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지원을 선진화한다고? |
| 2007년 06월 07일(목)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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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비란 '예측할 수 없는 예산지출로 인한 부족을 충당하기 위해 세입·세출예산에 계상된 비용'을 말한다. '기자들의 취재지원을 더욱 충실히 하기 위해서'라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의 취지도 고약하기 이를데 없지만, 차기정부를 이끌어갈 (지금까지 드러난) 대선주자 가운데 어느 누구도 찬성하지 않는 일에 이 거액의 예비비까지 투입하고 나선 '똥고집'에는 말문이 막힌다.
사실 '폐쇄적으로' 운영되던 기자실 운영방식은 참여정부 들어 개방형 브리핑제 도입으로 상당 부분 바뀌었다. 기자실은 기사송고실로 바뀌었고 브리핑실도 설치됐다. 문자 그대로 '몇몇 기자들이 죽치고 앉아서 담합하는' 기자실이 운영되고 있는 정부 부처는 완전히 없어졌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우리지역 언론현실의 변화는 이보다 더 빨랐다.
경남 남해에선가 무소속으로 당선된 한 기초단체장이 시작한(?) 기자실 폐지붐은 이미 국민의 정부 시절에 시작됐다. 그 여파는 특히 전남의 경우 삽시간에 그것도 거의 전 시군에 전파됐다. 이로 인해 기자실이 아예 폐쇄된지 오래된 곳도 많다. 이 때문에 머물 곳(?)이 없어진 기자들 몇몇이 모여 사무실을 얻어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브리핑룸이라고 이름 붙여진 공간도 사실 간단한 소파 또는 몇조의 책상이 놓여 있는게 전부일 정도로 취재환경은 열악해졌다.
이런 조치들이 관언유착의 병폐를 끊는 등 순기능을 했다고도 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주민들의 알권리를 대신해 지방행정을 감시해야하는 언론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위축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분명 생각해보아야 한다. 일선 시군이 일방적으로 내놓은 보도자료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신문에 게재되는 사이 정말로 언론의 탐사가 필요한 곳은 곪아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언론인으로서 못다하고 있는 사명에 대해 쏟아지는 비난을 외면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기자실 통폐합'으로 요약되는 이번 조치 때문에 이곳저곳에서 격론이 벌어지고, 거의 모든 언론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가해지는 모멸감은 정말 심하다. 더구나 '취재지원 선진화'라는 미명 아래 가해지고 있으니 심란하기까지 하다.
대통령은 물론 정부에 대해 가장 신랄한 비판을 가할 만큼 최대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이 언론이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와 개혁이 가장 필요한 것도 언론이다. 하지만 이런 언론의 취재관행을 바꾸고 개혁하는 책임은 정부에 있는 것이 아니다. '기자실화'된 기사송고실 또는 브리핑룸에서 기자들간에 기사를 표준화하고 담합하고 있다는 지적이 사실이더라도 정부가 나서 이를 고치려들 문제는 아니다. 어떤 경우라도 언론은 독립적이어야 하기 때문이고, 같은 맥락이지만 정부가 언론개혁의 주체가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취재현장에서 공직자들과 친분을 쌓다보면 그들로부터 자주 듣는 소리가 "기자와는 不可近 不可遠해야 한다"는 말이다. 모두는 아니겠으나 기자들에 대한 왠지 모를 거부감이 짙게 베어 있다. 그런데 신문사에 막 입사한 후배기자들이 선배들로부터 듣는 꾸지람 역시 "공직자들과는 不可近 不可遠해야 한다"다. 공무원들에 대한 거부감에서가 아니다. 모든 취재원과의 관계가 객관적이지 않고서는 진실에 접근하기 어려워진다는 의미에서다. 언론개혁의 주요 동력은 정부 권력이 아니라 바로 이런 언론내부의 뼈를 깎는 자정의 몸부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