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니버셜디자인광주]육교철거로 '보행자 편한 세상' 만든다 |
| 2009년 03월 04일(수)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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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 육교 200m이내 횡단보도 설치 못해
노약자 어린이 등 불편 초래…사고도 잦아
지자체, 육교 철거 횡단보도 복원 적극나서
광주의 중심부인 충장파출소 앞 왕복 4차선 도로에는 충금지하상가가 생기면서 1997년초까지 횡단보도가 없었다. 지금은 횡단보도를 이용, 시민들이 자유롭게 도로를 건넌다.
북구 운암동 운암교회 앞 육교. 1993년 설치된 27m의 이 육교는 빠르면 오는 4월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노약자와 장애인, 아동 등 교통약자와 일반 시민들이 보행권에 제약을 주고 있다고 판단, 광주시가 철거 결정을 내렸다.
그 동안 도로는 단지 자동차가 질주하는 곳이었고, 사람이 도로를 건너기 위해서는 육교나 지하도를 이용해야 했다. 육교와 지하도는 사람을 소외시키고, 장애인과 노인 등 소수자를 배제한 채 달려온 근대화의 상징과 같았다. 이처럼 광주를 비롯한 전국의 도로에서 육교가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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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교 밑 무단횡단 사고 빈발
도심의 육교는 차량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또 보행자가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설치됐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통계적으로 육교 부근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 육교를 건너기가 귀찮아 무단횡단을 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나오기 때문이다.
광주에서도 육교 인근 무단횡단에 따른 보행자 사고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광주에서는 육교 부근 무단 횡단 사고로 2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을 입었다. 2007년(7월-12월)에도 사망 2명과 부상 15명이 나왔다.
이는 사고당사자들의 교통질서 실천 의지 결여에서 나온 게 주 이유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육교 설치에 따른 보행권 방해도 주된 이유라고 교통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육교가 설치된 경우, 200m이내에 횡단보도를 설치할 수 없게 돼 있는 도로교통법 규정때문이다. 육교에서 1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보행자가 도로를 건너기 위해서는 100m 이상을 걸어야 하는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특히 육교는 지하도처럼 계단을 오르내릴 수 밖에 없는 교통시설물이다. 이로인해 노약자나 장애인, 아동, 임산부 등 교통약자들은 육교 이용에 더욱 큰 불편을 겪는다.
◇지자체 육교 철거 붐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보행자 편의를 위해 육교를 철거하거나 철거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부산은 올해부터 5년내에 부산지역 전체 162개 육교 중 교통소통 등에 지장이 없는 79개를 철거할 계획이다. 편리한 보행자의 이동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경기 의정부시도 국도3호선 평화로상의 가능육교를 설치 18년만에 철거한다. 가능육교는 그동안 도시미관과 노약자 및 장애인 등 보행자의 이용불편초래, 결빙에 따른 안전사고 등의 이유로 철거요구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대구도 교통정책을 차량이 아닌 보행자 위주로 바꾸기 위해 지난해 대구 최초의 육교인 신암육교를 35년만에 철거하기로 했다. 육교는 보행자 편의보다 차량소통 위주의 정책에서 나온 것이라며 교통약자 배려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횡단보도를 설치하는게 바람직하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이다.
울산시와 경기 과천시도 '보행자가 편리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도심 육교 철거를 추진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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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2025년까지 15개 육교철거
육교 철거와 지하도 인근 횡단보도 설치는 주민들이 보행권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양상이다. 운암교회 앞 육교의 경우 인근 주민들이 지난해 '육교 철거 및 횡단보도 설치'를 위한 서명운동을 펼친바 있다. "육교가 노약자나 어린이들의 보행에 불편을 주고 있을 뿐만아니라 육교통행을 기피하면서 교통사고 위험이 높다"게 서명운동의 주된 이유였다. 광주시는 광주경찰청과 협의해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육교 철거 및 횡단보도 설치를 결정했다.
충장로파출소 앞 횡단보도 설치 경위도 비슷했다. 시민단체 등에서 보행권 확보를 위한 운동이 계기가 돼 찬반 논란이 뜨거웠지만 시민들의 보행권을 위해 횡단보도 설치를 결정했다. 충파앞 횡단보도는 다른 시·도 및 기초자치단체에도 영향을 줘 육교 철거 및 지하도 인근 횡단보도 설치 추진때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되고 있다.
광주시는 보행권 확보를 위한 육교 철거를 점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2008년 12월 현재 수완지구 등 신도심을 제외하고 도심에 설치된 육교는 모두 64개. 이 가운데 북구지역 2개 등 4개의 육교를 2011년까지 철거하고, 횡단보도를 복원할 침이다. 또 2025까지 총 15개의 육교 철거를 계획하고 있다.
◇보행권 확보 실천 의지 중요
광주시는 또 육교설치가 불가피할 경우 보조시설인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보행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수완지구다. 수완지구에 설치된 육교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육교철거 및 지하도 인근 횡단보도 설치에는 민원도 제기된다. 차량소통 방해나 상권 위축 등이 민원의 주 내용이다. 따라서 행정당국이 보행자의 편안한 이동권을 위해서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관련 정책을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손승광 동신대학교 ECO도시건축연구소장 "차량 집중으로 인한 도심혼잡 비용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보행자가 걷기 편한 방향으로 교통정책을 짜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다만 횡단보도 설치나 육교 철거 등에 따른 주민·상인 사이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만큼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과 보행권 확보의 중요성을 이해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육교, 장애물 없는 보행환경 갖춰야"
황향연 광주지방경찰청 교통계·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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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도로의 횡단시설을 횡단보도로 설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육교나 지하도 같은 횡단시설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육교(입체횡단시설)는 횡단보도에 비해 건설비가 많이 들고 유지 관리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반면 교통소통에 영향을 주지않고 보행자를 차량으로부터 완전분리시켜 사고를 방지하는 등 이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육교는 보행 및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 없이 차량소통 위주의 교통정책이 우선시되던 시기에 설치된 관계로 보행권에 많은 제약을 주고 있다. 일부 시설은 계단이 높고 장애인 승강장비 또는 경사로가 설치되지 않아 교통약자(장애인·노약자·어린이)와 자전거 등이 이용하기 어렵다. 보도상에 육교 설치로 보도 폭이 협소해져 일반 보행자의 통행에도 지장을 주는 경우도 있다.
또 경사가 심해 오르내리는 데 불편을 주고 있으며, 겨울철 결빙시에는 미끄럼 위험까지 안고 있다. 교통약자는 물론 보행자들이 육교 보행을 꺼리는 이유다. 육교가 차량소통에는 도움을 줄 지언정 보행자의 이동권에는 장애를 준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육교가 교통약자 등을 배려한 보행 편의시설을 갖출 필요가 있다. 승강기를 갖추고, 완만한 경사로로 이어진 육교가 설치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광주에도 지하철의 지하도 출입구나 수완지구 등 신도심 택지지구에는 육교의 취약점을 보완한 보조 시설이 설치되고 있다. 보완장치를 통해 이용자 편의를 도모하고, 편안한 보행권을 확보한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육교가 편안한 보행공간이 되기위해서는 육교 옆 승강기에 온난방 시설을 갖추는 것도 추진해야 한다. 육교의 상판을 가볍고 단단한 경량소재로 하고, 바닥은 우레탄 포장을 하는 등 시설물 보완해 보행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육교 이용이 늘어날 경우 육교 인근 무단 횡단으로 인한 교통사고도 줄어들 것이다.
광주 도심 육교가 교통약자를 배려한 장애물 없는 보행 환경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wizclic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