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外資가 만병통치약인가 |
| 2005년 01월 21일(금) 00:00 |
정부가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를 축으로 서남해안권을 본격 개발해 지역균형 발전을 이루고 동북아 관광레저 시장도 선점하겠다는 야심찬 전략을 발표했다.면적만 최대 9천만평, 해남·영암 일대에 조성될 300만-500만평 규모의 시범단지 개발에만 7조3천억원이 투입될 대역사다.관광레저 산업을 기반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발전도 앞당길 호재임에 틀림없다.서남해안 지역은 수려한 경관에다 풍부한 역사·문화자원을 갖춰 관광휴양지로의 뛰어난 잠재력을 이미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만큼 성공가능성도 높을 것이다.
문제는 자금조달이다.정부는 국내외 자본유치를 언급하고 있으나 아무래도 외자에 더 비중을 두는 것 같다.사실 대형
프로젝트추진에 외자유치는 필수적 메뉴로 자리잡았다.특히 민선이후 기초단체장들도 굵직한 사업을 추진할때는 외자유치를 해법으로 내놓을 정도가 됐다.그런 추세를 반영하듯 지난해만 외국인 직접투자가 127억달러를 기록했고 지난 62년 첫 외자도입 이후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직접투자가 1천억달러를 넘어섰다고 한다.
경제주권 흔들
개방화시대에 필요한 사업을 위해 자금을 외국에서 끌어오는 것 자체가 문제될 것은 없다.하지만 외자유치가 만병통치약이 아닌것도 분명하다.비록 옛 일이지만 큰 돈이 오가다보면 검은 뒷거래도 있을 수 있고 옥석을 가리지못해 투자의 결실은 커녕 발목만 잡히는 경우도 나온다.외자유치는 그래서 전문가들의 치밀한 대책과 사후관리가 요구된다.서남해안 개발사업도 양질의 장기 자금을 확보하려면 유동성이 풍부한 미국 사모채권시장을 활용하거나 원화표시 프로젝트본드채권 발행등 다양한 방안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외자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더욱이 최근에 과도한 외자 도입이 오히려 우리 경제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 정부는 이를 흘려들어선 안된다.공적자금을 투입해 애써 살린 금융과 기업들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넘어가 경제주권마저 위협받는 상황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이미 10대 대기업의 60% 이상 ,전체 주식시장의 43%, 국내 시중은행의 65%의 지분을 이들이 가지고 있다는 통계도 나왔다.그 결과 삼성전자나 포스코 등은 각각 30조~40조원의 자산이 외국인 손으로 들어갔고 5천억원의 연간 배당도 고스란히 그들 몫이 됐다.
일부 학자들은 국내에 들어온 상당수 외국자본이 시세차익을 노린 단기성 투기자본이어서 고액 배당 등으로 부를 빼가고 있고, 중소기업 등에 대한 대출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두차례에 걸친 외환위기로 주요 은행들이 대부분 외국계로 넘어간 멕시코가 제조업 위축과 고용악화라는 후유증을 겪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자는 말이다.물론 옳은 지적이다.
그렇다고 장기판에서처럼 개방을 물리고 옛날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고 실익도 없다.더구나 외국자본의 폐해만 지적한 뒤
사이비 민족주의를 내세워 외국인 투자자를 투기꾼이나 기업사냥꾼으로 근거 없이 매도하는 것은 감정적인 분풀이일 뿐이다.
국내자금 생산화해야
외자는 그것 자체로서는 천사도 악마도 아니다. 필요한 곳에 잘 쓰면 약이 되고 남용이나 오용하면 독이 되는 것이다.또 같은
외자라도 진출국가의 경제수준에 따라 장점이 나타날 수도 있고, 폐해가 두드러질 수도 있다. 요컨데 외자의 장점이나 폐해를
침소봉대하거나 날조하지말고 주체적·선별적으로 잘 수용하자는 얘기다. 특히 금융등 외국자본 부작용은 우리의 법률을 정비,개혁하면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더욱 중요한 것은 독이 되는 외자보다는 국내자본을 끌어내는 노력이다.솔직히 예전에는 돈이 없어 투자를 못했지만 요즘은 돈이 있는데도 투자를 안 하는 것이 문제아닌가.외환보유액이 너무 많아 걱정일 정도고,시중에 부동자금도 4백조원이 넘는다고 한다.1백29조원이 부자들의 주머니에서 하품을 하고 있는데도 외자에만 매달린다면 정책입안자들부터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한마디로 부동산 투기와 단기 자금시장에 떠돌고 있는 수백조원의 국내 부동자금과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 또다른 수백조원의 연기금들을 생산자금화해야만 우리 기업도 지키고 나라도 살찌울수 있다. 경제올인이 성공하려면 기업이 살아나야하고 이를 뒷받침하려면 잠자는 국내자금을 생산현장으로 보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