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강 중 최악 수질오염 '죽음의 강' 전락 영산강을 생명의 강으로 <1>썩어버린 호남의 젖줄, 영산강 /김재정기자 j2k@kjdaily.com |
| 2009년 09월 28일(월) 01: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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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구둑 축조로 물 흐름 단절 오염물 지속적 축적
농지 많고 수량·하수처리시설 태부족 오염 가중
'호남의 젖줄' 영산강. 호남의 '역사'에서, 호남인의 '삶' 속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이름이다. 과거 광주·전남 지역민의 생활은 영산강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산강 물줄기를 따라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도시들이 형성됐다. 교통과 물류, 상권 등 경제의 핵심이 바로 영산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82년 영산강 하구언이 설치된 이후 영산강은 '죽음의 강'으로 전락했다. 엄청난 양의 물이 둑으로 막히면서 조금씩 썩어간 것이다. 영산호는 농업용수로도 사용하기 힘들 정도로, 최악의 수질인 5급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뱃길이 끊기면서 영산강이 맡아왔던 순기능들도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2012년까지 2조7천억원을 투입, 영산강살리기 사업을 추진한다. 치수와 수변공간 개발, 수질개선 등을 골자로 한 이 사업을 통해 영산강은 되살아날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이를 계기로 영산강의 현실과 문제점, 사업 추진 방향 등을 시리즈로 싣는다. /편집자주
<1>썩어버린 호남의 젖줄, 영산강
영산강 유역은 행정구역상 1개 광역시, 2개 시, 7개 군을 포함하고 있다. 유역 면적은 3천371.4㎢로 광주시와 전남도 전체 면적의 27.2%를 차지한다. 거주 인구 역시 174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51.2%를 점유하고 있다. 이는 영산강이 광주·전남 지역민의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런데 영산강 하구언으로 인해 영산강은 사실상 자연 상태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인공하천으로 변질됐다. 또 물 관리를 위해 이뤄진 제방축조, 하천 직강화, 하상 골재채취 등은 오히려 영산강이 지닌 강으로서의 역할을 빼앗아갔다는 게 중론이다.
◇4대강 중 수질오염 가장 심각한 상황
영산강 수질은 환경부에서 전국 4대 강의 수질을 비교·분석한 시점부터 수질 상태가 가장 나쁜 하천이라는 오명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1999년 이후 수질이 조금씩 좋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갈수기 중·하류에서 농업용수 기준을 초과하는 등 오염 상태는 심각하다.
영산호는 하구둑 축조 이후 물 흐름이 단절되고 퇴적오니, 폐어망, 부유쓰레기 등의 쌓이면서 수질오염이 가중됐다. COD 기준 평균 3-4급수, 총질소, 총인은 5급수를 초과해 부영양화마저 우려되고 있다.
실제 물환경정보시스템에 등록돼 있는 영산강 수질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5월 현재 상류인 담양 금성지점의 BOD(㎎/ℓ)는 2.3(2급수)인데 반해, 광주하수처리장 앞은 12.3으로 6급수다. 또 중류인 나주대교 8.4(5급수), 하류인 몽탄대교 4.4(3급수), 영산호 6.3(4급수) 등이다.
문제는 각 지점의 BOD가 매년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표 참조>
게다가 하구둑에서 3-13㎞ 지점의 저층부에는 빈산소층이 발생, 수탱태 보전에 위험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산호의 생태계 건강성은 수질오염과 생태계 교란으로 내성종, 외래종, 기형종 어류가 다수 출현하고 있다. 또 하구습지의 면적과 생물다양성 감소가 타 수계 하구역에 비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예산 투자 '찔끔' 태부족한 환경기초시설
정부는 1998년 이후 환경기초시설 등의 확충을 위해 전국 4대 강에 18조3천865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섬진강을 포함한 영산강 권역에 배정된 사업비는 전체 예산의 15%에 불과한 2조7천628억원에 그쳤다.
물관리 종합대책에 따른 영산강 수계 투자실적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1년-2005년 5년간 영산강에는 계획 대비 48.5% 밖에 안되는 예산이 투입됐다. 이는 4대강 수계 평균 투자율 82.4%와 비교하면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한강권역은 계획량이 126.4%, 낙동강권역은 80,2%, 금강권역은 61.7%였다. 영산강이 물관리 종합대책 추진 과정에서 철저하게 후순위로 밀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영산강에 대한 예산 투입이 더디면서 환경기초시설 부족으로 오염이 가중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영산강 유역의 환경기초시설은 주요 취·정수장 20개를 비롯, 공공하수처리시설 14개소 분뇨 처리시설 8개소, 농공단지 오·폐수 처리시설 6개소, 가축분뇨처리시설 4개소 등으로 실제 수질개선 효과를 거두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유역토지 중 농경지 33.6%…오염원 관리 안돼
하수처리시설 부족과 함께 영산강 오염의 주범은 바로 비점오염원의 지속적인 유입이다. 현재 영산강의 비점오염원 부하량은 37.4%다. 이는 4대강 중 가장 높다.
영산강 수계의 경우 유역 내 토지 가운데 농경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33.6%에 이른다. 이와 달리 임야 비율은 낮아 오염원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영산강 둔치 면적은 25.78㎢로 이 중 농민들이 경작하고 있는 땅은 9.29㎢(36%)다. 즉, 비료나 농약이 여과없이 빗물 등에 의해 하천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영산강 유역에 불법경작지가 많다는 것은 오염원 관리가 거의 이뤄질 수 없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9.29㎢의 경작지 중 불법 경작지가 6.51㎢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결국 영산강이 썩은 물로 방치되고 있는 것은 ▲상류 4개 댐 농업용수 저수로 하천 유지수량 절대 부족 ▲생활용수·축산폐수처리시설 설치 지연 ▲영산강 물 농업용수 활용으로 수질에 대한 관심 저하 ▲하구둑 축조 이후 영산호에 오염물질 집중 축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기인한다.
/김재정기자 j2k@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