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양제철이 연 '국악난장' |
| 2007년 04월 05일(목) 00:00 |
|
대규모 난장이 열리던 대표적인 지역이 바로 광양이다. 섬진강 하구에 위치해 경상도와 전라도를 하나로 잇는 화합의 장소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광양에서 최근 대규모 난장이 열렸다. 지난달 31일 전라도와 경상도를 비롯해 전국에서 2만여명의 인파가 몰려드는 등 대성황을 이룬 '광양 국악 난장'이 그것이다.
이날 광양문화예술회관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이자 전국 최고의 판소리 명창인 안숙선(춘향가의 어사출두 대목), 조통달(흥보가의 박타령 대목), 이임례(심청가의 심봉사 눈뜨는 대목), 김일구(적벽가의 적벽대전 대목)씨가 차례로 우리 소리의 진수를 선보이는 '4인4색(四人四色)' 공연을 가졌다. 각 지역에 뿌리를 두고 활동하는 이들이 한곳에 모인 것이 처음인 만큼 관광객들은 평생에 두 번 다시 만나기 힘든 공연이었다.
광양제철소 주택단지에 자리한 전남드래곤즈 축구전용구장에서 펼쳐진 부대행사도 난장의 멋을 충분히 살렸다. 8살부터 20년간 줄타기를 배웠다는 전통 궁중 줄타기 계승자인 박회승씨의 아슬아슬한 묘기에 관객들의 탄성이 이어졌고 전통놀이문화인 널뛰기와 제기차기, 투호 등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됐다. 특히 축제의 일환으로 아이들이 국악과 판소리를 배울수 있는 특별프로그램도 열려 200여명의 아이들이 우리가락에 담긴 국악의 아름다움을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국악과 현대 예술이 접목된 '국악 멀티미디어 쇼'도 열렸다. 내년부터는 아시아권 자매도시를 초청하고 아시아 문화권 국가들이 국악을 함께 즐기는 아시아 국악 난장으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오랜만에 한껏 무르익은 국악의 매력을 담아낸 이번 행사는 여러가지면에서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꼽히는 광양제철이 대규모 국악행사를 통해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지역사회의 화합을 도모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기업이윤의 지역사회 환원을 통해 지역밀착형 기업의 이미지를 정립해나가고 있는 광양제철의 이번 국악난장은 지방자치단체의 전유물인 것처럼 인식되어가고 있는 전통문화축제를 대기업도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했다.
더구나 이번 축제는 전라도와 경상도를 하나로 잇는 화합의 의미를 부각시키면서 희미해져가는 역사적인 전통인 난장의 기억을 환기시킴은 물론 이를 통해 우리 국악의 가치를 재발산하는 계기까지 조성했다는 점에서 축제의 또다른 전형을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지엽적인 문제일지는 모르지만 이번 축제를 계기로 광양시가 딱딱한 산업경제도시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부드러운 문화도시의 면모로 바뀔 수 있는 가능성도 보여주었다.
따라서 이제 남은 과제는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 '광양 국악 난장'을 광양을 대표하는 전통문화축제로 발전시키는 일이다. 이를 통해 동과 서, 전통과 현대의 간극을 메우고, 우리 국악의 대중화에 진일보를 이루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