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 자살 권하는 사회 |
| 2007년 04월 12일(목)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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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 역시 장흥사건과 흡사한 것으로 한달 새 우리지역에서만 두번 째라는데 심각성이 크다. 더욱이 요즘들어 한미FTA로 농촌경제가 위기에 처에 있는 상황에서 나온 끔직한 사건들이어서 더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
무안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도 얼마나 살기가 팍팍했으면 병든 부인을 먼저 죽이고 자신도 자살을 택했을까 싶다. 지역언론들도 더이상 기억하기 싫어서인지 대부분 단신 처리 했지만 그렇다고 덮어만 놓을 일이 아니다.
경찰에 의하면 지난 4일 오전 무안군 무안읍 A(63)씨 집에서 A씨의 부인(60)이 집 마당 정원에 암매장돼 숨진 채 발견됐다.
남편 A씨는 앞서 전날 오후 자택 부근 한 빈 집에서 독극물을 먹고 숨진 채 이웃 주민에게 발견됐다는 것이다.
경찰은 A씨 부부가 단둘이 생활 해왔고, 와병 중인 A씨의 부인이 최근 며칠 동안 행적이 끊겼다는 주변 사람들의 진술을 토대로 A씨가 몸이 불편한 아내의 처지를 비관, 이같은 범행을 저지르고 자신도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초 장흥에서도 뇌졸중으로 쓰러진 74세의 아내를 4년 동안 병수발 해오던 75세의 노인이 아내를 질식사 시키고 자신도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그 노인은 '미안하다'는 글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아마도 외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 한테 마지막으로 보냈을 법한 그 편지는 우리 노인들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아내를 숨지게 한뒤 자신도 자살하는 상황에 내몰리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글로 남기는 심정이야 오직 하겠는가. 정말 가슴이 아릴 정도다. 바로 이러한 상황이 요즘 우리 농촌사회의 현주소가 아닐까 싶다.
얼마전 통계청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이미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비중이 10%대 달해 곧 고령화사회에 진입한다고 밝혔다. 오는 2019년에는 고령인구비중이 14%를 돌파해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26년에는 고령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도 이제 '고령화 문제'가 점차 심각 해지면서 가장 큰 사회 현안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대다수 선진국의 경우 우리와는 달리 이미 수십년 전부터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사례를 많이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고령화 사회에 이미 진입한 뒤에야 호들갑을 떠는 정도이니 어디 고령화 정책을 비교나 할 수 있겠는가.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나라들도 우리 처럼 노인자살이 사회이슈로 까지 등장하는 나라는 없다고 한다. 노인 자살통계를 보면 잘나타나 있다. 우리의 경우 2000년도에 들어서 해마다 3천5백명의 노인들이 자살을 택하는 것도 충격이거니와 노인 자살율이 전체 자살비율의 2.3배나 된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그만큼 노인들에 대한 그동안의 정부정책의 결여와 무관심이 노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 아닌지 우리 사회가 한번쯤 깊이 고민에 빠져야 한다.
노인들을 자살로 내모는 '원인 제공자'는 더 이상 가족들 만이 아니다. 우리사회가 책임이다. 치매에 든 노인들을 수용할 마땅한 의료시설도 태부족 할 뿐더러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위한 일자리 마저도 철저히 무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는가.
이번 우리지역 무안과 장흥 사건들도 절대 남의 일이 아니다. 얼마전 한 설문조사에서 노인들의 삶을 조사했는데 제1의 희망사항이 '편안하게 빨리 죽고 싶다'는 응답이 나온 적이 있다. 오직했으면 그랬을까 싶지만 절망에 가까운 이 한마디는 정녕 우리사회 구성원들이 깊이 새겨야할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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