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曰,"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다"

2007년 11월 29일(목) 00:00

김대종 논설주간
　
　17대 대선 후보들의 초반 레이스가 한창이다.
　이번 대선은 후보가 역대 최다인 12명인 관계로 다자구도 속에 펼쳐지고 있다. 이제 정당후보는 12월1일까지 사망하지 않는 한 교체 될 수가 없다. 당선된 제17대 대통령은 내년 2월25일부터 5년간 '대한민국호(號)'를 이끌고 글로벌 경쟁이라는 험난한 격랑을 헤쳐나가야 한다. 또한 '통일 한국호'를 맞이할 준비도 해야 하는 만큼 국민의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걱정스럽게도 대선판은 여태 어지럽고 심란하기 조차하다. 우선 청와대 입성 경쟁률이 12대1로 후보자 난립 상을 보이는 것도 한 요인이다. 한꺼번에 많은 '선수'가 링에 올라 서니 싸움판이 복잡해지는 건 당연하다. 특히 여야 모두 같은 색깔의 후보들이 서로 적임자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더욱 헷갈릴 수밖에 없다. 예전의 양자구도와도 확연히 다르다. 이들 후보중에는 레이스 도중 포기하고 합종연횡할지, 아니면 모두가 끝까지 완주할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그래서 변수는 여전히 많다. 돌출상황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고, 여야 모두 해당되는 일이지만 막판의 국민적 단일화 여론압박 등도 예상해볼 수가 있다.
　이번 대선은 또 지난번 대선처럼 '네거티브' 전략으로 시끄럽기는 매한가지다. 지난 2002년엔 '병풍 사건'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BBK 주가조작 의혹사건'이 한복판에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과연 김경준 전 BBK 대표의 주가 조작에 연루됐느냐가 관건이다. 국민도 검찰 수사에 온통 시선이 쏠려 있다. 일국의 대통령 후보자로서 그것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후보라는 점에서 그의 도덕성 검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요즘 여론조사에서 BBK사건은 '선거전에 수사발표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훨씬 높게 나타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17대 대선은 유난히 여기저기 흑막과 버블이 심하다. 레이스 초반을 넘어 중반으로 들어서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묘하게도 문제만 있고, 시원한 답이 없다. 이상한 일이다. 욕심과 착각은 사람을 감정에 좌우되는 '우매한 동물'로 타락시키는 법인데 말이다.
　알다시피 대선정국이 마감되면 월계관은 단지 한 사람만이 쓰게돼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 그 승리자가 한동안 승리에 도취해 있을 때 진정한 승리자가 아니라고 판명이 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아니면 말고가 통할 것 같은가. 그래서 대통령이 되고자한 후보에겐 사전에 도덕적 검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솔직히 우리 선거문화는 문제가 있다. 아무리 보아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관대하기가 이를 데 없다. 만약 미국에서도 우리와 같이 이 정도의 도덕성 공방이 벌어졌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다. 예측컨대 곧장 며칠 이내로 진위가 가려질테고, 어떤식으로든 결딴이 난다. 고발자가 죽든, 피고발자가 죽든지.
　암튼 이번 대선정국은 아직까지 작은 감동하나 찾아볼 수 없고, 오직 BBK사건과 고소·고발만이 춤을 추고 있다. 이미 비교되고 있어야 할 공약은 실종된지 오래다. 하지만, 다행히도 엊그제 임채진 새 검찰총장이 취임사에서 BBK사건은 어떠한 정치적 고려 없이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다"고 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일단은 다행으로써 지켜보겠지만 새 총장이 직접 나서 언급한 것 자체가 초유의 일이다.
　이제 검찰은 불편부당함과 공명정대함이 국민과 역사 앞에 평가받는 절체절명의 시험대에 들어섰다. 누구 말마따나 이번 선거는 '최악의 대선파노라마'가 될지, 아니면 거짓이 이제는 우리에게도 통하지않는 사회가 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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