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셜디자인광주]“광주가 피운 ‘재정민주주의 꽃’ 더 아름답게 가꿔야”

2009년 10월 12일(월) 01:35

주민참여예산제는 광주 지역사회가 싹틔우고 꽃을 피운 대표적인 주민참여 제도다. 2003년 당시 김재균 청장이 재임하던 2003년 광주 북구 최초로 도입, 시행된 이후 전국 91개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하고, 정부가 표준시행안을 지자체에 권고하는 등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주민들이 예산편성과정에 직접 참여해 설치된 서강정보대 앞 유개 버스승강장(왼쪽)과 동림동 주공아파트 4단지내의 정자.

<제5부> 참여는 아름답다 (2)주민참여예산 활동
광주 북구 예산참여시민위원회 형순태(55) 위원장은 요즘 발걸음이 바쁘기만 하다.
내년도 예산 편성 시기를 맞아 예산설명회에 참석하랴, 예산참여시민위원회 회의를 준비하랴, 각 지역위원회 의견을 수렴하랴, 몸이 몇 개라도 부족할 상황이다. 또 농업법인인 (주)제이원 대표로서 생업 활동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주민들이 예산 편성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 북구 참여예산시민 위원회의 예산 토론회 장면.

◇내 동네 살림은 내가
형 위원장은 지난달 8일 자신이 살고 있는 자치단체에서 마련한 예산설명회에 참석했다. 자치단체가 2010년도 예산안 편성에 앞서 주민들에게 예산 편성 방향을 설명하고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달 중순에는 자치행정, 재정경제, 문화정보, 주민생활지원, 도시환경 등 5개 분과로 구성된 시민참여시민위원회의 분야별 토론회를 개최해야 한다.
이에 앞서 각 지역회의로부터 예선편성과 관련된 기초적인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지역회의는 각 동별로 구성된 예산참여 자생조직이다. 더구나 그는 동림동 주민자치위원장을 겸하고 있어 동림동 주민들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
형씨의 목표는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예산을 짜는 것. 주민들이 꼭 필요로 하는 요구사항을 반영시키면서, 아울러 행정기관이 수립한 불요불급한 예산을 최대한 줄이고자 한다.
형씨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예산참여시민위원회는 지난해 총 141건의 주민의견을 접수해 87건(61.7%, 4억6천360만원)을 반영시켰다. 또 행정기관에서 세워놓은 예산안 중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예산을 상당수 찾아내 감액했다.
형 위원장은 3년전 공모에 의해 시민위원이 됐다. 내 동네 살림은 내가 챙긴다는 마음에서 공모에 응했다.
그는 과거 행정기관에서 일방적으로 짜던 예산안을 초기부터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실제로 반영하는 지금의 주민참여예산 방식에 많은 변화를 느끼며 위원으로 활동하는 자신에 대해서도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전문성 강화가 시급하다. 예산 편성에 앞서 실시되고 있는 예산설명회 장면.

◇북구에서 출발 전국으로 확대
형씨처럼 광주 북구에는 상당수 시민들이 직접적인 예산 참여 활동을 하고 있다.
북구의 관내 26개동에 198명의 지역회의 위원들이 활동하며 동별 현안 및 요구 사항을 챙긴다. 또 참여예산시민위원 96명은 5개분과로 나눠 지역회의의 예산 요구안을 수렴한다.
이와함께 13명의 민관협의회는 예산 편성과 관련해 최종 심의를 하고, 10명의 주민들은 연구회를 구성해 주민참여 예산 발전 방안을 제시한다.
구, 동에서 1년 예산을 편성하는데 있어 주민들이 지역에서 필요한 사업의 예산 반영을 요구하고, 불필요한 예산의 삭감을 촉구하는 등 그야말로 자치단체와 머리를 맞대며 예산을 짜고 있는 것이다.
과거 자치단체 예산은 공무원들이 알아서 짜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이같은 주민예산 활동은 이제는 ‘전혀 남의 일’이고 더 이상 ‘희망사항’도 아니다.
주민참여예산제도라 불리는 주민들이 예산 참여 활동은 광주가 메카다.
북구는 광주 참여자치 21, 광주 경실련 등의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예산감시활동을 토대로 지난 2003년 전국 최초로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제도적으로 도입, 시행했다. 또 2004년에 운영조례를 제정함으로써 주민 참여의 법적, 제도적 장치까지 마련했다.
어느 지자체도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조례를 제정하고 주민을 예산 편성에 직접 참여시켰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이후 울산 동구나 대전 대덕구 등 타 지자체에서 북구의 사례를 벤치 마킹해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시행했으며 올해 5월 기준 91개 자치단체가 조례를 제정해 운영 중에 있다.
중앙정부에서는 2006년 8월 주민참여제도 표준 조례안을 작성해 지방자치단체에 도입을 권고한 바 있다. 이 권고를 토대로 광주광역시를 비롯 동구 서구 남구 광산구 등 광주를 포함한 전국 대다수 지자체가 예산 편성과정에서 주민설명회, 예산 토론회 등을 개최해 예산 편성에 참여시키고 있다.
그야말로 광주 북구에서 시작한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전국적으로 꽃을 피우고 있는 셈이다.
오수열 조선대 교수는 “예산편성과정에 지역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자신들의 선호와 우선순위에 따라 예산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음으로서 참여와 자기결정이라는 지방자치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평가했다.

