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명문 진흥중학교 야구부 노병하기자 icepoem@kjdaily.com

2003년 10월 27일(월) 00:00

사진/ 김기식기자 pj21@kjdaily.com

명문이라는 말은 절대로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명문이라는 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그에 걸맞는 결과물들을 지속적으로 창출함과 동시에 그들만의 독특한 전통까지 보유하고 있어야 비로서 명문이라는 영광스런 칭호를 달게 되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학교 야구에 빗대어 보면 인기종목인 학교 야구계에서는 수없이 많은 강팀이 존재한다. 또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강팀이 나타나고 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그 순위 변동은 더욱 극심하다. 그러나 강하기만 한 팀이 아닌 전통을 겸비한 팀을 꼽자면 그 수는 금방 확 줄어들며 대학이나 고교야구를 빼버린다면 이른바 중학 야구의 명문은 그야말로 두손으로 꼽을 정도다.
그런면에서 어쩌면 광주·전남의 야구팬들은 행복한 일일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들에겐 어디에 내놓아도 누구나 알아주는 최고 최강의 중학야구팀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황인태 감독(39)이 이끄는 30년 전통의 명문 야구부 진흥중학교가 그것.
중학야구부로서 30년의 전통을 지닌 진흥은 그 전통만큼이나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수많은 출신 선수가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올 프로야구 마운드를 뜨겁게 뒤흔든 괴물 투수 김진우(기아)와 이대진(기아), 김정수(SK), 오철희(보스턴)등을 꼽을수 있다.

어디 선수 뿐일까. 진흥중의 입상기록을 헤아려보면 왠만한 세 내개 중학팀 입상기록을 합쳐도 따라잡기 힘들만큼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73년 창단이후 줄곳 두각을 나타내며 명문으로의 자리를 굳힌 진흥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바로 전폭적인 학교의 지원과 동문회의 끊임없는 관심, 그리고 감독과 선수가 서로를 신뢰하는 믿음 때문이다.
먼저 진흥중의 조규진 이사장 스스로가 야구를 무척이나 좋아해 팀에 대한 전폭적인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이봉춘 교장 또한 야구부에 대한 여러가지 배려를 할애하고 있어 지금의 명문을 유지 하는데 크게 일조하고 있다. 여기에 혹시나 학교측 지원이 미진할수 있는 부분을 과거 진흥중의 감독이자 현재 야구부장을 맡고 있는 허양옥씨와 진흥야구 동문회장 장진범씨가 도맡아 후원하고 있으니 든든한 백그라운드의 파워 때문이라도 진흥의 전통은 무너질래야 무너질수가 없는 것이다.

이와함께 진흥중의 경우 현재 기아에서 맹활약 중인 김진우처럼 중학교에서 두각을 발휘하지 못하더라도 성장하면서 독보적인 존재로 발전하는 선수가 많은데 이는 황인태 감독이 추구하는 선수 개개인을 위한 맞춤 훈련 때문이다.
황 감독이 주장하는 중학야구는 성적보다 성장기에 있는 선수에게 무리가 가지 않는 자기능력 개발과 야구뿐 아니라 인성배양을 위한 마음 수련에 비중을 두는 것.
이를 위해 선수들에게 늘 매일마다 일기를 쓰게하고 한문이나 영어 공부 시간을 훈련과 병행하며, 항시 선수뿐 아니라 학부형들과의 대화도 쉼없이 전개하고 있다. 즉 황 감독의 중학야구의 본질은 한마디로 "선수의 미래를 위한 그리고 완전한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한 수련과정"의 일환인 셈이다.

더욱이 과거 선후배간에 존재했던 다소간의 폭력에 대해서도 황 감독은 완벽한 근절을 선언, 정감이 오가는 선후배 관계 이상의 상황이 나타나면 가차없이 제제를 가하고 있다. 폭력으로 인한 팀웍의 해체와 선수의 사기저하를 막기 위해서다.
"몇 등을 했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올바른 야구선수를 만드는게 중요하다"는 황 감독의 이런 지도방침에 누구보다 잘 따르고 믿는 것은 다름아닌 고형욱 코치. 과거 쌍방울에서 투수를 하다 교육계로 발을 돌린 그는 '투수부분 만큼은 코치의 방식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황감독의 믿음만큼이나 선수를 아끼는 마음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모두가 다 좋은 선수죠. 단지 가능성이 일찍 나타나느냐 늦게 나타나느냐의 차일일뿐"이라며 유망선수를 묻는 질문에 미소로만 답하는 그는 힘들다는 투수훈련도 작은 것부터 부상없이 무리없는 단계 교육을 실시, 아이들의 가능성을 살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선수들을 아끼고 보호해주는 감독과 코치가 있기에 선수들 역시 높은 신뢰를 보이기는 마찬가지.
올해 진흥중에 입학해 1루를 맡고 있는 유영준(1년)군은 진흥 중학교의 매력에 대해 "비록 몇 가지 부분은 초등학교 때보다 어려웠지만 선배들과 감독님이 보여주는 따뜻함에 야구하기가 즐겁다"고 야무진 표정으로 답했다.
유 군은 이어 "진흥중 출신이라는 것에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배우고 훈련에 임해 유명한 야구선수가 되는 게 꿈"이라며 가을 햇살에 까맣게 그을린 얼굴 가득 미소를 띠었다.

전통과 명예 그리고 선수들에 대한 따듯한 관심이 공존하는 곳 진흥중학교.
지난 30년간 그들이 이뤄낸 영광스런 기록의 힘은 자만과 굳어버린 관습에서가 아니라 감독, 선수, 학부모, 학교가 서로를 늘 아끼고 다독여주는 자상한 배려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걸 명문을 꿈꾸는 다른 팀에서 흉내나 낼수 있을까.
명문의 가치는 모두가 손을 잡고 발걸음을 옮길때 나타난다는 것을 오늘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그들에게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