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론조사 ‘전성시대’ 이 춘 성 수석논설위원/지역경제문화연구소장 |
| 2010년 02월 18일(목)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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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머리카락’ ‘머릿수’ 등을 뜻하는 영어단어 폴(poll)이 여론조사의 의미를 갖기 시작한 것은 1824년 미국 대선 때라고 한다. 펜실베이니아 주 해리스버그의 한 신문이 대선을 앞두고 기자들을 현장에 내보내 여론을 청취한 결과를 지면에 처음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대선결과와는 전혀 다른 예측이 나왔다. 과학적인 방식의 여론조사와는 거리가 있었던 것이다.
본격적인 여론조사시대가 열린 것은 1916년 미국 대선 때 ‘리터러리 다이제스트’(The Literary Digest)에 의해서다. 이 기관은 당시까지만 해도 중앙정계에서는 거의 무명에 가까운 우드로 윌슨 프린스턴대학 총장의 당선을 정확히 예측해냈다.
그러나 리터러리 다이제스트에 의해 열린 본격적인 여론조사시대는 순탄치 않았다. 1936년 미국 대선에서 230만명이라는 엄청난 숫자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민주당 소속인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참패를 예고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조사대상 대부분이 공화당원이었다는 단순한 사실을 간과해 저지른 실수로 리터러리 다이제스트는 문을 닫아야 했다.
반면에 갤럽(George Horace Gallup)은 인구학적 분포를 고려한 조사방법을 이용해 훨씬 작은 규모의 유권자를 조사하고도 루스벨트 대통령의 재선을 정확히 예측해냈다. 과학적 조사연구의 선구자로 불리는 갤럽은 1932년 여름 미국 아이오아주지사 선거에서 자신의 장모인 바브콕 밀러를 주지사 후보로 당선시켰다. 당시 31세의 대학교수이자 광고회사 임원이었던 그가 자신이 개발한 과학적인 방법으로 유권자들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조사한 다음 이를 선거운동에 활용해 거둔 첫 성과였다.
지금 세계 40여개 국가에 그의 이름을 딴 여론조사기관이 운영될 정도로 과학적 조사연구의 대명사로 각인된 조지 갤럽의 여론조사 원칙은 바로 ‘공정성’과 ‘정확성’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호황을 맞은 여론조사기관들이 깊이 새길 일이다. 아무리 정교한 표본추출을 하더라도 ‘조사결과는 과연 믿을 수 있는가’, ‘과연 진정한 여론을 포착한 것인가’로 집약되는 여론조사방법론의 ‘영구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되짚어볼 일이다.
설 연휴를 전후해 광주 전남 지방신문들이 실은 조사결과가 천차만별이다. 가장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는 광주시장만 놓고 보더라도 A사 조사결과는 강운태 25.0%, 박광태 15.1%, 이용섭 8.9% 등인 반면 인터넷신문인 B사의 조사결과는 강운태 22.9%, 박광태 9.1%, 이용섭 21.4% 등으로 나타난다. 또 C사는 강운태 25.2%, 박광태 11.9%, 이용섭 9.6% 등인 반면 역시 인터넷신문인 D사는 강운태 33.5%, 박광태 12.7%, 이용섭 18.4% 등으로 상당한 차이를 드러낸다.
이들 언론의 조사방법상의 문제점을 따질 능력은 내게 없다. 다만 전화면접 또는 자동응답시스템(ARS)을 활용한 조사과정에서 응답율이 20-30%대로 극히 저조하고, 부동층이 절반 이상인 점은 공통적으로 지적할 수밖에 없는 심각한 문제임이 분명하다. 여론조사 결과물들이 어디까지나 특정시점에서 이뤄진 부정확한 인기투표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선거여론조사가 선거운동의 강력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음은 분명하지만 권혁남 교수(전북대)의 지적처럼 서투른 점쟁이가 생사람 잡듯 서투른 여론조사는 자칫 나라(지방)를 망칠 수 있다. 더구나 선거예상이 투표에 영향을 준다는 ‘바람잡이 효과’(bandwagon effort)가 결정적·일반적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연구결과임에 비춰볼 때 자신에 유리한 조사결과를 불법 홍보하는 것은 여론 자체는 물론 지방의 미래까지 뒤흔들 수 있다.
마치 경마장 생중계를 보는 듯한 여러 조사결과를 접하며 느낀 점은 조지 갤럽이 강조했던 공정성과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해 보다 더 치밀한 ‘조사설계’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여론조사도 선거관리위원회가 도맡아 주기적으로 실시하면 어떨까 싶은 것이 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