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자치 15년의 공과(功過) 이 춘 성 수석논설위원/지역경제문화연구소장 |
| 2010년 03월 04일(목)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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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기초지방자치단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된다. 그러나 이에 동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온갖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제도야말로 지역민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임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어서다.
최근 3선 도전과 함께 민주당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황주홍 강진군수의 기자회견은 지방자치 15년에 대한 ‘반성’이자 앞으로의 지방자치 가능성을 가늠할 ‘정치실험’이다. 현직 단체장으로선 처음으로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게 된 것은 기초지방선거에 대한 정당공천배제를 촉구하는 뜻이고, 지방자치의 ‘정치과잉’이야말로 하루빨리 개선해야할 과제인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지금의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는 ‘추악한 불필요악’으로, 이 땅에 남아있는 ‘최후의 반(反) 민주악법’이다. ‘세계의 정치상식’ 역시 기초단위 선거의 정당공천제 폐지 또는 배제라는 것도 그의 주장이다. 더구나 국민의 70%가 즉각 폐지를 지지하고 있고, 전국 230명의 시·군·구청장들도 그 폐지를 만장일치로 결의한 바도 있다.
지방자치 15년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끊임없는 토착비리, 부실해져가는 지방재정, 단체장들에 대한 계속된 자질시비 등이 주류를 이룬다. 다름 아닌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가 초래한 폐단이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특정정당의 지역분할구도가 점점 더 고착화되어가는 우리나라 정치구조 속에서 정당공천제는 지방자치제도의 발전을 가로막아온 가장 큰 장애요소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 증거는 많다. 얼마 전 자살을 택한 한 단체장의 고민은 눈 덩이처럼 불어난 ‘선거 빚’이었다. 선거를 치르면서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부동산개발업자들에게 여러 개발정보를 흘리고 뇌물까지 받았으나 감당할 수 없었다. 극단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바로 이 선거 빚이야말로 정당공천제와는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 15년 동안 끊임없이 터져 나온 토착비리는 연고주의와 정실주의가 주된 이유다. 하지만 이 역시 정당공천제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한통속인 상황에서 비리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견제와 감시 장치는 아예 작동할 여지조차 없어 발생한 일이기 때문이다.
단체장들에 대한 계속된 자질시비도 다름 아닌 특정정당의 옷만 입으면 당선되는 구도가 만들어낸 폐해다.
정당공천과정에서 광역단체장은 그런대로 객관적인 검증이 이뤄진다. 하지만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은 상황이 다르다. 정당들이 하향식 공천방식에서 벗어나 상향식 공천을 시도하고 있고, 다양한 공천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밀실과 정실 공천의 잡음은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후보자들의 자질과 능력에 대한 유권자들의 검증기회는 처음부터 차단되고, 당선 후에는 아무런 제동장치 없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게 된다. 자질시비는 필연적인 일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황 군수의 실험이 성공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의 기자회견에 대한 비판과 비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 역시 2004년 민주당 공천에 힘입어 재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고 이어 재선까지 했다는 점에서 지금에 와서 탈당 및 무소속 출마는 필마단기(匹馬單騎)의 비장함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무시할 순 없는 일이다.
황 군수를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50%의 지방자치’에 불과한 우리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착근시키려면 황 군수와 같은 정치실험은 계속되어야 한다. 더구나 그가 제기한 문제가 옳은지의 판단이나 어떻게 실천할지는 유권자들 몫이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역설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든 진보든 국민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만큼만 가는 것 같다”고 했다. 다가올 ‘6·2 지방선거’로 민선 5기가 출범할 우리의 지방자치 역시 유권자인 지역민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만큼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소속 정당에 얽매이지 않고 앞으로 4년 동안 내 고장 살림을 맡을 진정한 ‘살림꾼’을 뽑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또다시 중앙정치를 넘보거나 의지하려는 ‘정치꾼’을 뽑는다면 ‘반쪽’ 지방자치는 한 발짝도 더 전진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