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의 정치'를 원한다면 |
| 2004년 12월 24일(금) 00:00 |
그렇다고 집권층의 자세변화가 마냥 즐거운 것도 아니다.정쟁은 올해로 끝내고 경제에 올인한다니 '개혁 드라이브'만큼이나 '경제 드라이브'가 걸리겠지만 과연 다짐대로 결실을 맺을지, 국민은 또 헛물만 켜지 않을는지 걱정이 앞선다.말은 그럴듯한데 정치현장의 모습은 전혀 바뀌지 않아 기대를 걸기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논쟁만 있고 대안은 없었다
아무튼 대립과 갈등을 마감하고 타협의 정치가 정착되려면 먼저 지난 2년간의 국정운영에 대한 정부·여당의 진지한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그런의미에서 지난 20일 열렸던 참여정부 정책평가 토론회는 집권층의 새출발에 의미있는 경구를 주는 자리였다.이날 참석자들은 "참여정부 2년은 논쟁만 있고 대안을 찾지 못한 소모적 대립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사실 토론회나 로드맵 발표는 많았지만 참여정부의 의지가 담긴 정책이 국정과제로 가시화 된 사례는 별로 없다는 비판도 새삼 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더구나 무너진 경제앞에서 여권이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청년 실업률과 빈부격차가 사상 최악인데다 경제성장은 당초 약속의 절반 수준을 약간 웃돌 뿐이고 숱한 경제대책이 나왔어도 경기는 곤두박질쳤다.따라서 여권은 그동안의 국정운영이 개혁에 대한 지나친 집착·코드에 따른 국민 편가르기등으로 독선적이었음을 인정하는 것이 순서다.그래야 통합의 해법도 찾을수있다. 물론 야당의 발목잡기 탓도 있지만 여권은 주된 책임이 자신들의 국정운영 미숙에 있음을 부인해서는 안된다.
통합의 정치를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돌아선 민심을 정성스레 되돌리는 일이다.그리고 그 작업은 국정 운영의 1차 책임자인 대통령의 몫이다. 임기는 5년인데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다. 여권은 집권 3년차를 맞아 그간의 혼란상을 겸허하게 반성하고 새로운 국정운영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노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선 실종된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 급선무다.때마침 노 대통령도 앞으로 정치의 대립각에서 한발 물러서 국정운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당연하고도 바람직한 자세다. 야당과 국민을 상대로 국정현안을 설득하는 대통령이 있어야 화해의 정치가 가능함을 집권층은 잊지말아야 한다.
지금 한국 경제는 단시간에 살아나기 힘들 정도로 중병에 걸렸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얼마 전에 현재와 같은 상황이 4, 5년은 갈 것이라고 말한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경제는 서두른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좋아지지 않는다. 우선 정책책임자들이 책상에 앉아서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 할 것이 아니라 현실을 뼛속까지 느껴야 한다.
갈등해소는 부자부터
나아가 이런 때 일수록 우리 사회 부자들이 도덕적 의무를 절실하게 느끼고 실천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귀한 자의 의무(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부자들에게도 해당된다.그렇다면 깊어가는 사회갈등을 부자들이 먼저 깨뜨려야 맞다.이런 핑계 저런 변명은 그만두고 경제회생의 주역으로 제 역할을 다 해달라는 것이다.정부 정책만 탓하지말고 수백조원 가깝게 쌓아놓았다는 자금도 풀어 공동체에 보답하는 자세를 보여줘야한다.중산층이 무너지고 극점으로 치달은 빈부격차가 내수부진과 불황으로 연결되는 현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환자에게 때로는 명약보다 의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정말 중요하다.마찬가지로 세파에 힘겨운 서민들에겐 '든든한 대통령·따뜻한 부자'들의 마음이 더욱 힘이 될 수있다. 화해와 관용의 정치도 힘을 가진 쪽이 먼저 나누어야 뿌리내린다.새해에는 국민과 기업이 움츠러들고, 패로 나누어져 서로 반목 질시하는 일이 제발 없어야 한다 . 내년은 따뜻한 말들이 오가며 힘을 합쳐 얼어붙은 경제를 녹여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