광주에서 전국 최초로 도입, 시행된 주민참여예산제도는 OECD 국제회의와 미국 행정학회 회의에 소개되는 등 국제적인 명성까지 얻고 있다. OECD 회의에 참석해 발표를 한 대표단.

◇단체장 강력한 의지가 원동력
북구가 주민참여예산제의 메카로 부상한 건 단체장의 강력한 의지가 밑바탕이 됐다. 2003년 당시 김재균 청장(현 국회의원)은 공직사회 내부의 반발과 의회의 예산 심의 의결권과 배치된다는 논란에도 재정의 투명성과 건전한 운영을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현 송광운 청장도 2006년 부임 이후 북구 특성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하는 등 주민참여예산제도를 확대, 발전시키고 있다.
북구는 시민위원회, 지역회의, 민관협의회, 주민참여예산 연구회 등 4개의 주민참여 조직을 구성해 주민 스스로 실질적으로 예산 편성과정에 참여시켜 재정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불평등에 놓인 약자들(여성, 청소년, 장애인, 정치적 소수자 등)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기회도 마련, 행정기관과 주민간의 신뢰, 협력 관계가 형성돼 공동체형 도시 거버넌스 구축에도 일조를 하고 있다.
북구의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은 각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싱이 돼 전국적으로 견학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2007년 세계 30개국이 차가한 OECD 국제회의와 올해 3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ASPA(미국 행정학회) 회의에 소개되는 등 국제적으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주민 전문성 강화 노력 필요
‘주민자치의 실질적인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출발한 주민참여예산 활동은 광주 북구의 경우 주민 절반 이상이 이 제도를 알고 있다고 할 정도로 생활 속의 제도로 자리 잡았다.
광주 남구도 2년전부터 북구와 같은 제도와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는 등 주민참여예산제는 그 제도와 운영이 확대, 발전되고 있다.
하지만 주민참여예산 활동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선결해야 할 사안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양질의 정보 제공 및 전문성 강화다. 송광운 북구청장의 박사학위 논문 설문에서 응답자 상수가 정보제공과 전문성이 주민참여의 제약요인으로 지적했다. 이는 현재 운영중인 예산학교나 연구회 등이 보완돼야 한다는 반증이다.
특히 시민사회단체, 시민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뒷받침 노력도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주민참여예산활동은 시민단체의 성과물이기에 자신들은 물론 시민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더 책임감있게 활동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단체장의 의지도 중요하다.
북구의 주민참여예산제도가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에는 단체장의 의지가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예산 편성은 행정부의 몫이라는 인식을 과감히 벗어던져 주민들이 자신들의 살림을 직접 챙기게 한 것이다.
주민 참여 가능 예산 확대 의견도 제기된다. 현재 주민들이 참여하는 예산은 극히 한정돼 있다. 지자체 자체 수입 가운데 인건비와 경상비 등을 제외한 것에 불과하다. 국비와 시도비도 제외된다.
오미덕 광주참여자치 21 사무처장은 “주민참여예산 활동은 광주 지역사회가 싹을 틔운 재정민주주의 꽃”이라고 평가한 뒤 “이 꽃의 아름다움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단체장, 시민사회단체, 시민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 2003년 북구 최초 도입 전국 91개 지자체 벤치마킹
국제적인 명성까지 얻어 ‘참여의 힘’ 중요성 일깨워
전문성 강화 실질적 운영안 마련 및 실행 서둘러야
▲김명식 사회부 부장대우
▲김태진 정치부 차장
▲정다운 문화여성부 기자
▲김애리 사진부 기자 특별취재팀


광주 북구의 주민참여예산제 모범 사례
주민 등 300여명 참여, 재정운영 투명 효율성 확보

주민참여예산제와 관련 광주 북구는 전국 모범 자치단체로 통한다.
지난 2003년 전국 최초로 제도를 도입하는 등 선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더불어 운영에 있어서도 모범적이기 때문이다. 당시 북구는 예산편성 과정에 주민참여를 확대시켜 재정운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또한 지방재정에 대한 신뢰성을 구축해 재정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운영에 들어갔다.
북구의 주민참여예산제도는 모두 4개 조직으로 짜여져 있다. 먼저 96명으로 구성된 시민위원회는 5개 분과가 운영되고 있다. 시민위는 예산정책토론회를 주관하고 주민의견 수렴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198명이 참여하는 지역회의는 지역주민 의견 수렴을 맡고 있으며 13명의 민관협의회는 예산편성 최종 심의기구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10명이 참여한 주민참여예산제 연구회는 제도연구 및 발전방안 제시하고 있다. 북구의 주민참여예산제가 지역사회에 쉽게 정착하게 된 것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뒷받침됐다. 여기에는 주민예산학교가 핵심적인 기능을 한다.
해마다 한차례씩 4월-6월사이에 운영하는 주민예산학교에는 시민위원, 지역회의 위원은 물론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예산관련 기본 지식 및 실무사례를 공유하면서 재정정보를 쉽게 배우는 등 스스로 예산마인드를 갖추는 기능을 하고 있다. 이처럼 주민들이 직접 행정기관의 예산 편성과 집행 등에 참여하면서 주민자치가 활짝 꽃을 피우고 있다.
송광운 청장은 “2년전 주민예산설명회에서 예산 관련 공무원이 주민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한 적이 있었다. 이 주민은 예산과 관련해 나름대로 정보를 수집하고, 공부를 한 상태였다. 이후 공무원들에게 더 공부하고 연구하자고 강조했다. 예산참여제도로 공무원들이 공부를 더 열심히 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북구는 예산참여활동을 결산참여활동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