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웃사랑과 경주 최부자집의 교훈 |
| 2007년 02월 15일(목) 00:00 |
|
지난해 12월부터 두달간 우리지역서 실시한'희망2007 이웃사랑 캠페인'에 온정의 손길이 쏟아졌다고 한다. 오랫만에 들리는 훈훈한 소식이다. 이 모금운동은 해마다 거르지 않고 연말연시에 맞춰 전국에서 거의 동시에 실시되는 것 정도는 다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운동에는 인터넷도 한몫을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나누고 베풀자'는 의미에서 '경주 최부자집 가훈'이 인터넷 인기검색어에 오를 정도였다니 우리사회가 그렇게까지 삭막하지 만은 않은 것 같다.
이번 우리지역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모금한 금액을 보면 모두 57억원으로 '사랑의 체감온도탑'100도를 훨씬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광주시의 경우 1월말 현재 14억7천원이 모아져 목표치인 13억을 훌쩍 넘겼고, 전남도도 42억6천676만으로 목표액 40억원을 초과 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부자들의 미담사례도 줄을 이었다고 한다. 광주의 개인최고 기부자는 '국민 여동생'인 탤런트 문근영양 이었다. 문양은 지난해 12월 2천만원을 쾌척한데 이어 문양의 어머니도 현금과 상품권 5천500만원상당을 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업이나 각종 사회단체, 공공기관들도 마찬가지로 팔을 걷어 부쳤다. 하지만 '얼굴 없는 천사'사례는 단연 압권이었다. 물론 본보가 최초 보도를 했지만 아직도 40대 남자라는 것 외에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남자의 선행은 2005년 10월 광주 서구청에서 비롯 됐다. 이 남자는 맨처음 대리인을 통해 현금 200만원을 전달하며 구청에서 추천하는 4명의 불우이웃에게 앞으로 매달 50만원씩을 송금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구청은 반신반의하며 사회복지사들을 통해 도움이 절실한 4명을 선발, 통장 계좌번호를 알려주자 약속대로 4명의 통장에는 매달 꼬박꼬박 50만원씩이 입금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4월에는 또 다시 사람을 보내 "어려운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며 20명의 추천을 더 의뢰, 명단을 확보한뒤 매달 20만원씩을 입금시키고있다고 한다.
이남자의 계속되는 선행에 누구인지 몰라 고마운 마음만 간직하고 있던 터에 드디어 지난 10월에는 이 얼굴없는 천사가 현금 1천만원을 들고 구청에 턱 나타나기도 했다. 이 독지가는 "심부름하던 친구가 개인적인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직접 오게 됐다. 앞으로 매달 1천만원씩을 불우이웃에게 나눠주겠다"며 어려운 사람들을 더 추천해줄 것을 부탁했다. 구청은 이 독지가의 요청에 따라 현재 도움을 받고 있는 사람 이외에 추가로 독거노인과 장애인, 소녀소녀가장 등 120명의 통장 계좌번호를 적어줬는데, 이 독지가는 지난 10월부터 매달 14일 정확한 날짜에 20명에게 20만원씩, 120명에게는 5만원씩, 총 1천만원씩을 송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과정에서 에피소드한 일도 있었단다. 당시 구청 직원이 성함이라도 알려 달라는 말에 이 독지가는 만약 자신의 신분이 알려지면 도움을 일체 중단하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도 했다니 이시대의 덕인임이 분명하다.
화제를 바꿔보자. 연말에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경주 최부자집'가훈 얘기다. 원래 부자 3대를 못 넘긴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경주 최부자집의 만석꾼 전통은 이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1600년대 초반에서 1900년 중반까지 무려 300년 동안 12대를 내려오며 만석꾼의 전통을 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맨 마지막해인 1950년에는 전 재산을 스스로 영남대 전신인 '대구대학'에 기증함으로써, 스스로를 역사의 무대 위로 던지고 사라졌다는 얘긴데 아직도 우리에겐 큰 교훈이 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300년을 넘게 전통을 지켜올 수 있었던 비결은 과연 무엇 이었을까? 정답은 최부자집의 가훈에 있지 않나 싶다. 가훈 중에는 나그네를 후하게 대접 하라, 흉년에는 남의 논밭을 매입하지 말라, 사방 100리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가문에 며느리들이 시집오면 3년동안 무명옷을 입혀라는 내용, 바로 검소와 베품 그자체가 비결이 아닐까 싶다.
자 이제 사흘 후면 민족의 대명절 설이다. 고향 이웃도 좋고 주변에 이웃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이 없는지 한번쯤 되돌아 보는 설 명절이 됐으면 한다.
bigbell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