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들리는 국책사업 |
| 2005년 02월 11일(금) 00:00 |
사업비만 수조원~수십조원의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대형 국책사업들이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잇따라 표류하면서 막대한 국력 낭비를 초래한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소신이 오락가락한데다 주민과 환경단체 등의 반발까지 겹쳐 방사성폐기물 처리장과 신규 원자력발전소, 경인운하 건설사업 등 총 15조원이 넘는 국책사업도 정부 약속과는 달리 아직 착수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물론 이들중 일부는 정치논리에 따라 추진됐거나 엄격한 환경영향평가와 국민여론 수렴 등의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아 처음부터 진통을 예고한 사업도 있었다.하지만 당시 환경·시민단체들의 방해 등으로 여론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았고 사회적 갈등만 빚는 결과를 초래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막대한 부담이 결국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부담 누구 책임인가
특히 지난 4일 서울행정법원이 새만금사업 판결에서 사실상 환경단체의 손을 들어준 것은 이 나라의 국책사업들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새만금 사업은 경제적 타당성을 기대할 수 없고 환경생태계를 파괴시키는 정도의 중대한 사정 변경이 생겼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이 국책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을 의문시한 심판에 정부가 적잖이 당혹스러워하듯, '경제 타당성'이 법리 판단의 대상일지 의문이다.
이렇게 환경단체의 목소리와 정부의 무소신이 얽히고 설키면서 혼란이 지속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납세자의 몫으로 남는다.
환경단체에서는 국책사업의 손실 추정액에 대해 신빙성 없는 자료라고 반박하지만, 공사 중단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갈등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더구나 정부로서도 오랫동안 누적된 갈등을 단시일 내에 해결할 방법을 갖고 있지 못하다.환경·시민단체들도 국책사업에 제동을 거는 데는 성공했지만, 국가경제적 차원에서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여 국민적 공감을 얻는 데는 미흡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따라서 국력 소모와 정부 정책의 신뢰 추락을 막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을 사전에 조율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사회적 합의를 일궈내는 노력이 시급하다. 국책사업을 둘러싼 천문학적 비용과 소모적 논쟁을 종식시키려면 국익과 직결된 국책사업의 운명을 일부 시민단체와 관료집단 간의 공방에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대다수 국민이 참여해 결정하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한 정부와 환경단체간의 갈등도 법정공방으로만 해결되기는 불가능하다. 지루한 법정 싸움으로 방조제 공사가 지연되면 보강공사 등에 따른 추가 비용이 많이 들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미 1조7천억원이 투입된 사업을 취소하고 쌓은 방조제를 허물기도 어렵다. 그러기에는 경제적 손실이 너무 크다.
사회적 대타협 시급
때문에 국책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이해 당사자들이 '대타협'으로 푸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정부와 환경단체,지자체 등이 머리를 맞대고 경제적 손실을 줄이면서 환경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행정도시 건설 등 완결까지는 수십조원씩 들어갈 각종 로드맵을 쏟아내기 바쁘다. 문제는 참여정부도 중반에 들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중반에 진입한 시점에서도 국책사업이 표류되고 있다면 참여정부에서 국책사업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고 봐야 맞다. 더늦기전에 국책사업들이 이런 전철을 밟도록 내버려둬서는 안된다. 앞으로는 광범위한 국민의 참여를 통해 국책사업을 결정하고 일단 결정 한 사업에 대해서는 일관성 있는 집행을 보장해야 한다. 당면한 문제들은 민주적 절차를 거쳐 풀어나가되 전문적인 시스템으로 사전에 사회갈등을 예방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흔들리는 국책사업을 바로잡고 국정을 단단하게 지킬 책임은 정부에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