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노믹스'는 지금, 그리고 우리는

2009년 02월 19일(목) 00:00

　이춘성　수석논설위원/지역경제문화연구소장

　지난해 이맘때 美 걸프스트림사는 'G650' 생산계획을 발표했다. 그러자 억만장자들이 줄을 섰다. 디자이너 랄프 로렌, 드림웍스SKG 공동설립자 데이비드 게펜 등등. 가격이 6천만달러(한화 790억여원)인 이 비즈니스 제트기(비즈젯(bizjet))는 18인승으로, 중간 기착 없이 8천마일(1만3천㎞)을 비행한다. 최대속도는 시속 704마일(1천133㎞/h·마하 0.925)로 보잉747보다 빠르다. 최고급 주방시설을 갖춰 고도 1만5천m 상공서 칵테일파티를 즐길 수 있고, 인공위성전화에 인터넷사용도 가능하다. 2012년 출시될 이 제트기로 배우 톰 크루즈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소유한 제트비행기는 '구형'이 됐다. 어쨋든 미국서 '가진 자'들의 부(富)의 상징인 비즈젯 시장은 지난해도 역시 유례없는 호황이었다.
　경제위기 속 '모럴 해저드'
　하지만 불과 1년 뒤인 지금은 딴판이다.
　생사기로에 있는 제너럴 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美 자동차 '빅3' CEO들은 지난달 의회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러가면서 비즈젯을 탔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비즈젯 7대를 임대형식으로 이용해온 GM은 이 때문에 대부분을 시장에 내놨다. 금융대기업인 씨티그룹은 경영난으로 45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원조받으면서도 5천만달러에 이르는 프랑스 닷소사의 비즈젯 'Falcon7X'를 구입하려다 칼 레빈(Carl Levin) 상원의원(민주당)에 혼쭐이 났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진앙지 월스트리트는 국민 혈세로 구제금융 수혈을 받는 상황이면서도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는 이처럼 극에 달해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겨우 합병된 메릴린치가 합병 직전 보너스 지급일을 비밀리에 바꿔 CEO 4명에게 1억달러가 넘는 보너스를 지급한 사실이 검찰수사로 밝혀진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오바마노믹스(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최대의 장애물은 바로 이 모럴 해저드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2003년에 이미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했고, 오바마 정부의 경제전망을 담은 책 '오바마노믹스'를 쓴 탈보트(John R. Talbott)는 최악의 경제위기에 모럴 해저드가 만연된 미국을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의 '두 도시 이야기(A Tale of Two Cities)'에 비유한다. 노동자 한해 평균소득보다 464배나 많은 금융대기업 CEO나 國富의 40%를 차지하는 최상위 1%는 '희망찬 봄이요 빛의 계절'이지만, 빚을 못갚아 담보잡힌 집을 잃을 처지인 수백만명의 미국민은 지금 '절망의 겨울이자 어둠의 계절'이다.
　'변화와 희망', 그리고 우리는
　주택시장의 붕괴와 이로인한 금융위기를 가난한 사람들의 탓으로 돌리는 보수주의자들도 통박(痛駁)한다.
　지난 10년 가장 급속한 주택가격상승을 경험했고 이제는 가장 큰 가격하락을 겪고 있는 도시는 가난한 이들이 사는 곳이 아니라 '유명한 부자들의 라이프스타일(Lifestyles of the Rich and Famous : 미국의 인기TV시리즈)'에 나오는 도시들이다. 팜비치, 마이애미,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팜스프링스, 산타바바라, 비버리힐스 등등. 빈곤층이나 중산층이 사는 5-10만달러의 주택이 아니다. 금융위기는 이들 해안도시의 은행들이 부부 합산소득 10만달러에 불과한 30대들에게 80만달러가 넘는 레버리지 높은 모기지를 대출해준 것이 원인이었다는 게 탈보트의 지적이다.
　매년 3월 첫째 토요일 열리는 켄터키더비 경마대회. 2분짜리 경마를 보기위해 100만달러를 쓰는 기업 중역들이 있는 반면 노동자와 마부들은 시간당 2달러를 벌기위해 마구간 옆에서 잠을 잔다.
　이런 극단적 양극화 때문에 '꿈이 사라진' 미국에 대한 오바마의 해법이 바로 '변화와 희망'이다. '누구를 아는지', '누구와 연줄이 있는지'가 아니라 개인의 성공은 노력한 만큼에 달려있도록 '평평한 운동장'을 만드는 것이다. 대기업과 부유층의 부를 먼저 늘려주면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 결국 경제가 발전되고 복지도 향상된다는 '트리클다운(trickle-down : 滴河효과)' 경제학이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의 '상향식' 경제학이 오바마 경제정책방향의 핵심이다. 미국이 처한 경제위기와 많이 다르다고는 할 수 없을 우리. 지금 우리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