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기획 > 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곡성 태안사 숲길
새소리·물소리 어울린 고요함이 부처의 세계로 이어지다

  • 입력날짜 : 2020. 09.15. 19:51
석곡에서 압록으로 흘러가는 보성강은 넓지 않은 농경지와 강변마을을 만나기도 하지만 주로 산골짜기를 따라 흘러간다. 보성강은 섬진강에 비해 유속도 느리고 습지가 많은 편이다. 강변 풍경은 소박하고 정겹다. 보성강을 건너 태안사 가는 길로 접어들면 첩첩산중을 가로지르는 시냇물과 산자락에 올망졸망 붙어있는 논배미들이 정겹다.

태안사매표소를 지나 태안사계곡을 따라가는 숲길로 들어선다. 입구에서 200m 쯤 계곡길을 따라가면 ‘조태일 시문학기념관’에 이른다. 조태일시인은 태안사 스님의 아들로 태어나 ‘국토’ 등 민족혼이 깃든 수많은 시를 남겼다.

조태일 시문학기념관에서 태안사로 가는 길은 포장되지 않은, 자동차 한 대 정도 다닐 수 있는 임도다.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요즘 세상에 웬만한 길은 다 포장됐는데 태안사 가는 길은 아직도 흙길이다. 걷기 좋은 임도지만 차량통행이 많아지자 곡성군에서 도로를 피해 별도의 오솔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이름을 ‘태안사 숲길’이라 했다.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요즘 세상에 웬만한 길은 다 포장됐는데 태안사 가는 길은 아직도 흙길이다. 자동차 한 대 정도 다닐 수 있는 2㎞ 임도는 숲터널을 이룬다.

태안사 숲길은 조태일 시문학기념관에서 시작된다.

오솔길은 계곡 옆 숲길을 따라 이어지고, 계곡에서는 맑은 물이 청아하게 흘러간다. 오솔길을 천천히 걷고 있으면 울창한 활엽수림이 상쾌한 기운을 전해준다. 계곡은 경사가 완만한 편이라 폭포를 찾아보긴 힘들지만 계류가 바위를 타고 넘으면서 하얀 물보라를 만들어낸다. 계곡은 고요하고 평온하다. 새소리·바람소리가 물소리와 어우러져 만들어낸 고요함이다. 태안사계곡의 고요 속으로 스며들어간다.

숲길을 걷다가 종종 징검다리를 건넌다.
구산선문의 하나인 동리산파의 개산조 혜철국사가 머물렀던 태안사는 고려 태조 때 광자대사 윤다가 132칸의 당우를 지어 대사찰이 됐다. 한국전쟁 당시 대부분 건물이 불타버렸다. 1969년 대웅전을 중창하고, 1985년부터 태안사에 주석한 청화스님이 구산선문 천년고찰을 중창하겠다는 원을 세워 오늘날과 같은 구조를 갖췄다.

가장 먼저 만난 징검다리를 건너니 임도에 동리산문(桐裡山門)이라 쓰인 일주문이 우뚝 서있다. 태안사는 신라 말부터 고려 초까지 우리나라에 선종(禪宗)을 처음으로 도입한 아홉 산문, 즉 구산선문(九山禪門) 가운데 하나인 동리산문이었다.

하얀 포말을 만들며 흘러가는 물위에 나뭇가지가 손을 뻗어 푸른 잎을 얹어놓았다. 맑은 계류는 가을철이면 빨갛고 노란 단풍과 행복하게 어울린다. 물가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으니 명상음악이 들려온다. 호흡에 집중하거나 화두를 들지 않아도 저절로 참선이 이뤄진다.
능파각은 누각을 겸한 다리건물이다. 계곡 양쪽에 바위를 이용해 축대를 쌓고 그 위에 두 개의 큰 통나무를 받쳐 건물을 세웠다. 능파각 아래로는 경사진 바위에 2단으로 와폭을 이룬 계류가 굽이쳐 흐르면서 장관을 이룬다.

여섯 개의 징검다리를 건너고 반야교와 해탈교를 건너면 계곡 위에 놓인 능파각에 닿는다. 능파각은 누각을 겸한 다리건물이다. 계곡 양쪽에 바위를 이용해 돌 축대를 쌓고 그 위에 두 개의 큰 통나무를 받쳐 건물을 세웠다. 능파각 아래로는 경사진 바위에 2단으로 와폭을 이룬 계류가 굽이쳐 흐르면서 장관을 이룬다.

능파각에서 번뇌를 씻고 나면 정갈한 진입로를 따라 일주문으로 이어진다. 능파각에서 아름드리 곧게 솟은 전나무 길을 따라 100m 쯤 가면 일주문 가는 길과 성기암 가는 길이 갈린다. 성기암으로 올라간다. 성기암(聖祈庵)은 이름 그대로 기도처로 유명한 암자다. 집채만한 바위 두 개가 하나는 누워있고 다른 하나는 비스듬히 서 있는데, 두 바위 사이의 좁은 틈을 지나야 법당인 성공전(聖供殿)으로 들어설 수 있다. 법당 이름도 부처님께 공양 올리는 전각이라는 뜻이다.
태안사 성기암. 집채만한 바위 두 개가 하나는 누워있고 다른 하나는 비스듬히 서 있는데, 두 바위 사이의 좁은 틈을 지나야 법당인 성공전(聖供殿)으로 들어설 수 있다.

