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문화]'도로의 무법자' 교통법규 사각지대 방치<4>도로의 무법자 '오토바이'　 /정성문기자 moon@kjdaily.com

2009년 06월 25일(목) 00:00

한 무리의 오토바이가 차량사이로 아찔한 곡예운전을 하며 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신호 무시, 속도 무시, 안전 무시…교통법규 사각지대
　매년 사고·사망·부상자 증가추세　
　
　24일 오후 광주시 서구 농성동 전남경찰청 앞 사거리. 신호가 떨어지자 전남경찰청쪽에서 양동시장 방면으로 좌회전 하려던 운전자 정모(40)씨는 교차로 중앙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아야 했다. 양동방면 도로에서 신호대기를 하던 오토바이 한대가 차량 흐름이 느슨해진 틈을 타 갑자기 교차로로 진입해 한전방면으로 쏜살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상황에 화가난 정씨가 오토바이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굉음만을 남긴채 멀찌감치 사라지고 있었다.
　주부 유모(67)씨의 경우는 더욱 황당하다. 3년여 전 광주시 동구 대인동 대인시장 앞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도중 짐을 실은 오토바이에게 충격을 당했다.
　이 역시 신호를 무시한 오토바이가 횡단보도에 진입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 사고로 유씨는 무릎 근처 뼈가 조각나 수술을 받아야 했지만 오토바이가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사고처리에 애를 먹어야 했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매일 같이 볼 수 있는 흔한 현상이 돼버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오토바이가 교통수단으로 부적합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교통법규를 아예 무시해버리는 오토바이 때문에 관련 사고가 매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2005년 511건이던 오토바이 교통사고는 2006년 518건, 2007년 585건, 2008년 659건으로 증가추세에 있다. 올들어서는 지난달 말 현재 255건이 발생,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22건이 늘었다.
　당연히 사상자도 증가하고 있다. 2005년 644명, 2006년 641명, 2007년 766명, 2008년 84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올 해에는 5월말 현재 336명이 죽거나 다쳐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48명이 늘었다.
　이 처럼 오토바이 사고가 증가하는 것은 느슨한 등록행정과 운전자의 교통법규 준수의식 실종이 주된 원인이다.
　현재 50cc이상 오토바이는 등록의무가 있지만 이를 위반해도 과태료 처분에 불과해 상당수의 무등록 이륜차가 도로를 활개하고 있다. 그 결과 법규를 위반한 오토바이를 신고해도 번호 추적이 불가능한 비일비재한 설정이다.
　또 단속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무면허로 안전장구도 갖추지 않은 채 도로를 달리는 경우도 많다.
　이와함께 오토바이의 번호판이 뒤쪽에만 장착돼 있는 것도 법규위반을 부채질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동차와 달리 오토바이 앞쪽에 번호판이 없어 과속을 해도 단속카메라에 찍힐 염려가 없다.
　회사원 박영호(43)씨는 "교통법규가 오토바이는 제외되고 자동차에만 적용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때가 많다"면서 "미등록에 대한 처벌규정을 강화하고 번호판을 앞뒤로 의무적으로 달게 하는 등 보다 강화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