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박람회 유치 남은 과제 |
| 2004년 12월 17일(금) 00:00 |
'2010 세계박람회'를 여수로 유치하기위한 작업이 한창일 당시 야당이었던 지금의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왜 여수냐"고 따진 일은 웃지못할 일화다. 자신들이 소속된 당이 집권하고 있을 때이자 김영삼 전 대통령이 결정한 일을 놓고 어처구니 없게도 딴죽을 걸고 나선 때문이다. 세계박람회 유치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었던 전남도 관계자들이 이에 대해 해명에 나서는 그야말로 엉뚱한 일에 곤욕을 치러야 했음은 물론이고 광양만권 지자체들의 지원을 얻는데도 같은 논리 때문에 한참의 시일이 걸렸다.
정부가 2012년 세계박람회의 여수유치를 국가계획으로 확정한 지금 지나간 일을 새삼스럽게 들춰내는 이유는 이렇다. 2010년 세계박람회의 유치실패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어쩌면 야당 의원들의 이같은 '딴죽걸기'야말로 그 이유의 시작이고, 국가적인 사업추진이면서도 외교력의 부재로 이어지면서 너무나 아쉽게 무산되는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국가계획으로 확정되기 전부터 광주시와 전남도, 여수시는 물론이고 경남과 제주까지 가세해 세계박람회 유치를 힘모아 주장하는 상황이었더라면 회원국의 동향 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외교력의 한계라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연출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치밀한 외교력은 필수
2010년 세계박람회의 여수유치 실패는 회원국을 상대로 한 치열한 유치전이 '국민의 정부' 말기라는 정권 교체기와 겹쳐지면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집중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현지 순방활동을 통해 지지를 약속받았던 회원국들까지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일이 빚어졌다. 심지어는 세계박람회 개최지를 결정하는 당일 사무국(BIE)의 회의진행방식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못하는 촌극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여수시민들은 예상보다 빨리 결정된 최종 개최지 소식에 황당했을 정도였던 것이다.
'2012 세계박람회'가 등록박람회인 '2010 세계박람회'에 비해 다소 격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외교력의 부실과 회원국 및 BIE의 동향에 대한 정보력의 부재가 다시 되풀이 된다면 결과는 뻔하다. 2012년 세계박람회를 여수에 유치하기로 정부가 결정한 이상 지금부터 해외 각국의 주재원을 활용한 외교활동에 돌입해야 한다. 외교력이 정치적인 이유나 지역문제로 치부되는 편협한 논리에 밀리는 일이 결코 없어야만 유치에 성공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여수개발계획 가다듬어야
지난 1998년 필자가 전남도 관계자들과 함께 관람했던 '리스본 엑스포'는 '2012년 세계박람회'와 같은 성격의 인정박람회다. 지금도 포루투갈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한 박람회장은 바스코 다 가마 타워의 멋진 전망과 해양수족관, 나라별 전시장, 기발한 아이디어의 조형물 등이 공원 안을 채우고 있다. 하지만 리스본 엑스포를 관람한 필자의 느낌은 조형물이나 전시관에 대한 것이 전부는 아니다. 포루투갈 정부가 수도이자 세계적인 미항인 리스본시 가운데 슬럼으로 방치되다시피한 지역을 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완전 탈바꿈시켜놓은 의지야말로 돋보였던 것이다.
여수에 유치하기로한 2012년 세계박람회는 세계 140개국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람인원은 1천500만명이며 사업비만 1조3천800억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이다. 이로 인해 추정되는 직접수익은 1조6천억원, 부가가치 5조4천억원, 고용창출 15만명에 생산유발효과는 10조7천억원으로 추산되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것이다.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방안이 세워지지 않으면 도저히 성공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구나 BIE의 실사가 오는 2008년으로 예정되어 있다. 여수가 세계박람회를 개최할 수 있는 최적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사회간접자본시설의 조기확충은 기본이고, 더나아가 여수권광역개발계획을 가다듬는 일은 필수다. 특히 세계박람회를 유치하기 위해서나, 개최하기 위해 필요한 정부차원의 지원대책은 하루빨리 확정, 발표되어야 하고 흔들림없이 추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