성기암에서 임도로 내려오면 태안사로 가는 산허리길이 나온다. 이 길은 주로 스님들이 다니는 오솔길이다. 울창한 숲길을 따라 가는데 태안사에서 목탁소리가 들려오고, 숲속에서는 새들이 감미롭게 노래를 해준다. 10여 그루의 삼나무가 일주문처럼 서 있는 길을 지나니 태안사 당우들이 바라보인다.

‘동리산 태안사’라 쓰인 일주문은 맞배지붕에 화려한 공포가 인상적이다.

구산선문의 하나인 동리산파의 개산조 혜철국사가 머물렀던 태안사는 고려 태조 때 광자대사 윤다가 132칸의 당우를 지어 대사찰이 됐다. 한국전쟁 당시 일주문과 능파각을 제외하고 대웅전을 비롯한 15채의 건물이 모두 불타버렸다. 1969년 대웅전을 중창하고, 1985년부터 태안사에 주석한 청화스님이 구산선문 천년고찰을 중창하겠다는 원을 세워 오늘날과 같은 구조를 갖췄다.

태안사를 품고 있는 산은 동리산인데, 주변의 산세가 오동나무 속처럼 아늑해서 예로부터 오동나무 속이라는 뜻으로 동리산(桐裏山)이라 했다. 지도에는 봉두산이라 돼있지만 절에서는 동리산이라 부른다.

일주문을 통과하면 정면에 태안사의 당우들이 당당하게 앉아있고, 오른쪽은 부도밭이고 왼쪽 아래에는 연지라 불리는 커다란 연못과 연못 가운데에 서 있는 삼층석탑이 있다. 부도밭에는 태안사를 중흥시킨 윤다의 부도인 광자대사탑(보물 제274호)과 광자대사비(보물 제275호)가 천년세월을 지키고 있다.
태안사 연지. 커다란 연못 중앙에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삼층석탑이 서 있다. 이 연못에는 삼층석탑은 물론 태안사 여러 당우들의 모습이 그대로 비춰진다.

대웅전 앞마당으로 들어서니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봉황의 품처럼 포근하다. 뒤로는 동리산(753m)이 감싸고, 앞쪽으로는 멀리 비래산(650m)이 대웅전과 마주보고 있다. 절 마당 한쪽에는 빨간 고추를 널어놓아 초가을 느낌을 물씬 풍겨준다.

“수많은 봉우리, 맑은 물줄기가 그윽하고 깊으며 길은 멀리 아득해 세속의 무리들이 오는 경우가 드물어 승려들이 청정함에 안주할 수 있는 곳이다. 용이 깃들어 상서롭고 기이한 땅이요, 독충과 뱀이 없는 곳으로, 여름철은 시원하고 겨울철은 따뜻하니 이곳이야말로 삼한의 승지로다.”

혜철국사의 부도비에 쓰인 내용이 새삼 떠오른다.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태안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혜철국사 부도를 만나러 간다. 돌계단을 따라 올라 배알문(拜謁門)을 들어서니 혜철국사의 부도와 부도비가 태안사를 내려다보고 있다.
태안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혜철국사 부도. 적인선사조륜청정탑(보물 제273호)으로 불리는 이 탑은 동리산문을 연 혜철국사의 사리를 모신 부도다.

배알문은 혜철국사의 부도로 들어설 때 머리를 숙여 들어가도록 낮게 만들어져 있다. 적인선사조륜청정탑(보물 제273호)으로 불리는 이 탑은 동리산문을 연 혜철국사의 사리를 모신 부도다. 안정감과 장중함이 느껴지는 이 부도는 스님의 육신을 대신해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태안사의 선풍을 진작시키고 있다.

대웅전 앞마당으로 내려와 일주문 왼쪽에 있는 연못으로 향한다. 커다란 연못 중앙에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삼층석탑이 서 있다. 원래 일주문 옆 광자대사 부도 앞에 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겨 놓았다. 연지(蓮池)라 불리는 이 연못에는 삼층석탑은 물론 태안사 여러 당우들의 모습이 그대로 비춰진다.

능파각으로 내려와 처음 출발했던 조태일 시문학기념관으로 향한다. 오늘은 차량통행이 거의 없어 내려갈 때는 임도를 따라 걷는다. 임도 역시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줘 숲 터널을 지나는 것 같다. 속세로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여행쪽지
▶태안사 입구에서 태안사로 가는 길은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이 고즈넉하다. ‘태안사 숲길’은 차량이 통행하는 도로와 별도로 만든 오솔길로 물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고요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코스 : 조태일 시문학기념관→반야교→해탈교→능파각→성기암→태안사→능파각→조태일 시문학기념관 (4㎞, 2시간 소요)
▶조태일 시문학기념관에서 200m 쯤 내려온 태안사 입구에 태안산장(토종닭)과 석천산장(민물매운탕, 다슬기솥밥) 등 식당 두 군데가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 기사는 광주매일신문 홈페이지(http://www.kjdaily.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