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은 순리대로…정부 관여해선 안된다" 오성수기자 star555@kjdaily.com |
| 2005년 06월 06일(월) 00:00 |
40여년간 한우물만 판'유통업계의 대부'
연매출 800억, 지역농산물 도매시장중 가장 견실
기세원 광주청과(주) 사장
광주청과(주) 기세원사장은 지역 농산물 유통업계의 대부다.
지난 62년 농협중앙회 공판장에 입사한후 농산물 유통만을 고집한 자타가 공인한 최고의 전문가다. 60대 후반의 나이지만 합기도 5단에 태권도 3단, 검도 2단으로 단련된 다부진 체격에다 추진력이 강하고 소신이 뚜렷해 옳다고 인정하면 끝까지 밀어붙인다. 그래서 험하다고 소문난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그의 입지는 거의 독보적이다.
기 사장의 농산물유통관은 직설적이다.
"유통은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고 순리대로 해야 합니다. 정부나 자치단체가 나서 강권으로 유통체계를 바꾸면 시장에서 더 큰 혼란이 옵니다. 이는 결국 도매상인은 물론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손해를 끼칩니다"
최근 광주시가 나서 서부농산물도매시장을 개설한 것에 대한 그의 속내다.
서부농산물도매시장 개장으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농산물 도매업계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 사장에 따르면 호남지역의 농산물 도매시장은 유통 규모 측면에서 보면 2~3개 정도가 적당한데 현재는 6개사로 늘어 지난해의 경우 모든 업체들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적자를 봤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앞으로 당분간 적자를 면키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현재 각하동 농산물도매시장 인근 화물터미널 부지에 건어물과 축산 등의 전문 도매시장을 유치해 시장을 활성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하동은 도매시장으로서 지리적 입지여건이 뛰어난데다 물류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농촌지역과의 접근성도 좋기 때문이란다.
"사실 제가 이같이 말하면 저희 업계만을 위한 주장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업계에서 어느정도 성공했고 명성도 얻은만큼 큰 욕심은 없습니다. 바램이 있다면 업계가 건전하고 안정적인 시스템을 유지해 생산자인 농민들과 소비자들에게도 적정한 가격에 농산물이 공급될수 있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기 사장은 40여년간의 광주청과를 운영하면서 때로는 어려움도 많았지만 비교적 순탄했다.
광주청과는 지역농산물 도매시장 법인중에서 가장 견실한 업체중 하나로 꼽힌다. 매출액만도 연 800억원대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다른 업체들과 같이 적자를 실현했지만 그래도 적자 폭이 가장 적은데다 그동안의 사업실적도 좋았다.
그만의 노하우가 업계 전반이 어려울때 빛을 냈던 것이다.
기 사장의 사업수완은 청년시절부터 나타났다.
기 사장은 개인 상회를 운영하다 지난 62년 농협에 입사했다. 당시 상회로 제법 돈도 벌고 명성도 얻었다. 그러나 그때에는 1도1도매시장제도여서 성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와중에 농협 도지부에서 그를 스카웃했다.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 조건이었다. 농협에서는 18년남짓 근무하면서 당시 구동과 대인시장 양동공판장 등을 조성했다. 또 경매제도를 도입하고 당시 농민들의 착취 수단이었던 '우수'를 없애는 등 유통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일부 반발도 심했지만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지역은 물론 전국적인 명성을 얻기도 했다.
이후 79년 1도1시장제도가 폐지되면서 광주청과를 설립했다. 광주에서는 민간이 설립한 제 1호 도매법인이다.
광주청과는 비약적으로 발전해 현재 업계 최대 규모다. 그러나 그만큼 책임감도 많이 느낀다.
특히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다. 특히 본격적인 개방농정시대를 맞아 마음이 무겁다.
"최근 한국 농업경제학회 소속 교수들과 전국 도매상인대표 등 30여명이 중국을 다녀왔습니다. 중국은 한국보다 가격이 10배 이상 저렴해 만약 이들 제품이 대거 반입될 경우 큰 낭패를 볼 우려가 높습니다."
기 사장은 특히 중국산 과일과 야채 등에 대한 대책이 소홀하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비행기로 농산물을 수입할 경우 한시간이면 됩니다. 물류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워낙 가격이 싸 이들 제품과 경쟁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근본적으로 농산물 공급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일정량의 수입은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농산물은 특성상 가격이 그 제품은 물론 연관제품에도 큰 영향을 미쳐 이에대한 대책이 함께 병행돼야 합니다"
기 사장은 농산물 가격 형성에는 농산물 생산도 중요하지만 선진 유통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런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청과의 경우 오랜 역사와 규모면에서 어느정도 안정돼 있지만 아직도 상당수 도매법인들이 고전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합병등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때 도매법인이 '황금알을 낳은 거위'로 인식되면서 자치단체에서도 새로운 법인을 설립토록 여건을 조성하는등 경쟁을 부추겨 지난해는 지역 6개의 법인이 모두 적자를 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적자 폭이 개선되기는 커녕 자칫 확대될 개연성이 높다며,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도매법인의 적자는 해당 업체는 물론 농가나 생산자 모두에게 피해를 줍니다. 광주시가 농산물 시장의 특성을 무시한채 지나치게 팽창위주의 정책을 펼치면서 업계가 상당히 고전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일이 당장 개선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업계 관계자들과 힘을 모아 건전한 유통질서가 자리잡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기 사장은 사업을 하면서 가장 보람있는 일로 직원들과 도매시장으로 납품하는 농민 등과 함께하는 것을 꼽았다. 즉 돈만을 벌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진작 업종을 전환할수도 있었지만 도매시장과 연관된 사람만도 수백명으로 이들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 사장은 사업으로 큰 돈은 아니지만 어느정도의 재산을 모았다. 다만 사회에서 번 만큼 일정부문을 사회에 기부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제일 존경하는 기업인으로는 유한양행 창업자인 故 유일한 회장을 꼽았다. 그와 관련책 책도 많이 읽었다.
"제가 유 회장님 만큼의 실천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기회가 주어지면 그분의 정신을 조금이라도 본받아 실천할 예정입니다."
'공수래공수거'란 말이 있잖습니까. 그러나 일할때는 정말 부지런 해야 합니다. 업계에서 1등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어 지고 있습니다. 그는 진정한 프로였다.
오성수기자 star555@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