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두환 공원'조성은 웃긴 짓이다 |
| 2007년 02월 01일(목) 00:00 |
한마디로 희한한 족속들이다.
경남 합천군이 그 동안 논란이 일었던 '새천년 생명의 숲'공원 명칭을 자기네 지역 출신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를 따 '일해(日海)공원'으로 확정했다 한다.
우리 광주가 보기엔 군부독재자 아니 광주의 학살자의 아호를 땄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고 말문이 막힌다.
엊그제 합천군청 실·과장 등 20명으로 구성된 합천군정조정위원회는 주민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었고, 군의원 11명 중 9명이 '일해공원' 지지 입장을 밝힌 점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한다.
'일해' '황강' '군민' '죽죽'등 네 가지 명칭을 놓고 지난해 12월 합천군과 읍·면의 유관 기관장, 단체장, 새마을지도자, 이장 등 13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회수된 591장(43%)의 설문지 중 '일해'가 302표로 가장 많아서 결정했다는 것이다.
문제의 이 공원은 합천읍 황강변에 21세기를 기념키 위해 합천군이 도비지원을 받아 진행한 '밀레니엄 기념사업'으로 황강변 5만3000여㎡에 68억원을 투자했으며, 인공 공원으로 다양한 수목과 잔디밭에 550석 규모 야외 공연장, 산책로, 체육시설 등이 갖춰져있다 한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5·18 관련단체와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 10개 단체들이 나서 '전두환공원 반대 대책위'를 결성하고 "명칭이 철회될 때까지 강력히 싸워나갈 것"을 천명하고 있으니 보통일이 아니다.
대책위는 성명에서 "명백한 과거로의 회귀이며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모든 국민에게 비수를 꽂는 정치적인 살인행위"로 규정하고 "더는 민족 앞에 부끄러운 고장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당장 명칭확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오월어머니의 집'을 이끌고있는 안성례 관장도 "전두환, 그리고 '일해'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되고 온 밤을 분노와 고통 속에서 헤매야 하는 우리는 이번 합천군의 만행에 더는 참을 수 없다"며 "일해공원 명칭을 당장 철회할 것"을 해당군에 직접 요청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고장의 양심세력들도 들고 일어나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그동안 반대운동에 앞장서왔던 '새천년 생명의 숲 지키기 합천군민 운동본부'도 성명을 내 "합천군민을 역사의 죄인으로 만든 심의조 합천군수와 합천군 의회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87년 6월 민주화항쟁 20주년을 맞이하는 지금 우리 합천군민들은 5공 추종세력으로 국민의 비웃음과 역사의 죄인이라는 멍에를 뒤집어쓰게 됐다"고 분개하고있다 한다.
이들은 또 "우리의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군부쿠데타의 주역으로, 내란수괴로, 부정축재자로 기록돼 있는 전두환을 기념하고자, 엄연히 군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쉼터를 강제로 빼앗아 그들의 공원으로 만들었다"면서 "대대로 불의에 타협하지 말라던 남명 조식 선생과 의병들, 3·1운동에 참여했다 희생되신 수많은 영령 앞에서 어찌 머리를 들고 다니겠느냐"고 통탄해 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우리로 봐선 고마운 일이다. 같은 고장에 사는 사람들도 잘못을 알고 과감히 반대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 아닐수 없다. 합천군의 이번 결정은 '역사의 죄인'이랄까, 아니 지지리도 '이상한 사업'을 급조해 온나라를 시끌케한 책임은 절대 면키 어렵다. 개인의 행위든 지자체의 행정행위든 간에 역사는 바로 서야 하기에 더욱 그렇지 않은가.
일해공원이라는 이 기발한 아이디어(?)는 합천군의 전체의 의견이 아니라면 합천군수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당장 철회할 것을 촉구 한다. 합천군의 일해공원 결정에는 '지명도가 있어 관광객 유치 등 지역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은 설득력이 약할 뿐 아니라 정말 웃기는 짓이다.
이 땅에 전두환·노태우의 정신을 심어주는 한 '광주의 아픔'은 자꾸만 덧칠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합천군은 분명히 되새기길 바란다.
<bigbell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