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유니버셜 디자인 광주'인가

2009년 02월 05일(목) 00:00

　이춘성　수석논설위원/지역경제문화연구소장
　
　영국 런던서 발행되는 경제주간지 '비즈니스(The Business)'는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도시로 스위스 취리히를 꼽았다. 같은 해 잡지 '모노클(Monocle)' 7월호는 세계최고도시로 덴마크 코펜하겐을 선정했다. 프랑스 파리는 글로벌도시, 스페인 마드리드는 비즈니스도시, 독일 베를린은 문화도시로 각각 세계 1위였다.
　우리 광주는 어떤가. 내세워 자랑할만한 경쟁력은 있는가. '5·18'로 민주·인권·평화도시라면 '오월정신'은 과연 도시 곳곳에 녹아 있는가. 예향(藝鄕) 내지 미향(味鄕)이라면 '보헤미안지수'(예술가 등 창조계급이 얼마나 사는지를 나타내는 지수)가 높은가 미식가들이 대거 몰리는 유명한 레스토랑이라도 있는가.
　이제 광주에도 뭔가 필요하다. 그것도 디자인 차원에서 일대 변화가 필요하다. 이런 흐름을 읽어낸 것이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 광주' 시리즈다.
　20세기와 21세기의 '3D'
　디자인은 단순히 상표하나 예쁘게 꾸미는게 아니다. '모든 일을 효과적으로 기획하고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전략과 기회'를 뜻하는 더욱 포괄적 개념이다. 영국의 마가릿 대처 수상이 취임 첫 각료회의서 "디자인하라 아니면 사퇴하라(Design or resign)"고 강조했을 정도로 선진국에서는 국가적으로 이미 중요과제다. '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것'이 20세기의 '3D'였다면 이와는 전혀 다른 21세기 3D는 디자인(나머지는 디지털과 DNA)이 첫째로 강조된다.
　도시에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정치지도자들이 읽어낸 결과는 수없이 많다.
　영국은 노쇠한 이미지를 벗기위해 '밀레니엄 프로젝트(Millenium Project)'를 진행해 런던을 디자인도시로 탈바꿈시켰다. 인류 역사상 유례 없는 거대 공공디자인사업으로 기록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전국적으로 교량 공원 극장 등 3천개, 런던에서만 200여개의 공공건물을 신축 또는 리모델링했다.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디자인한 폭 4m 길이 325m의 보행자 전용대교 '밀레니엄 브리지'는 하이테크건축의 대표작이려니와 런던의 가장 부유한 곳과 가난한 곳을 연결시켜 문화 및 상업공간을 가장 가난한 곳인 서더크(Southwark)에 집적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도시경쟁력 이젠 디자인이다
　혁명 200주년을 맞아 문화강국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이 추진한 '그랜드 프로젝트(Grand Projects)'나 74개 공공건축시설물을 통해 도시경쟁력을 높인 일본 구마모토현의 '아트폴리스(Art Polis) 프로젝트' 역시 같은 차원이다. 환경파괴로 인한 어종고갈로 죽어가던 작은 어촌도시 우시부카(牛深)시가 세계적인 건축가 렌치아피아노가 디자인한 '하이야 대교' 하나로 매년 60만명이 찾는 관광명소가 된 것은 이들 프로젝트가 단적으로 보여주는 효과다.
　'평생 디자인'이라고도 부르는 유니버셜 디자인은 가장 최신의 도시 디자인 개념이다. 미국 공업디자이너겸 건축가인 론 메이스가 주창한 유니버셜 디자인은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 장애물 없음)'에 기초하면서도 이를 뛰어넘는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든 사람이 사는데 불편 없는 디자인이다. 노약자나 장애인만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사고의 시작이고, 이점에서 광주의 '역사성'과 맞닿는다.
　하지만 광주는 '5·18'이라는 분명한 역사성 내지 정체성을 지녔으면서도 예컨데 '교통약자'를 위한 배려는 전국 하위권이다. 진정한 민주·인권·평화도시의 흔적도 찾기 어렵다. '유니버셜 디자인 광주'는 결국 거리 곳곳의 벤치나 휴지통, 안내판, 키오스크 등에서부터 민주·인권·평화의 오월정신을 녹아들게 하자는 캠페인이다. 도심 곳곳의 '스트리트 퍼니쳐(street furniture)'를 단순히 '예쁘게' 만들자는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광주의 도시구조를 바꾸자는 취지다. '밀레니엄 프로젝트'나 '아트폴리스 프로젝트'처럼 도시개조를 위한 프로젝트를 만드는 계기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