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정신 세계로]민주·자유 향한 갈망 문화로 승화 5.18 30 주년 대기획/광주정신 세계로 /특별취재팀 |
| 2010년 03월 15일(월)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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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감독 김지훈)가 전국 극장가에 내걸렸다. 상영 내내 관객들의 훌쩍거리는 소리가 곳곳에 울려 퍼졌고, 막이 내린 뒤엔 긴 박수가 이어졌다.
80년 오월을 겪은 중년의 남성들은 넥타이를 풀어 눈물을 찍고, 자막이 다 오른 뒤에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당시 시민군 대변인 고 윤상원 열사의 아버지는 “그때 상황을 잘 그렸다”고 말했다.
‘화려한 휴가’는 그렇게 대중에게 친숙할 법한 문법으로 말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를 건넸다.
80년 5월 광주를 이야기의 중심에 세웠지만,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지 않고 객관적인 시선에서 그날의 일을 관객들에게 보여줬다. 그리고 5·18이란 역사적 사건을 통해 우리의 현재 모습을 뒤돌아보게 하는 계기와 5·18을 전혀 모르는 요즘 세대들에게 ‘살아있는 교과서’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5·18 민주화운동이 30여년의 세월 속에 어느 덧 문화로 승화됐다.
5·18 이후 문화예술분야에서 광주는 ‘민중’ 이나 ‘저항’ 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문화예술의 각 분야는 어떤 식으로든 광주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5·18 광주 민주화운동은 ‘화해와 용서’, ‘소통과 통합’ 등으로 변화를 거듭하며 문화예술분야에 가장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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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가요로 흔히 불린 노래는 대부분 광주의 슬픔과 참회를 담았으며,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운동권에서만 아니라 대중적으로 불리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임을 위한 행진곡’은 당시 광주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약하면서 끝까지 도청을 사수하다가 사망한 고 윤상원 열사와, 고 박기순 열사의 1982년 영혼 결혼식때 처음 불러졌다.
또 ‘광야에서’, ‘5월의 노래’,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아침이슬’ 등도 5월 항쟁의 역사와 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80년대 중반까지는 공안당국의 사전검열과 감시망 탓에 거의 5·18을 다루지 못했던 영화계는 6월 항쟁 이후 민주화의 흐름을 타면서 5·18을 직·간접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대학가나 노동현장·소극장 등에서 상영할 목적으로 만든 16㎜ ‘칸트씨의 발표회’(87년), ‘황무지’(88년), ‘오 꿈의 나라’(89년)가 80년대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김태영 감독의 ‘칸트씨의 발표회’는 정신질환을 앓는 젊은이의 의식 속에 간헐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잘린 젖가슴 등) 나 당시 진압군의 작전명이었던 ‘화려한 휴가’같은 제목을 통해 우회적으로 5·18의 충격을 묘사했다.
장산곶매라는 영화운동 집단이 만든 ‘오 꿈의 나라’는 당시 대단한 사회적 반향을 불렀다.
특히 마지막 장면을 광화문에 성조기가 걸리는 것으로 처리해 5·18에 미국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공개적으로 표출했다.
장산곶매는 공권력의 상영정지 방침에 굴하지 않고 대학가를 돌며 상영을 강행해 5·18을 사회 문제화하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90년에 나온 ‘부활의 노래’는 35㎜ 상업영화로는 처음으로 5·18을 다뤄 일반시민들이 80년대 역사를 되새기는 데 일조했으며,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은 시간을 거슬러가는 독특한 형식을 통해 70년대 이후 한국의 현대사를 훑어나갔다.
올해는 ‘광주 5·18 민주화운동’ 30주년을 기념하는 문화행사가 다채롭게 열려 여느 해보다 풍성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9월에는 현대 세계미술 축제 광주비엔날레가 열리고, 영화 ‘화려한 휴가’를 각색한 대형뮤지컬도 무대에 오른다. 지역 미술계도 5·18을 소재로 전시회를 여는 등 광주의 5월은 문화로 채색돼 아름다울 것으로 보인다.
광주의 상처가 여전히 다 치유되지 못한 한국의 현실을 고려했을때 5·18이란 역사적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문화예술계의 도전은 우리의 현재 모습을 뒤돌아보게 하는 큰 의미를 가져다준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담은 문화예술작품들이 100% 객관적일 수는 없다는 점이다.
그 사건 때문에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우리와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다면 소재를 다루는 데 있어 더 조심스럽게 다가갈 필요성이 요구된다.
5·18 민주화운동과 문화예술
전용호 작가/5·18뮤지컬제작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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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이 발발한 지 어언 30년이 흘렀다. 5·18민주화운동으로 우리나라는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사회전반에 많은 변화와 발전이 이루어졌다. 문화예술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6·25한국전쟁이 끝나자 전후문학이 나타나고 4·19가 끝난 후 김수영의 시가 널리 읽혀졌듯이 5·18도 수많은 문화예술작품으로 형상화되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초기까지의 5·18민주화운동을 형상화한 문화예술작품은 5·18민주화운동의 진상 규명과 가해세력의 처벌을 주장하는 내용이 주된 것이었다.
그 시기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김준태 시인의 ‘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와 박몽구, 나해철 시인 등이 결성한 ‘5월시’ 동인들의 작품과 김남주의 옥중시 ‘학살’, 소설가 황석영의 르뽀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윤정모의 ‘밤길’, 임철우의 ‘봄날’, 미술에서는 홍성담의 ‘5월 연작 판화’, 연희예술로는 극단 토박이의 ‘금희의 오월’과 ‘놀이패 신명’의 마당극 ‘일어서는 사람들’, 그리고 노래로는 수많은 가객들이 부른 ‘5월의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이다.
5·18민주화운동이 햇빛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들어서서다. 1987년 6월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쟁취되어 1993년 김영삼 문민정부가 집권하여 국가차원에서 민주화운동으로 예우하면서부터다. 5·18항쟁을 소재로 예술작품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이 더 이상 숨어서 하는 작업이 아닌 공개적인 창작활동으로 예우되었다. 5·18민주화운동이 드라마 ‘모래시계’와 영화 ‘꽃잎’, ‘박하사탕’에 일부 배경으로 등장하고 ‘27년’이라는 만화로도 만들어졌다. 광주에서는 자치단체가 주체가 되어 20주년 기념극 ‘봄날’과 전남대학이 주최한 25주년 기념극 황지우 원작의 ‘5월의 신부’가 만들어졌으며 그 외에도 오페라나 무용극으로 창작되었다. 2007년에는 5·18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가 나타나 8백만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올해는 5·18민주화운동 30주년이 된다. 30년이라는 것은 한 세대가 바뀌는 긴 세월이다. 그렇지만 5·18민주화운동은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많다.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전 국민적 인식의 편차가 크고 가해세력이 정치권력의 양지에서 안온하게 여생을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작품에 아직도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단!’을 주장하는 내용이 숨어 살아있다. 그러나 정말 30년 한 세대가 흘러가고 있다. ‘기억’하고 ‘기념’하되 온 국민이 함께 인식하고 모두 동참할 수 있는 문화예술활동이 전개되어야겠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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