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남고속철 광주∼목포'의 경우 |
| 2009년 03월 19일(목)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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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가 있어 공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공급을 하다보면 수요가 창출되기도 합니다. 경부고속도로가 그 사례입니다. 호남고속철도 지금은 수지면에서 사업타당성이 없죠. 그러나 정부와 국가가 할 일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호남고속철 건설을 통해 호남이 수도권과 활발하게 경제적 효과를 나누며 발전하는 미래지향적 계산을 해봐야 합니다."
2007년 7월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신동아'와 인터뷰한 내용이다. "호남이 수도권과 활발하게 경제적 효과를 나누며 발전하는…" 부분은 좀 찜찜하지만 옛이야기를 다시 꺼내든 이유가 있다. 호남고속철이 조기완공할 수 있는 SOC로 바뀐게 바로 이 때부터였다는 생각 때문이다.
경부고속철은 2005년 4월 개통됐다. 호남고속철 건설계획은 이 때까지도 백지상태였다. 복복선화까지 진행된 경부선에 비해 호남선 철도는 여전히 '외길'이던 상황과 흡사했다. 각계 건의와 탄원이 이어진건 당연했다. 광주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지역경제계의 건의는 집요하고 간절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재임기간 내내 "광주에 큰 빚을 졌다"던 참여정부는 이를 끝내 외면했다.
호남고속철에 대한 지역민 반발과 실망이 극에 달한 건 정확히 2005년 1월 14일부터다. 광주상공회의소의 조기착공 건의를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는 그야말로 앉은자리서 묵살했다. "당초 경부고속철이 개통되면 하루 22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사업을 추진했지만 현재 7만명 밖에 안돼 연간 적자가 수천억원에 달한다. 호남고속철 역시 만성 누적적자 구조가 될 가능성이 많다. 결국 국민세금으로 메울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랬던 그가 2007년 대선정국에서 이명박 후보의 조기완공 공약이 호남권 민심을 움직이고 있다는 판단에서인지 말을 바꾼다. "재정만 확보된다면 당초 계획했던 2017년에서 2년의 공사 단축은 가능하다. 건교부 부지인 용산역 개발사업을 통해 예산은 확보할 수 있지만 당초 계획보다 4년의 단축은 불가능하다…." 호남고속철 조기착공 불가의 이유로 꼽았던 '경제성' 또는 '타당성' 문제는 당연히 쏙 빠졌다. 이해찬뿐 아니다. 여당후보들이 앞다퉈 호남고속철 조기완공을 약속했다. 역시 이명박 후보의 인터뷰 영향은 컸다.
호남고속철이 조기완공 가능한 SOC로 바뀐 것은 이처럼 많은 정치인들의 실언과 허언, 공약이 난무한 뒤의 일이다. 호남고속철은 이점에서도 호남선 철도와 꼭 빼닮았고, 조기완공에 대한 지역민 우려와 걱정은 그래서 여전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약속이 "임기내(2012년) 완공"에서 "최대한 앞당기겠다"로 바뀌어서만은 아니다. '오송-광주 2014년, 광주-목포 2017년'. 국토해양부가 내놓은 이 호남고속철 기본계획변경안이 더 문제다. 광주-목포구간은 왜 함께 완공하지 않는가. 광주-목포구간은 이번에도 분리해 완공시기를 따로 잡아야 하는가. '호남선 복선화 36년' 가운데 무려 16년은 송정리-목포구간에 소요됐다. 광주-목포구간의 경우까지 호남선 복선화 36년에 담긴 '차별의 기억'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광주·전남은 직접 챙기겠다" 했다. 광주는 '문화수도'로 만들고, 전남에서는 "큰 판을 벌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문화수도는 '문화중심도시'로 겨우 가닥만 잡았을뿐이고, '큰 판'은 끝내 없었다. 호남고속철을 처음으로 조기완공 가능한 SOC로 꼽은 이명박 정부는 이런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임기내에 전 구간을 조기완공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또 광주-목포만 남겨놓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