웹이나 다크웹같은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인터넷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인터넷망을 통해서 주문을 하기도 한다. 수사기관의 마약수사역량은 후퇴하고 있는데 마약범죄는 눈부시게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필자는 본의 아니게 마약문제로 여기저기서 쇄도하는 언론인터뷰를 하느라 매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1998년도 광주지검 강력부 평검사 시절 최초로 적발한 신종마약인 속칭 ‘물뽕(GHB)’ 덕분이다. 언론에서는 필자를 ‘마약전담검사출신’이라고 소개하는 경우가 많으나, 사실 필자는 약 22년 동안 검사생활을 하면서 마약수사를 직접 한 것은 광주지검 강력부 평검사로 1년 한 것이 전부다. 다만 당시 함께 근무했던 수사관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운 좋게도 관련 사건들을 많이 했을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마약문제는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마약은 일상에서 가까워졌고 단속은 허술해졌으며 처벌은 가벼워졌다. 이로 인하여 마약사범들이 활개 칠 좋은 환경이 조성되었다. 이를 이대로 방치하면 나중에서는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 우리나라는 기업수사에 열광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은 마약범죄와 조직범죄 척결을 최우선 순위에 둔다. 이는 국민의 일상생활의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마약청정국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고 마약사범 척결을 위하여 범정부적으로 모든 노력을 경주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몇 가지 제언을 해본다.

우선은 유관기관인 검찰, 경찰, 관세청, 식약처 등 유관기관간 공조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수사관 조정 문제로 검찰과 경찰과의 협력관계가 예전같지 않지만 국민을 위하는 길에는 서로 합심하여야 한다.

둘째, 상시적인 자동 온라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인터넷과 SNS를 통한 거래가 주된 트랜드로 정착되어 가고 있으므로 이를 실시간으로 탐지해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과 인력을 지원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도 미국의 마약수사청(DEA)과 같은 통합적인 마약수사기구를 설립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처하여야 한다. 미국의 DEA경우 인원이 1만1천80명 1년 예산은 3조 원인 반면 우리나라 검찰 마약수사 인력은 296명 예산은 62억 원인데 대부분 인건비이다. 경찰의 경우 전문적인 마약수사인력이 없고 순환보직으로 운영된다. 이런 방식으로는 점차 발전해가는 마약범죄를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현재 대한민국은 진정한 마약청정국이 될 것인지 마약공화국이 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모두 합심하여 노력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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